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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5월 15일 방송회관에서 '제1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취임식'을 하고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5월 15일 방송회관에서 '제1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취임식'을 하고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난 7월 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가 포털사이트 다음에 게시된 '광고 불매운동 게시글'에 대한 심의결과를 발표했다. 총 80건의 게시글 중 58건에 대해 '기타 범죄 및 법령에 위반되는 위법행위를 조장하여 건전한 법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 및 '기타 정당한 권한 없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해당 정보의 삭제'라는 시정요구를 했다고 한다.

해당 기사와 보도자료만으로는 구체적으로 어떤 글이 시정요구의 대상인지, 대상 글이 어떤 '범죄 및 위법행위'를 조장한다는 것인지, 타인의 권리침해에서 '타인'이란 조중동인지, 아니면 광고불매 대상 기업체 또는 대상 기업체의 담당직원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결정문이나 아니면 최소한 심의대상이 된 게시글을 공개할 수 있는지 전화로 문의했다.

위원회는 조속히 결정문을 공개해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광고 불매운동 게시글'에 대해 심의한 결과를 설명하는 보도자료. 그러나 보도자료만으로는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광고 불매운동 게시글'에 대해 심의한 결과를 설명하는 보도자료. 그러나 보도자료만으로는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담당부서인 통신심의국은 연결이 안 되고(항의전화에 시달려서 피하는 것인지 정말 바빠서 그런지는 알 수 없다), 홍보협력팀에서는 조만간 위원들의 발언내용 등을 정리한 심의결과를 홈페이지에 게시할 예정이지만 결정문이나 관련자료를 현재는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조중동에 광고를 실은 기업체와 담당직원의 성명과 연락처를 명시한 글이 시정요구 대상이 되었고, '타인의 권리침해'에서 '타인'이란 신문사가 아닌 해당 기업체와 담당직원이라는 것만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위원회는 조속히 결정문을 공개해야 한다. 이번 결정은 '방송통신심의원회 회의공개 등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광고 불매운동 게시가 과연 위법한가, 광고불매운동 게시글이 위원회의 심의대상에 해당하는가, 시정요구가 표현의 자유와 소비자의 권리 등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가, 시정요구의 근거법령이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 법령이 아닌가 등에 대한 법률적·사회적 논란이 있어 공개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위원회는 조속히 구체적 심의결과를 공개하여 이에 대한 건전하고 생산적인 비판과 토론이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

위원회는 먼저 공부부터 했어야 한다

위원회는 이번 결정을 내리기 전에 나름대로 법률검토를 충실히 했다고 변명할 것이다. 그러나 변호사인 내가 보기에(아니, 변호사가 아닌 일반 시민이 볼 때에도) 위원회가 과연 헌법을 알기나 하는지, 한 번 읽어나 봤는지(읽어도 해석이 안 되면 책을 찾아보든지 물어보든지 할 일이다) 참으로 한심하다.

그리고 촛불시위가 왜 시작되었으며(백번 양보해 촛불시위의 원인이 이번 결정과 무관하다고 치더라도), 왜 광고불매운동으로 진화했는지, 이번 결정의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에 대해 고민이라도 한 번 해봤는지 묻고 싶다.

참여정부 시절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에 대해 무섭게 따지던 조중동이 단지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강변한다. 쇠고기 협상에서 여실히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무지, 오만과 독선, 계속되는 거짓말과 협박에 항거하는 시민들을 폭도로 빨갱이로 매도한다.

정부의 무자비한 불법진압에 눈감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강력한 진압을 노골적으로 주문한다. 시민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중동이 '진실보도'라는 언론의 최소한의 기본적인 사명조차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저버리는 사이비 언론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조중동에 분노하고 그 분노가 구체적으로 광고 불매운동으로 발전한 것이다. 시민들의 조중동에 대한 분노는 지극히 정당하다. 위원회는 먼저 이것부터 알아야 한다.

위원회 결정은 표현의 자유와 소비자권리 침해한 것

'표현의 자유'는 자신의 사상과 의견을 외부로 공표할 수 있는 권리로서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 그리고 소비자의 권리는 소비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하여 공정한 가격으로 양질의 상품 또는 용역을 적절한 유통구조를 통해 적절한 시기에 구입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이다.

소비자의 권리를 구체화한 법률인 '소비자기본법'은 물품 등을 선택함에 있어서 필요한 지식 및 정보를 제공할 권리, 소비생활에 영향을 주는 사업자의 사업활동에 대해 의견을 반영시킬 권리, 소비자 스스로의 권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단체를 조직하고 이를 통해 활동할 수 있는 권리를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로서 보장하고 있다. 광고 불매운동은 이러한 표현의 자유와 소비자의 권리의 구체적 발현이다.

모든 법률과 공권력은 헌법에 구속된다. 법률과 공권력의 행사는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하며 불가피하게 기본권을 제한할 때에도 그 사유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정되며, 그 제한의 정도와 방법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국가 안전보장'이란 외부로부터의 국가의 존립과 안전, 그리고 이와 관련된 내부적 안전과 존립을 보장하는 데 국한되며 정권의 안전보장과는 명확히 구별된다. 헌법재판소는 이를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 헌법과 법률의 기능·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의 유지 등의 의미"라고 한다.

'질서유지'란 국가안전보장에 포함되는 소극적 개념으로서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와 사회적 공공질서를 말한다. '공공복리'란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개개 국민 다수의 실질적 이익을 말한다.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는 확대해석되어서는 안되며, 이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구체적 위험이 없는 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없다.

이번 시정요구는 정권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은 될 수 있겠지만 기본권 제한을 정당화하는 목적에 해당하지 않는다.

심의근거 법령도 위반했다

위원회는 이번 시정요구가 위원회의 존재 및 심의근거 법령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방송통신위원회법'), 정보통신윤리심의규정(이하 '심의규정') 등에 근거한 정당한 결정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대상 글은 법령에서 정한 심의대상이 아니다.

위원회의 보도자료에는 방송통신위원회법 시행령 제8조(심의위원회의 심의대상 정보 등)를 심의근거로 적시하고 있다. 그런데 위 시행령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보호법') 제44조의 7에 따른 불법정보 및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 등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정보"를 위원회의 심의대상으로 규정한다.

먼저 분명히 할 것은 불법정보 및 청소년 유해정보가 예시적인 규정이라 하더라도 위원회가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기만 하면 심의대상이 된다고 폭넓게 해석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원회의 심의대상이 되면 해당 글의 삭제 등 심각한 기본권 침해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심의대상은 불법정보 및 청소년 유해정보에 준하는 불법적이고 유해한 정보라고 한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대상 글이 청소년 유해정보가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면 정보보호법상의 불법정보인가. 정보보호법을 보면 '불법정보'란 ▲음란한 정보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정보 ▲정보통신시스템을 훼손, 위조하는 정보 ▲청소년유해매체로서 영리목적으로 제공되는 정보 ▲법령에 따라 금지되는 사행행위에 해당하는 정보, 법령에 따라 분류된 국기기밀을 누설하는 정보 ▲국가보안법상 금지되는 행위를 수행하는 정보 ▲기타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방조하는 정보로 열거되어 있다. 광고불매운동 글이 도대체 위 어디에 해당하는 불법정보란 말인가.

백번 양보하여 광고불매운동 글이 심의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위원회는 대상 글이 심의규정 제7조의 "기타 범죄 및 법령에 위반되는 위법행위를 조장하여 건전한 법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 제8조의 "기타 정당한 권한없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범죄 및 위법행위를 조장한다는 것인지 결정문이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업무방해죄를 상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무방해죄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 타인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할 때 성립한다.

조중동에 광고를 실은 기업과 담당직원의 성명 및 연락처를 게시한 것이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 아님은 두말할 것도 없다. 광고를 실은 기업에 전화를 걸어 항의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위계(속임수)를 사용하도록 조장하는 것이 아님도 명백하다.

해당 글을 본 사람이 자발적으로 전화를 할 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므로 위력의 사용을 조장하는 것으로 보는 것도 형법해석의 원칙인 유추해석 금지원칙에 반한다. 과도한 폭언이나 욕설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일부 사례로 전체를 매도해서는 안되며, 그것이 범죄가 되는지는 해당 업체가 고소하면 검찰과 사법부가 판단할 일이다.

그렇다면 "정당한 권한없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에 해당하는가. 광고불매운동이 헌법과 법률에 의한 정당한 권한 행사라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리고 항의전화를 받은 기업은 기업에게 이익이 되는지 여부를 검토해서 자발적으로 수용 여부를 결정하고 이에 관해 소비자는 어떤 강제력도 행사할 수 없다. 따라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

위원회는 더 이상 기본권을 억압하지 말라

아마도 이번 결정에 대해서는 이의신청과 행정소송·심의근거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 등이 뒤따를 것이다. 심의근거 법령은 사법부가 아닌 행정권에 의해 해당 글의 삭제라는, 헌법이 금지하는 사실상의 검열권의 행사를 가능하게 하므로 위헌의 소지가 매우 크다.

정부의 모든 공권력이 주권자를 억누르기 위해 혈안이 된 지금, 법원과 헌법재판소만이라도 올바른 판단을 내려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위원회도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이번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인용해야 할 것이다.

결정이 연기된 MBC <PD수첩>에 대해서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정당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위원회가 존재근거를 인정받고 민주공화국의 공권력으로 거듭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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