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회의 혈이 막혔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혈이 막혀 헉헉대는 사회가 치르는 고통은 고스란히 대중의 몫이 되고 있습니다. 혈을 막고, 막힌 혈 앞에 두 손 놓은 자들은 서로 소리를 높이고 있긴 하지만 대중은 그 부당한 고통분담에 헛헛한 웃음을 날릴 뿐입니다."

 

지난 6일 동국대학교 다향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제1회 '소통포럼'(가칭) 제안자 일동이 초대한 글이 흥미롭다. 소통이 꽉 막힌 대한민국 사회의 현 주소를 학자들은 이렇게 표현하며 참다운 소통을 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유익한 그런 소통 모임을 갖자고 제안했다.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와 이창근 광운대 교수, 조종흡 동국대 교수, 원용진 서강대 교수를 주축으로 첫 자리를 마련한 '소통포럼'은 한국사회의 소통을 가로 막는 원인을 찾아내고 가능한 소통의 해법을 진지하게 모색하기 위한 자리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 만했다.

 

이들은 "지금 바로 이 한국 땅에서 지식인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라는 무거운 화두를 던지면서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자주 던져야 하고, 답을 모색해야 할 질문이지만 정작 필요한 때라 그런지 더더욱 접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일까.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소통을 주제로 열린 토론을 펼쳐 나간다는 방침이어서 예사롭지 않을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눈에는 지역언론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꽉 막힌 소통의 혈을 터보자는 취지에서 반길 만한 일이다. 그런데 '언론은 소통의 창구'라는 점에서 최근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들을 보면, 유감스럽게도 소통의 혈을 가로막는 요인들이 산재해 있는 듯하다.

 

웬만한 시도로는 원활한 소통의 혈을 도모하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의 눈에는 지역언론이 보이지도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높게 일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부산·경남지역에서 최근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지역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주도하는 일련의 언론정책들에 날선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언론장악저지 경남연대는 8일 오후 창원노동복지회관 소회의실에서 '이명박 정부의 지역언론 정책을 말한다'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지역언론 종사자들과 시민단체는 이명박 정부의 편협한 언론정책을 한 목소리로 성토했다. 정재준 KBS창원노조 지부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김훤주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장은 이명박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신문방송 겸영 허용안에 대해 질타했다. 그는 "재벌의 방송시장 진출과 조중동-재벌의 짝짓기를 통한 방송시장 진입"이라며 "재벌방송은 시청자의 이익보다는 자기와 특수한 관계에 있는 그런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여 여론과 시장을 왜곡할 개연성이 아주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재벌은 돈을 대고 조중동은 그동안 쌓아온 기술과 경험과 콘텐츠를 밑천으로 내놓는 식"이라며 "채널이 하나 늘어나는 만큼 독자들의 지역신문 외면이 더 커질 개연성이 높고 마찬가지 채널이 하나 늘어나면 광고 수주가 일정하게 줄어들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신문지원기구를 하나로 통일한다는 정부 안도 이날 비판의 대상이 됐다. 김 지부장은 "지역신문법을 사실상 폐지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에는 지역신문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라며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은, 내심으로는 지역신문 따위는 없어도 좋다, 나아가 없어야 좋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에 뿔난 부산·경남지역...왜?

 

'지역방송이 뿔났다'는 제목으로 발제한 오정남 마산MBC노조 위원장은 "양극화의 완충지대인 교육·의료·언론분야가 기초부터 허물어지고 있다"며 "특히 언론분야는 자율성과 독립성, 여론다양성의 개념보다 경쟁과 효율 등 시장주의의 개념을 앞세운 정치논리가 공익성을 짓누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자들도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성대 민주노총 경남본부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음모를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며 "이 정부가 하자는 대로 할 경우 언론 노동자들의 고용악화가 심화되고, 노동 강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은 경남정보사회연구소 소장은 "'촛불은 소통이고 이명박은 먹통'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언론은 소통이고 소통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언론을 소통의 도구로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홍보수단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 정부는 언론도 중심에서 성장하고 지역은 떡고물을 나눠 먹는 정도로 생각한다"며 "지역에서도 다양한 소통 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부산지역에서도 지난달 26일 '이명박 정부 언론정책 이대로 좋은가'란 주제의 토론회가 열려 부자신문과 재벌기업 위주의 언론정책이 도마에 올려졌다. 부산민언련과 부산시청자주권협의회, 부울경 언론노조협의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을 평가하는 시민대토론회는 이날 국제신문 소강당에서 진지하게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진로 우리단체 대표(영산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국민이 우려하는 방향의 언론정책을 펴고 있다"고 전제하고 "시장위주의 자유 경쟁, 신문시장의 독과점, 불공정규제 완화, 방송의 탈공익성 시도, 지역언론 정책의 약화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박민 전북민언련 정책실장은 두 번째 발제에서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 언론을 살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언론 현업인, 시민사회단체, 학계가 연대해 지역 언론 공공성 지키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공영방송 사수, 지역언론 사수에 뜻을 같이하며 "토론회를 지역언론 공공성 지키기의 출발점으로 삼자"고 입을 모았다.

 

"이명박 정부에게 지역시청자는 안중에도 없는가"

 

이보다 앞선 지난 7월 29일 방송광고 연계판매 폐지를 반대하는 전국 지역 시청자단체, 시민사회단체 일동과 지역미디어공공성위원회가 공동으로 낸 성명도 이명박 정부의 방송정책에 관한 비판 일색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명박 정부에게 지역시청자는 안중에도 없는가'란 제목의 성명에서 이들은 "지역언론에 대한 대책 없는 KOBACO 연계판매제도 폐지계획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지만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쟁과 효율을 빌미로 한 이명박 정부의 방송사유화 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지역지상파방송은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여론다양성 실현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성명은 "일극중심의 한국사회 현실에서 지역의 이해와 요구, 관심사를 반영하고 실현하는 공론장으로서 사실상 유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단위이기 때문"이라고 뼈 있는 지적을 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서울방송의 중계국 정도로 인식되며 경쟁력을 상실해 온 지역방송은 그 생존기반인 지역시장의 침체와 맞물려 지속적인 경영위기에 봉착해있다. 이런 실정에서 연계판매제도를 통한 재원조달구조가 사라질 경우, 지역방송의 생존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이 지역언론과 수용자들을 배려하기 보다는 서울언론, 그 중에서도 부자신문 편이라는 점에서 지역민의 비판을 살 만도 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어코 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지역신문발전위원회, 한국언론재단 등 4개 언론지원기구의 통·폐합과 관련해 초안을 내놨다. 김기홍 문화부 미디어정책관은 5일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린 '신문산업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신문위와 지역신문위, 언론재단 등 3개 기관의 중복 업무가 너무 많아 이 부분의 통합은 불가피하다"며 "기본적으로 4개 기관의 통합은 기본적인 정부 방침이며, 가칭 '한국언론진흥재단' 형태로 독임제 기구를 상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문발전위원회·지역신문발전위원회·한국언론재단 등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는 언론 지원기구들이 통·폐합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지만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들 기구에 대한 통합은 정부의 기본방침"이라며 독임제로 가칭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 통·폐합할 방침을 강행하고 있다.

 

지역언론의 불만도 거세다. 특히 그동안 지역신문발전지원법에 의해 지원을 받아 온 지역신문들은 서울의 과점 신문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비판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   

 

"차라리 '지역방송과 종교방송 등의 생사에는 관심 없다'고 말하라"

 

이보다 한 발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4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이른바 '방송부문 선진화 계획'을 공표했다. 핵심은 방송매체를 소유할 수 있는 대기업의 기준을 완화하고, 신문방송의 교차소유를 허용하고, 민영미디어랩 도입을 통한 방송광고판매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주파수 경매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언론정책은 이미 예고된 바다.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을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월 8일 기존 신문법을 폐지하고 대체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화부는 당시 ▲ 신문·방송의 겸영 규제 완화 ▲ 신문지원기관 통합 ▲ 시장지배적사업자 추정 조항 등 위헌 결정이 난 규정의 정비 등을 대체입법안에 담겠다고 인수위에 보고했다.

 

그러나 지역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부산·경남에 이어 대전·충남지역 시민사회단체도 발 빠르게 문제를 제기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행정도시 이전사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최근 행정구역 개편문제가 급물살을 타면서 심기가 극도로 불편해진 지역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부문 선진화 계획'에 대해 대전충남언론공공성수호연대(공동대표 강동원·남재영)가 즉각 비난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5일 논평을 통해 "방송통신위원회가 4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공표한 이른바 '방송부문 선진화 계획'의 핵심은 방송매체를 소유할 수 있는 대기업의 기준을 완화하고, 신문방송의 교차소유를 허용하며, 민영미디어랩 도입을 통한 방송광고판매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주파수 경매제를 도입한다는 것 등이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 계획들은 공영방송을 민영화해 대기업과 조중동에 팔아넘길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점, 지역방송과 종교방송의 존립기반을 말살할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에 지역과 언론계, 시민단체의 격한 반대에 부딪혀 왔던 내용들"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방통위원회의 안은 '경쟁과 선진화'라는 미명 아래 대기업에게 방송과 주파수를 선물하고, 불법 경품 등으로 신문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조중동에게 날개를 달아줘 나라의 여론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려는 야욕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자본금 10조원의 대기업이 보도 및 종합편성 채널을 운영하며 방송광고시장에 진입하고 방송광고공사체제라는 안전판이 해체될 경우 특히 지역방송은 궤멸적인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이들은 "경쟁과 선진화라는 말로 국민을 호도하지 말고 차라리 '지역방송과 종교방송 등의 생사에는 관심 없다"고 밝힌 뒤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솔직하지 않겠느냐"며 "우리는 지역을 짓밟고 약자를 짓밟고 대기업, 강부자를 위한 나라를 만들려는 그 모든 시도에 맞서 지역민과 함께 단호히 싸워 나갈 것"이라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대전충남언론공공성수호연대에는 전국언론노조 KBS대전지부와 MBC대전지부, TJB지부, CBS 대전지부, 기자협회 충청투데이지회,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충청언론학회, 대전독립영화협회, 조아세대전모임 등이 참여하고 있다.

 

<동아> <중앙> "미디어산업 규제완화는 당연하다?"

 

신문방송 겸영 허용과 신문지원기구 단일화에 대한 지역여론은 이처럼 대체로 부정적이다. 그런데도 서울의 보수신문들은 정부의 이러한 언론정책에 환영일색이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사설 및 칼럼에서 두드러지게 묻어난다.

 

<동아일보>는 6일 '방송, 고도산업-정상언론의 길 앞당겨야'란 제목의 사설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신문과 방송의 겸영 금지를 비롯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혔다"며 "미래의 신(新)성장 동력이 될 방송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바른 비전 제시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 정부의 언론정책이 윤곽을 드러내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동아>는 8일 '신문-방송 겸영은 변화의 시작'이란 외부칼럼을 통해 다시 정부의 언론정책을 부추겼다. 문재완 외국어대 교수의 이날 칼럼은 "방통위의 업무보고는 금기의 문을 과감하게 열었다는 점에서 큰 변화"라고 운을 떼면서 "이런 변화는 계속해야 한다"고 정부의 신문방송 겸영을 반겼다. 그러면서 "신문과 방송의 겸영은 지상파 수준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이 글은 "변화가 공영방송 개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중앙일보>도 9일 외부칼럼을 통해 규제완화는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미디어산업 규제완화는 당연'이란 제목의 칼럼은 윤석민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가 쓴 글이다. "20세기의 낡은 구조 규제틀을 21세기 디지털 미디어 국제 경쟁시대에 부합하는 선진화된 행위 규제로 대체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루어질 수 없다"는 글은 "미디어산업 규제 개편 논의를 둘러싼 권력과 방송 양측의 성숙한 자세를 기대해 본다"고 역시 긍정론을 펼쳐보였다.

 

<한겨레> "국민의 64.1%가 신문-방송 겸영에 반대"

 

<한겨레>의 8일자 설문조사 보도는 이러한 긍정론과 찬성론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이 정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일련의 언론정책을 제어하기엔 역부족인 듯하다. <한겨레>는 이날 '국민의 2/3 "신문방송 겸영 반대"'란 제목의 기사에서 "여론조사 결과, 소수 언론사의 여론 독점이 우려된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국민의 64.1%가 신문-방송 겸영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한 <한겨레>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 플러스에 의뢰해 지난 6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4.1%가 신방 겸영이 '소수 언론사의 여론 독점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또 '방송통신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찬성 의견은 25%였다.

 

특히 "한나라당을 선호하는 응답자 절반 이상인 51.8%가 신방 겸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으며 민주당 지지자는 70.8%가 반대했다"는 기사도 눈에 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언론단체들도 일제히 반발했다.

 

방통위가 4일 서울 세종로 방통위 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방송산업의 엄격한 소유·겸영 규제로 신규 투자 및 인수합병에 의한 성장을 제한하고 있어 미디어간 교차소유 허용을 통해 미디어산업의 활로를 개척 하겠다"고 밝히자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이하 미디어행동)은 이날 방통위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가 방송과 산업을 시장에 던져 넣어 재벌 대기업에 안겨주려 한다"며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할 게 아니라 추진하려는 모든 내용을 모든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역 MBC·민영방송 노동조합의 연합체인 지역방송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이명박 정권의 방송정책에는 '지역방송은 없다"며 "아무 대책없는 민영미디어랩 도입으로 인한 지역방송의 공적기능 훼손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성은 미디어의 본질...어떤 가치나 이익으로 대체될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공공성' 훼손을 우려하는 언론학자 203명은 "공공성은 미디어의 본질이며, 다른 어떤 가치나 이익으로 대체될 수 없다"며 '미디어 공공성 포럼'(운영위원장 강상현 교수) 창립을 선언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해석된다.

 

"이명박 정부는 한편으로는 언론에 대한 국가 통제를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디어를 시장논리에 맡겨 놓으려는 '권위주의적 시장주의'에 집착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공공성' 훼손을 우려하는 언론학자들이 나선 것이다.

 

'미디어 공공성 포럼'은 한국언론학회,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에 속한 203명의 언론학자들이 동참한 것으로, 정부의 언론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며 대규모 연대를 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지난 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미디어 공공성 포럼 창립대회 및 기자회견'을 열어 "공공성은 미디어의 본질이며, 다른 어떤 가치나 이익으로 대체될 수 없다"며 "언론 자유의 소중함과 언론 민주주의가 사회 발전에 얼마나 귀중한지 강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선><동아>, 불법판촉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그런데도 보수신문은 일부 학자들의 글을 내세워 신문방송 겸영을 은근히 부추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경남도민일보>의 '서울지역 일간지 불법판촉 계속'이란 제목의 기사는 눈여겨 볼 만하다.

 

'서울지역 전국 일간지가 불법 경품 제공과 무료 구독 권유를 한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조선일보>에 이어 이번에는 <동아일보>다'는 이 기사는 "창원 ㄱ아파트에 사는 직장인 홍모(48)씨는 지난 5월 말 아파트 입구에서 40대 남성에게 동아일보를 받아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이 남성은 홍씨에게 백화점 상품권 1만 원권 5장을 건넸고 1년 동안 무료로 구독하게 해주겠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받은 1만 원권 상품권 5장과 영업 직원의 명함을 시민이 <경남도민일보>에 신고했다"는 이 기사는 "앞으로도 불법경품을 받으면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대표센터, 055-261-0339)이나 경남도민일보(055-252-0677), 경남신문(055-283-3618)으로 신고하면 최저 30만 원에서 최대 1000만 원에 이르는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한 쪽에선 신문지원법 일원화와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부추기면서 다른 한 쪽에선 불법적인 판촉행위를 일삼고 있는 부자신문들에겐 지역언론 정상화와 꽉 막힌 지역소통의 '혈' 따위는 중요치 않다는 투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이 8일 '조중동 OUT·불법경품 추방을 위한 전국순례단'(이하 전국순례단) 발대식을 가진 것도 따지고 보면 과점 보수신문들의 약탈적 판촉행위를 견제하기 위함이다.

 

전국순례단은 이날 오전 발대식 및 기자회견을 통해 "조중동이 어떤 세력인지는 이제 만천하가 안다"며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정부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국민건강주권과 검역주권을 외치는 촛불 시민들을 폭도로 매도했다"고 밝혔다.

 

강준만 교수 "지역언론은 삶이 지역인 점을 키워나가는 것이 발전의 해법"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들은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주문이 비등하다. 좀 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책임 있게 논의돼야 한다. 특히 대기업이 미디어 산업에 진입해 무엇을 기여해왔는지 실증적이고도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정론정책에 가장 필요한 것은 미래를 향한 분홍빛 청사진의 제출이 아니라 가까운 과거를 돌아보는 겸허한 자세의 회복이다. 지역이 겪고 있는 소통위기도 반영돼야 한다.

 

소통의 중요성은 개인사든, 가정사든, 국가사든 세상사에서 새삼 거론할 것도 없는 사실상 만고불변의 진리다. 강준만 교수가 지난달 31일 <선샤인뉴스>에 쓴 '삶은 지역이다'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돌파해 보자는 대안적 글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강 교수는 이 칼럼에서 "정말이지 해도 너무 한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에 있나? 지방 사람들은 삶을 서울에 저당 잡히고 사는가?"라고 서울 중심적 사고를 우려하면서 "그러나 너무 비관할 건 없다. 삶이 지역인 것도 많다. 지역언론은 삶이 지역인 점을 키워나가는 것이 발전의 해법일 듯싶다"고 대안을 던졌다.

 

"지역민들이 삶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막연하게 책상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제대로 알아보면 좋겠다"며 "삶을 지역으로 끌어들여 보자"고 제안한 그의 글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론 여전히 불안한 생각이 든다.

 

서울 방송, 서울 신문이 여전히 여론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정부의 언론정책에 지역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선샤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명박정부 언론정책, #지역언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