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울산시 자료관에 보관된 문서들. 종류별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울산시 자료관에 보관된 문서들. 종류별로 쉽게 찾을 수 있다 ⓒ 박석철

울산의 한 비영리단체 간사인 김영경씨는 최근 세무서에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서류를 찾다 깜짝 놀랐다. 지난 1998년 설립된 이 단체의 당시 기록물 중 꼭 필요한 창립 회의록이 없었기 때문.

 

이리저리 알아본 김씨는 회의록을 새로 발급받기 위해서는 법원에서 인감증명서를 떼고, 다시 공증사무실에서 회의록을 발부 받아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와 비용이 든다는 데 난감했다.

 

혹시나 싶어 비영리단체 인가를 받은 울산시를 방문한 김씨는 다시 한 번 깜짝 놀랐다. 울산시청 지하에 있는 '울산시자료관'에서는 단 1분만에 10년 전의 회의록을 찾아 복사까지 친절하게 해 준 것.

 

10여년 전 옛날 서류를 발급받으러 울산시청에 갔다가 하루종일 서류찾는 데 시간을 보낸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졌다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제보를 받고 찾은 울산시청 신관 지하 2층 기록실에는 수많은 문서가 잘 정리돼 있었다. 지난 2003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울산시자료관 정보화 작업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문서 하나하나를 각 종류별로 분류해 전산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컴퓨터로 두드리면 10년된 자료를 1분만에 찾도록 시스템화 됐다
컴퓨터로 두드리면 10년된 자료를 1분만에 찾도록 시스템화 됐다 ⓒ 박석철

컴퓨터에 고유번호가 입력된 문서들은 자료관에 보관되고, 00년 00문서의 고유번호를 입력하니 보관된 장소가 그대로 나왔다.

 

지난 2006년 '공공기관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발효된 직후 시작된 이 작업은 3년뒤인 2006년 집계결과  문서 21만3000권, 도면 3000여건, 카드 5000여장, 필름류 1000여권, 녹음영상류 6000여건이 정리됐다고 한다. 지금은 그 두 배쯤 될 것이라는 것이 이곳 사람들의 전언이다. 이 작업은 2012년쯤이면 완전히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같은 문서 정보화 작업을 창안한 울산시청 6급 김대성씨는 지난 2006년 8월 19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개최된 '동아시아 기록보존 협력기구(EASTICA)'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했다. 

 

그는 고졸 출신의 지방 하급공무원으로서 쟁쟁한 학벌의 대한민국 전문가를 대표해 자신의 노하우를 세계 참가자들에게 설명했다.

 

김대성(48)씨는 당시 '지방자치단체 기록물 관리기관 설립의 필요성과 울산시의 역할'이라는 주제발표를 한 기억을 상기하면서 "당시 지방으로 여러 가지 국가사무가 이전되는 가운데 지방자치의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기록물 관리가 필요하다고 발표했었다"고 회상했다.

 

그와 동료들이 하고 있는 문서 전산화 작업의 핵심은 기록물을 표준화, 전문화, 시스템화 해서 손쉽게 찾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지자체에서 기록물 수집과 정리, 관리 권한이 부여된 전문기관을 설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광역지자체가 기초단체와 교육기관, 연구기관, 경찰기관, 기업, 단체의 기록물까지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논문을 준비하는 대학 교수들은 물론 전국 지자체에서도 자료를 찾거나 시스템을 벤치마킹 하기 위해 울산시자료관을 수시로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울산시에 따르면 이 작업과 관련, 오는 2010년 가칭 '울산광역시 기록원' 설립을 준비중이다.

 

김대성씨는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자료관이 활성화돼 시민들이 자료관을 제집 드나들 듯 한다"며 "울산시자료관도 몇 년내 유럽 못지 않은 면모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민과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해 손 쉽게 자료를 찾고 일상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울산시자료관#정보화작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