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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새벽 발생한 용산 재개발 지역 참사 원인을 놓고 여야의 시각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문화평론가이자 중앙대 겸임교수인 진중권씨가 이명박 대통령과 경찰청 그리고 한나라당 등 집권세력이 내세우는 주장들을 특유의 독설을 곁들여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서 주목된다.

 

진중권 교수는 21일 오전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여당 쪽이 제기하고 있는 '전국철거민연합회 배후로'에 대해 "사망자 중에 보니까 70대 노인도 계시던데 그 분이 무슨 반체제 운동권이냐"며 "배후 운운하는 이러한 경찰의 변명은 앞으로도 동일한 사태가 벌어지면 계속 동일하게 대처해서 동일한 참사를 일으키겠다는 선언으로 들린다"고 질타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도 빈민운동 했고 어느 사회에나 빈민운동하는 분들이 있다"며 "농민들이 시위할 때는 농민 단체에서 지원하고 노동자들이 시위할 때는 다른 노동자들이 연대 투쟁한다, 한나라당이 집회할 때도 인근 단체에서 지원했다"고 말했다.

 

'농성자들이 먼저 돌과 화염병을 시민들에게 던져 강제진압이 불가피했다'는 경찰 주장에 대해 그는 "농성자들이 돌을 던졌다고 하는데, 정작 돌을 맞았다는 시민은 하나도 없다"면서 "상식적으로 농성자들이 멀쩡한 행인들에게 돌과 화염병을 던지겠느냐? 경찰이 진압하려하니까 대응하는 과정 속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의 주장은 인과관계가 뒤바뀌었다"고 반박했다.

 

"간단한 사건은 왜 '공안사건'으로 몰고가나"

 

'이번 사건이 도심테러적 성격이 있다'는 한나라당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 분들은 계속 이번 사태가 무슨 '체제전복세력'의 선동에 의해서 일어난 것이다, 이렇게  '공안사건' 비슷하게 만들어가려고 하는데 이 사건은 간단하다"고 일축했다.

 

진 교수는 "어떤 사람들이 2억 들여서 장사를 좀 하려고 하는데 어느 날 방 빼라고 했다, 그런데 2천만원밖에 안 준다고 하니까, 그 돈 받으면  나가서 살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끝까지 저항을 하는 것이고 거기에 대해 경찰에서 무리하게 진압을 해 사람들이 불에 타서 숨지는 참사가 일어난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어 "'그렇다면 앞으로도 배후세력의 지원을 받는 점거농성은 이런 식으로 진압해서 참사를 일으킬 것인가' 저는 이렇게 역으로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화살을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에게 돌려 "'경찰청장 내정 기념으로 무리하게 첫 작품을 선보이려다가 이런 참사를 빚은 게 아니냐' 이런 시각들에 동의하는 바"라며 "촛불을 드는 문화적 퍼포먼스하고 절절한 생존권 때문에 화염병을 든 것 이 두 가지는 애초에 차원이 다른 것인데 이게 다르다는 걸 깜빡 하셨던 모양이다, 촛불 진압하듯이 (생존권 시위를) 그냥 진압하면 되겠다 이렇게 생각했던 모양인데, 상당히 위험한 생각이었다"고 힐난했다.

 

또 "실제로 경찰에서도 이러한 정권의 뜻을 떠받들어서 떼법 지수라는 정말 웃지 못한 이상한 지수까지 만들어가면서 정권에 충성해오지 않았느냐"면서 "어제 우리가 본 것은 그 과잉충성의 결말 아닌가란 생각"이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을 정조준해서도 "궁극적인 원인은 대통령한테 있는지도 모른다"며 "왜냐하면 이번에 참사를 부른 강경진압은 이명박 정권이 강력하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권은 툭하면 떼법 떼법 운운해오지 않았나? 한 마디로 국민을 떼 쓰는 어린애 정도로 바라보는 건데, 저열한 정치의식이 이러한 참극의 진정한 배경이라고 나는 믿는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해관계 조절을 특공대에게 맡기다니..."

 

이날 진 교수는 향후 예상되는 이 대통령의 대응수순에 대해서도 관심을 모았다.

 

그는 "촛불집회 때 이미 한 번 겪어보지 않았나? 이번에도 국민들이 분노가 거세면 사과하는 듯이 머리를 조아리다가 또 분노가 사그러들면 꼬투리 잡아서 항의시위나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잡아 가둘 것"이라며 "그 인생철학이 바뀌겠나"라고 비꼬았다. 이어 "한미FTA를 한다는데 대통령도 좀 수입하면 어떻겠냐"라고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1·19개각 다음날 참사가 터져 일각에서 이 대통령이 지독히 운이 없는 대통령이란 얘기가 나온다'는 사회자 질문에 그는 "그게 운빨의 문제라고 믿을 수는 없다, 그렇게 본다면 청와대에서 무당 불러서 굿을 하거나 아니면 영빨 좋은 소망교회 목사님 모셔다가 축복기도를 받아야 할 일"이라고 비꼰 뒤, "내가 볼 때에는 모든 일에는 인과 관계가 있다, 이번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자꾸 그 사이야 검찰과 경찰 등 '쌍칼'을 휘두르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진상 규명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 책임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한나라당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내가 볼 때는 드러날 진상은 다 드러났다고 본다, 경찰이 무리한 진압을 했고 그 다음에 그 무리한 진압을 명령한 사람이 있었고 희생자가 발생했다"며 "더 이상 드러날 진상이라는 것은 기껏해야 불이 어떤 경로로 발화가 되었느냐 하는 정도"라고 일축했다. 

 

야당의 공세에 반발해 '용산 참사를 정쟁으로 몰고가선 안된다'고 주장하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철거민과 노동자들의 생존권에 관련된 문제가 진짜 국회에서 논의가 된다면 그 사람들이 왜 농성을 하겠냐"고 반문한 뒤, "현실의 물리적인 충돌을 의회 내의 합리적인 논쟁으로 바꿔놓는 게 대의제 민주주의다, 이런 문제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 도대체 국회에서는 뭘 갖고 정쟁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끝으로 현행 재개발 방식의 문제점에 대해 진 교수는 "사실 재개발하면 누구는 대박 나고, 누구는 쪽박 찬다, 지주들은 떼돈 벌고 세입자들은 알거지가 된다, 이는 정의가 아니다"라며 "그래서  결국 서로 다른 이해관계들을 공정하게 조절해야 하는 것인데 내가 볼 때 그것은 콘테이너 타고 내려오는 특공대에 맡길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태그:#용산 재개발 , #진중권 , #화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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