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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자동차 유리 조각, 불에 타 흩날리는 농성 물품들의 재. 울산 동구 현대미포조선 인근에 있는 현대중공업 소각장 입구 도로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현대미포조선 비정규직 복직 등을 요구하며 두 노동자가 한 달 가까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70m 굴뚝 아래에 있는 단식농성장 광경이다. 

 

17일 밤 11시 40분 경, 진보신당 울산시당준비위 노옥희 위원장과 조승수 부위원장, 소속 지방의원, 노동자 등 10여 명이 단식농성중이던 이곳에 50여명(회사 측 주장)~100여명(진보신당 측 주장)의 현대중공업 경비대가 헬멧을 쓴 채 농성장으로 몰려왔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헬멧을 쓴 경비대가 소화기를 발사하면서 나타나 단식농성장 비닐 천막과 그 안에 있던 물품, 농성자 및 민주노총 방송 차량에 있던 물품들을 농성자들이 피워 놓은 장작불에 태웠다. 경비대는 쇠파이프 등으로 차량의 유리를 깨고 물품을 꺼냈고 만류하는 농성자들에게 해산을 요구하며 헬멧과 각목을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단식농성 중이던 현대미포조선 조합원 김석진씨가 경비대가 휘두른 소화기에 수차례 머리를 맞아 병원으로 실려갔다. 역시 단식농성중이던 울산 동구의회 박대용 의원이 경비대의 발에 밟혔고, 울산진보신당 국장은 내리치는 각목을 왼쪽 팔로 막다 타박상을 입어 역시 119로 병원에 실려갔다.

 

함께 있던 진보신당 중앙 당직자는 경비대로부터 손으로 얼굴을 가격 당해 코피가 나기도 했다. 18일 현재 이들에게서 아직 큰 부상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옥희 위원장의 차량과 민주노총 차량 등 4대 차량의 유리창이 깨지는 등 파손됐고 차량안에 있던 방송용 스피커와 침낭 담요 등 농성 물품이 대부분 불에 타 없어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울산동구 의회 서영택 의원은 "100여 명의 건장한 사람들이 헬멧을 쓴 채 소화기를 쏘며 해산하라고 윽박지르는 순간 '백골단이 나타났다'고 생각했다"며 "일반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눈 앞에서 벌어졌다. 현대 백골단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의원인 박대용 구의원이 경비대의 발길에 짓밟히자 경찰이 되레 보호차원에서 쓰러져 있던 박 의원을 끌고 가다시피 대피시키는 상황도 발생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현장에서는 경찰을 포함한 전경 1개 중대가 경찰차량에 대기하고 있다 이 광경을 보고 경비대를 제지했으나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진보신당은 18일 오후 2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심야집단테러를 규탄한다"며 "현대중공업 사장과 경비대장, 그외 폭력에 가담한 경비를 구속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진보신당은 이어 "현대중공업 실질적 지배자인 정몽준 의원은 경비대를 해산하고 태러사건에 대해 공개 사과하라"며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모든 당력을 동원해 끝까지 엄중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신당의 한 당직자는 "이번 테러는 지난 80년대 노동자 대투쟁 때 보여준 현대 재벌의 테러를 그대로 보는 것 같았다"며 "현대의 사병에 의한 이런 행태가 없어지지 않는 한 이런 사태는 항상 발생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굴뚝 음식물 반입 놓고 공방전

 

이날 사태는 17일 오후 5시경 굴뚝에 음식물을 올리면서 벌어진 노동자와 현대중공업 경비대 간 공방전의 연장선이었다.

 

17일 울산 동구에서는 강기갑 민노당 대표, 노희찬 진보신당 상임대표를 비롯해 노동자 1000여 명이 모여 영남노동자대회를 열었고, 이어 노희찬 대표를 비롯한 4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오후 4시 30분쯤 굴뚝 농성 현장에 집결해 촛불집회 등을 열었다.

 

이때 굴뚝에 음식물을 올리려는 노동자들과 반입을 차단하려는 현대중공업 경비대 간 마찰이 빚어졌고, 우여곡절 끝에 모두 세차례에 걸쳐 굴뚝으로 음식물이 올라갔는데, 농성 26일만에 처음으로 음식물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경찰과 합의한 기본 물품(생수와 초코렛)이 굴뚝으로 올라가고 있는데도 노동자들이 음식물을 올리려고 해 이를 막은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오히려 회사측 사람들이 7명이나 다쳐 되레 우리가 피해자"라고 밝혔다.

 

이어 "17일 밤에 일어난 사태는 회사 보안팀이 농성자들에게 텐트 철거를 요구하다 벌어진 몸싸움"이라며 "그들의 주장대로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현대미포조선, #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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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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