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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명박 정부를 향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독기 품은 언행이 눈길을 끌고 있다.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규제 합리화'를 기조로 한 이명박 정부의 '지방발전 추진전략' 때문이다.

 

수도권 규제완화는커녕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각종 인센티브 제공 방침에 대해 김문수 지사는 위험 수위를 넘나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못 들은 척 한다. "지방발전과 수도권 규제 완화가 동시에 이뤄지면 좋겠지만, 지금은 지방발전이 더 우선(이동관 대변인)"이라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24일 오후 경기도 경제단체연합회 주최로 '수도권 규제 철폐 촉구 결의대회'가 열렸다. 김 지사는 경기도 출신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과 함께 참석해 맨 앞에 서서 이명박 정부의 수도권 규제 정책을 비난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인사 실패, 쇠고기 파동, 경제악화 등 정부 출범 초기부터 쏟아진 각종 악재를 돌파하기 위해 '참여정부를 쫓아간다'는 오명까지 감수하며 지방발전 정책을 내놓고 있는 이 대통령은 더 이상 과거의 '이명박 서울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과 '맞짱뜨기'에 나선 김문수 지사에 대해 '대권 행보'라는 시각도 있지만, 김 지사측은 "절대 아니다"고 부인했다.

 

김문수 지사의 역공 "미군기지도 지방으로..."

 

24일 원유철 한나라당 경기도당위원장 등 지역 국회의원, 시장·군수 및 지방의원, 경제단체 관계자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수도권 규제 철폐 촉구 결의대회'에서 김문수 지사는 전날(23일)에 이어 이명박 정부의 지역발전 전략을 맹비난했다.

 

김 지사는 특히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진정으로 지방을 발전시키고 균형발전을 한다면 경기도의 미군기지, 훈련장, 군 비행장 등도 모두 지방으로 빨리 이전할 것을 촉구한다"며 역공을 폈다.

 

김 지사는 또 "이명박 대통령은 어떻게 입만 뻥끗하면 일자리를 만든다고 하느냐"며 "(그러면서) 정부가 대한민국 일자리의 60%를 만드는 경기도를 공장총량제 등으로 규제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도 하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군사보호시설, 공장총량, 상수원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를 받고 있는 경기지역의 기업을 다른 지역으로 빼가면서 보조금을 주고 세금을 줄여주는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된 정책이냐"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각종 규제로 피해를 보는 도민에게 감사를 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배은망덕한 정책을 펴고 있다"며 "각종 규제를 담고 있는 악법을 도민이 힘모아 철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지사는 전날 열린 긴급 시장·군수회의에서도 "(경기도 이외의 지방 관계자들이) 청와대를 드나들며 수도권 규제가 완화될 경우 촛불집회 이상의 일이 일어날 것 같다고 했다지만, 이런 공갈·협박이 통한다면 우리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또 "이 대통령께서 데모하는 사람 봐주기를 한다면 우리도 촛불집회를 해야겠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잠꼬대도 분수가 있다. 어느 정도 해야지, 우리가 가만히 있다고 해서 완전히 사람이 살지 않는 곳으로 생각한다"며 "이제는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부가 경기도에 대해서는 조금도 눈치를 보지 않고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다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반드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지사는 계속해서 이명박 정부의 지방발전 전략에 대해 "정신 나간 짓" "제정신이 아니다" "우리가 이렇게 하기 위해 정권교체를 한 것이냐"는 등의 격한 표현을 써가며 성토했다.

 

그는 "경기도가 현 정부 출범에 기여하고 노력했다"며 "도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해도 부족한데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은 배은망덕"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1일 정부가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제외한 지역발전 정책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김문수 지사의 태도가 그렇게 강경하지만은 않았다.

 

당시 경기도는 '정부의 지역발전 정책에 대한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고유가 등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국·내외 경제 위기 속에 민생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지금은 무엇보다 규제 완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및 기업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을 때"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정부의 방침에 환영 일색인 비수도권과 이명박 대통령을 배려한 조치다.

 

하지만 다음날 김 지사의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목소리를 높이고 시위를 해야 들어준다면 그렇게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정부의 정책을 정면으로 반대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힌 것.

 

정부의 '지역발전 정책'에 대한 도내 시.군의 반응이 속속 올라오면서 '소극적인 대응'이 아니라 '적극적 대응'으로 나서야 도민들의 민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지금 상황에선 지방에 대한 배려 먼저 해야"

 

김문수 지사를 중심으로 지방발전 전략에 대한 반발이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청와대는 괘념치 않는 분위기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문수 지사 등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에 대한 입장을 묻자 "지방에 대한 배려와 수도권 규제완화는 궁극적으로 같이 이뤄져야 할 목표지만, 지금 상황을 비춰볼 때 지방에 대한 배려를 먼저 하는 게 낫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필요하면 동시에 진행하지만, 그러나 무게 중심은 현 시점에서 지방에 있다는 배려 차원"이라고 부연했다.

 

전날(23일) 이명박 대통령도 기자들과 만나 "'선 지역발전, 후 수도권 합리화'라는 방침은 확고하다"며 "광역권으로 개발을 해서 기본적으로 수도권에 버금가는 경제권을 갖도록 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김문수 지사가 저렇게 세게 나오는 것은 자치단체장으로서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지사가 대권을 보고 그러는 것 같냐"는 질문에는 "아직 한참 멀었는데, 벌써부터 그럴 리가 있겠냐"면서도 "어쨌든 김 지사는 행정가가 아니라 정치인으로 이해를 해야 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태그:#김문수 경기도지사, #이명박 대통령,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규제 합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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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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