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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YMCA와 열린사회희망연대는 2005년 거제 취도에 있는 도고 승전탑을 돌로 에워싸는 행사를 벌였다.
 거제YMCA와 열린사회희망연대는 2005년 거제 취도에 있는 도고 승전탑을 돌로 에워싸는 행사를 벌였다.
ⓒ 거제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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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가 러일전쟁(1905년) 당시 일본의 전쟁영웅을 기리는 유적을 복원해 일본 관광객 유치에 나설 것을 한때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경남도가 한때 유적 복원 계획을 세웠던 인물은 러일전쟁 때 일본 해군 제독을 지낸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다. 일본인들은 그를 영웅으로 추앙하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 3월 외국인 관광객 유치 종합계획을 세우면서 도고 유적 복원을 검토했고, 22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상반기 이순신프로젝트 추진상황 보고회'에서도 언급되었다. 이날 보고회에는 경남도와 관련 기관 전문가 등 20여명이 모여 이순신프로젝트 추진상황을 협의하고 건의사항을 수렴했다.

<국제신문>은 23일 보도를 통해 "경남도가 일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러일전쟁 당시 일본의 전쟁영웅인 도고 기념물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으며, 경남도는 10억 원을 들여 2010년까지 유적지를 복원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경남에는 도고와 관련한 유물·유적이 3곳에 있다. 일제시대 당시 만들어졌지만 2곳은 지금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거제시 사등면 취도에 있는 '고도 승전탑'(일명 취도기념탑)과 '도고 제독 승전비', '도고 제독 친필 비문'이 그것.

취도기념탑은 러일전쟁을 기념해 1935년 8월 건립한 탑으로, 일본제국주의 침략전쟁을 미화해 놓았다. 이 기념탑에는 러일전쟁에서 러시아 마카로호 제독이 이끄는 함대 37척과 3천명의 병사를, 고도 헤이하치로의 일본 해군이 공격하여 전멸시키면서 승리한 것을 기록해 놓았다. 당시 일본 육군성과 진해요항사령부가 이를 기념하기 위해 탑을 세웠던 것.

거제YMCA와 열린사회희망연대는 광복 60주년을 맞아 2005년 8월 "일제망령 러일전쟁기념탑을 평화의 탑으로"라는 기치를 내걸고, 탑이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탑 주위를 돌로 에워싸는 행사를 벌였다. 그 뒤 탑 주위를 에워쌌던 돌은 치워졌다.

당시 이들 단체는 "광복60년이 된 지금까지 이 기념탑을 버젓이 세워둔 채 일본의 역사 왜곡과 독도 망언에 대해 분노하는 우리의 모습은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의 비웃음을 사고도 남을 것"이라며 "우리 속에 남아있는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도고 제독 승전비'는 현재 거제시청에서 보관중인데, 높이 160㎝에 폭 60㎝의 화강암으로 된 비석이다. 일제가 러일전쟁 때 가덕도 앞바다에서 러시아 함대를 격침한 것을 기념해 거제시 장목면 송진포에 건립했던 것.

'도고 제독 친필 비문'은 현재 진해시가 보관하고 있다. 이 비문은 진해시 제황산공원의 한 종교단체 시설 안에 세워져 있었는데, 이 종교단체가 지난 3월 진해시에 맡겼다. 이 비문은 전문가 감정 결과 도고의 친필로 확인되었으며, 일본에서 이를 사겠다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남도청 관광진흥과 담당자는 "올해 초 대통령 주재로 관광경쟁력 강화 발표가 있었는데, 경남도는 지난 3월 300만 외국인 유치 종합계획을 세우면서, 기록에 의하면 도고가 가장 존경했던 인물이 이순신 장군이고 일본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그런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보고회에서 그 이야기가 나오기는 했지만 최근 독도 문제가 나오는 바람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도고와 관련한 유적 복원은 국민의 동의 없이는 할 수 없고, 현재로서는 추진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영만 전 열린사회희망연대 의장은 "자치단체들이 하는 형태를 보면 전부 돈의 논리로, 역사의식도 민족의식도 없고, 돈의 논리가 쓰나미처럼 모든 분야를 휩쓰는 것 같다"면서 "일본인 관광객 유치해서 돈을 번다고 하나, 이순신프로젝트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도고를 거론한다는 게 맞느냐"고 따졌다.

그는 "취도기녑탑의 경우, 그것 자체가 하나의 유물이니까 훼손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하나 일본군국주의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을 한국 땅에서 기리는 기념물을 조성한다는 황당무개한 발상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경남도가 국민 정서를 감안해 당장에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지만, 한때 검토했다고 하니 문제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도고 승전탑#이순신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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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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