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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갑 이상 담배 피웠던 나였기에...

 

모름지기 지난 일 년간 필리핀으로의 어학연수는 내 인생에 잊지 못할 중요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에는 주위 사람들의 반대에 선택에 대한 갈등도 많이 했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 결정이 옳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새 정부와 더불어 강화된 영어몰입교육, 영어교사의 영어수업 강화 등 마치 예견이라도 한 듯 제때에 가게 된 내 어학연수에 주위 사람들은 부러워하기까지 한다. 무엇보다 일 년 동안 배운 영어를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교사로서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지난 12월 말. 오랜만에 재회를 한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자 가장 많이 놀란 것은 몰라보게 살찐 내 모습이었다. 특히 내가 담배를 끊은 사실을 모르는 동료교사들은 내 모습이 보기 좋다며 그 비결을 물어보기도 하였다. 그 비결 중의 하나가 금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동료교사들은 믿으려 하지 않았다. 하루에 2갑 이상 담배를 피웠던 나였기에 그 놀라움이 더욱 컸으리라.

 

그리고 흡연을 즐기는 일부 교사들은 그 사실을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장난삼아 내게 담배를 권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나는 모든 선생님의 유혹을 뿌리쳤다. 귀국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나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키고 있다.

 

흡연자가 풍기는 담배냄새가 이렇게 지독한 줄은 몰랐네

 

무엇보다 담배를 끊은 이후, 내 주변에 작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우선 수업하기 전, 담배를 피우려고 꼭 들르던 교사휴게실을 이제는 좀처럼 찾지 않는다. 또 타인과 이야기를 할 때나 수업을 할 때, 눈치 볼 필요 없이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다.

 

특히 담배를 피웠을 때는 전혀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건 바로 냄새였다. 흡연자가 지나갈 때 풍기는 담배 냄새가 이렇게까지 지독한 줄은 전혀 몰랐다. 지난 날, 동료와 아이들이 내가 지나갈 때마다 왜 인상을 찌푸렸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수업시간 전 막간을 이용하여 피우고 간 담배로 내 입에서 풍기는 구린내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고통스러웠을까. 아마 아이들은 내게 불만을 토로하기는커녕 침묵의 시위만 보냈을 것이다.

 

아이들은 구강이 깨끗한 선생님으로부터 수업을 받을 권리가 있지 않을까. 그러다보니 먼 훗날, 아이들은 수업내용보다 선생님의 입에서 풍기는 담배의 구린 냄새를 더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다시 시작된 학교생활로 쌓여가는 스트레스, '담배 생각 간절하네'

 

그런데 요즘 내 결심이 흔들리고 있다. 금연 이후, 그 어떤 유혹에도 빠지지 않던 내가 다시 흡연을 하고 싶어 한다. 아마도 직장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다시 시작된 학교생활로 쌓여가는 스트레스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렇다고 체질상 못하는 술로 스트레스를 풀 수는 없었다. 그나마 예전에는 스트레스 해소 방법 의 하나로 담배가 최상이었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일 년 동안 끊은 담배를 다시 피울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학기 초, 3월에 치른 모의고사 결과에 화가나 담배를 사려고 가게 앞을 서성거리다가 돌아선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때로는 담배를 피우고 싶은 충동에 동료교사들의 주위를 서성이며 간접 흡연을 한 적도 있었다. 영문을 모르는 동료교사들은 오리려 나에게 미안해하며 자리를 피하곤 하였다.

 

요즘 다시 찾아 온 흡연의 유혹에 당혹스럽다. 만에 하나라도, 이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담배를 끊고자 공들인 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 금연에 존경까지 표했던 사람들이 내 흡연 때문에 얼마나 실망하게 될까.

 

흡연보다 금연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아는 만큼 그 어떤 흡연의 유혹에도 굴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 흡연으로 말미암아 두 번 다시 아이들에게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 금연은 계속돼야 한다.


태그:#금연과 흡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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