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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glieng school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프레 그룹은 11월이 되면 Wanglieng school로 다시 들어오지만 람푼 그룹은 아마도 다시 올 일이 없을 터, 팀원들의 마음이 무거워진다.

 

어젯밤, 내가 덜 아프고, 내가 덜 힘들기 위해선 헤어짐을 준비해야 한다고,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표현하는 게 서로가 소통하는 법이노라 팀원들에게 말했지만 과연 나부터가 어떻게 될는지. 창피하게도 난 눈물이 많다.

 

그나저나 등교하는 아이들의 손에 두 손 가득 꽃이며, 팔찌며, 먹을 것들이 들려있다. 그것이 하나 둘씩 우리 손으로 건네지기 시작한다. 유달리 싹싹하게 정을 많이 표현했던 여자 팀원들은 이미 아이들에게 둘러쌓인 채 아침 식사의 때를 놓치고 말았다.

 

국기게양식, 평소 땐 다들 업무를 보시던 선생님들이 모두 참석하셨다. 그리고 말이 길어진다. 다들 우리를 보고 웃다가 박수를 치기를 반복한다. 아마도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계신가보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를 시작한다.

 

난 춤을 춘다. 그리고 빙그르르 돈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즐겁다'는 몸짓, 사실 난 춤을 추는 걸 엄청 싫어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즐겁다는 표시, 마지막으로 '사랑해요'를 다같이 외치고 아이들과의 인사를 마친다. 11명의 인사가 다 돌아갈 때 쯤 서서히 팀원들과 아이들이 울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눈물바다로 학교는 변한다.

 

그렇게 울고 웃기를 반복하며 종이쪽지에 이름을 받고, 이메일 주고를 받고, 사진을 함께 찍는 것을 몇 십분이고 아이들과 함께 한다. 과연 우리가 이곳에 와서 무엇을 했기에 아이들이 이렇게나 마음을 열었는지 모를 일이다. 도리어 난 아이들에게 돌봄을 받고 돌아가고 있는데.

 

아이들의 순수한 호기심과 마음이 탁하고 더럽게 물들여진 내 영혼을 정화시켰다. 스스럼 없이 건네는 손부터 수줍게 인사하는 미소, 그리고 서습없이 다가와서 쿡 찌르는 자연스러움까지, 가면을 쓰고 포장하면서 고고하게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친 나로서는 그 무겁고도 질긴 가면을 하나씩 하나씩 벗어제낄 수 있었다. 이들이 도리어 나의 선생이다.

 

그건 그렇고 이번엔 선생님들이 울기 시작하신다. 50대의 여자 선생님은 3분 정도 계신데, 모두들 내가 아들뻘이라며 엄마라고 부르라고 넉살좋게 이야기하곤 하셨는데, 한 분씩 안을 때마다 울음을 그치시질 않는다. 이것 참, 안 울려고 했는데 결국 눈물샘이 터져버렸다. 사람은 말을 하는 언어 말고도, 마음으로 주고 받는 언어가 분명히 존재하기에.

 

그렇게 언제까지고 있을 수 없을 터. 이것저것 정리하고 팀원들이 하나씩 짐을 싸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항상 몰래 빠져나가 낮잠을 잦던 유치원을 찾는다. 그곳엔 3살에서 4살된 나의 친구들이 있다.

 

내가 자러가면 이불을 들고 오는 아이부터, 내 등을 같이 두드려 주는 아이까지… 선생님한테 치앙마이로 당분간 돌아가노라 말하니 아이들이 알아듣는다. 모두들 손을 흔들면서 조그마한 대문에 붙은 채 떨어지지 않는다. 말똥말똥한 그 눈망울이 잊혀지지 않을만큼, 그들은 언제까지고 문에 붙어 있는다.

 

다시 돌아올 곳, 그리고 다시 만날 사람들, 하지만 사람의 정이라는게 그렇지 않나보다. 5일간의 만남, 말도 통하지 않고, 서로에 대해 아는 거라곤 하나도 없었지만 우린 그렇게 소통하고 사랑할 수 있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뒤로 한 채 차에 오른다.

 

어느 새 붉어진 눈동자들을 지긋히 감으며 아이들의 모습을 마지막까지 눈에 담으려는 듯 팀원들의 눈초리가 애초로워진다. 요와 똔은 이런 광경이 익숙한 듯, 아이들을 웃는 얼굴로 쓰다듬으며 팀원들을 챙겨준다. 그리고 받은 선물을 절대로 하나라도 놓고 가지 말라고 한다. 그들이 우리에게 건넨 마음이기에.

 

이곳에 오기 전에 항상 질문을 받았다. '사회에 나갈 나이가 다 찼는데 뭐하려고 봉사활동을 가냐고?', 사람들이 예상한 답은 '경력을 쌓으려고', '좋은 경험이니까', '사회도피의 좋은 계기'… 그 때 내가 꺼내논 답은 "지금이 아니면 평생 해 볼 수 없는 일이기에"였다. 거기에 하나 더 덧붙인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러 왔다고"

 

헤어짐이 있으면 또 만남이 있고, 만남이 있으면 또 헤어짐이 있을터. 오늘 하루가 그런 날은 아니었는지. 여하튼 사람을 만나고 또 만나고, 희망을 접하고 또 접하고 있다. 태국이라는 사회와 낮선 이방인이 묘하게 물들어가는 시간, 언제까지고 서로 물들어가고 싶다.

 

내일은 또 어떤 만남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위 일정은 9월 1일부터 9월 5일까지 진행된 라온아띠 태국팀의 일정이며, 그동안 인터넷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라온아띠#YMCA#KB#태국 프레#해외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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