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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도 바닷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백야리의 멋진 풍경
▲ 백야도 바닷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백야리의 멋진 풍경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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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은 햇볕이 따사로웠다. 고즈넉한 길을 따라 백야도로 향했다. 남해수산 연구소 부근에 이르자 바다를 가르는 백야대교의 시원스런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구불대는 길을 지나 기분 좋게 다리를 건너니 바닷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백야리의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푸른바다를 어선이 물살을 가르며 간다. 햇살이 부서지는 쪽빛바다는 물빛이 너무나 곱고 푸르다. 바닷물에 손을 담그면 푸른 물이 금방이라도 묻어날듯 맑고 투명하다. 바다는 물이 들고 있다. 길에서 할머니가 조금 전 바다에서 뜯어 온 파래를 팔고 있다. 할머니는 갯일이 고단했던지 갓김치 한보시기를 놓고 소주잔을 기울이며 한 잔하라 권한다.

문득 보고픈 최병수 화가

실은 파래 채취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한걸음에 달려왔노라고 말하자 다음날 12시 무렵에 오라고 한다. 문득 이곳 백야도에 사는 최병수 화가가 떠올라 그에게 안부전화를 했다. 할머니의 파래를 구입해 줄 요량으로 파래 사가지고 갈 테니 무쳐먹을 거냐고 물으니 그냥 오란다. 그냥 빈손으로 가기가 멋쩍어 백야도의 명물 손두부 한 모를 사가지고 그의 집을 찾았다.

작업을 하던 중이었는지 컴퓨터의 모니터가 켜져 있고 먹다 만 군고구마가 하얀 종이 위에 놓여 있다. 사진을 찍자 “아아쿠~ 들켰네”라며 당황해한다. 어찌 사느냐 물으니 지난 연말에 제주도 서귀포 강정마을에 가서 열흘간 ‘해군기지유치반대를 위한 솟대(산호솟대, 전복솟대, 연산호 솟대)작업'을 하고 왔노라고 한다.

그는 ‘연산호가 사는 바다에 연산호를 죽이지 마라!’며 방사탑 위에 연산호 솟대를 세웠다. 방사탑은 부정과 악의 출입을 막아 마을을 평안하게 하고자 하는 신앙의 대상물로 제주도 일원에는 17기의 방사탑이 있다. 그는 컴퓨터에서 연산호를 찾아 보여주며 “연산호가 어찌 보면 태초에 나무가 서있는 모습이 아니냐?”며 이렇게 멋진 연산호가 없어지면 되겠느냐고 반문한다.

그가 솟대를 세운 제주도 강정마을은 지난해 해군기지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곳이다. 강정마을 동쪽에는 사계절 맑은 물이 흐르는 강정천이 흐르고 있다. 강정천은 물이 솟아나는 용천수로 서귀포시 식수의 70%를 생산 공급하는 강정취수원과 정수장이 있다.

강정 앞바다는 문화재청이 지정한 문화재보호구역이자 유네스코 지정 생태보전지역이다. 이런 강정 앞바다에 해군기지가 들어선다는 것은 뭔가 앞뒤가 안 맞는 논리라고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문섬 바다 속에는 아열대성 어류와 60여종의 희귀산호가 서식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강장동물인 화려한 연산호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군고구마 먹다 만 군고구마가 하얀 종이위에 놓여 있다.
▲ 군고구마 먹다 만 군고구마가 하얀 종이위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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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상 발효 댓잎차는 떫은맛이 적고 은은한 단 맛이 난다. 제주도에서 직접 가져온 귤과 백야도 손두부.
▲ 찻상 발효 댓잎차는 떫은맛이 적고 은은한 단 맛이 난다. 제주도에서 직접 가져온 귤과 백야도 손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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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하고 단맛 나는 발효 댓잎차를 나누다

그가 차 한 잔 하자며 발효 댓잎차를 권한다. 기존 댓잎차에 비해 떫은맛이 적고 은은한 단 맛이 난다. 남들보다 미각이 살아있어 어떤 음식을 먹어보면 그 맛을 바로 느낀다는 최병수씨. 언젠가 지인이 준 녹차 캐러멜을 먹어보고 혀끝이 얼얼해 혼난 적이 있다며, 일부 악덕업자들이 농약을 사용한 녹차원료를 사용해 캐러멜을 만든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은 자기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누가 이거 좋다면 이거 먹고, 저거 좋다고 하면 저거 먹고” 그러한 섭생은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격이란다.

“몸이 달콤한 것을 원하면 달콤한 것을 먹어야 하고 몸이 원하는 음식을 먹어야 몸에 좋아요. 음식은 또한 오래 씹어서 몸에 좋은 상태로 먹어야 합니다.”

그는 상대방이 그것밖에 없어서 내준 특별한 경우의 음식 외에는 몸이 원하지 않는 음식은 절대 안 먹는다.

그와 한참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백야도 파출소장(50·이봉현)이 방문했다. 환경문제에 관한 메시지가 강해 단번에 최씨와 통했다는 이 소장은 ‘지구칵테일' 작품을 보고 동질감을 느꼈다고 한다.

꿀벌이 물을 먹든, 설탕을 먹든, 벌이 모아놓은 것은 꿀인데 사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내는 통찰력과 직관력이 대단하다며 최씨의 작품 하나하나를 벌꿀이론과 비교해 표현한다.

최병수, 그는 괴짜다. 남녀가 사랑하는 게 세상사 이치인데, 어쩌다 지구를 사랑해 장가도 안 가고 아픈 몸도 돌보지 않고 저토록 치열하게 환경운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연산호  ‘연산호가 사는 바다에 연산호를 죽이지 마라!’며 방사탑 위에 연산호 솟대를 세웠다.
▲ 연산호 ‘연산호가 사는 바다에 연산호를 죽이지 마라!’며 방사탑 위에 연산호 솟대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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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출소장과 화가 백야도 이봉현 파출소장과 최병수 화가
▲ 파출소장과 화가 백야도 이봉현 파출소장과 최병수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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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펭귄과 함께 세계여행...지구온난화 문제 일깨울 생각

새해 초에는 판화작업을 마무리하고 3~4월경에 환경전시회로 기금을 마련해 얼음 펭귄과 함께 세계를 돌아다니며 지구온난화 문제를 일깨울 생각이다. 중국의 만리장성에서, 미국에서,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앞에서, 아프리카에서 얼음 펭귄 퍼포먼스를 할 계획이다.

태안 앞바다의 기름유출사고는 재앙이라며 시커먼 바다와 어민들을 생각하면 애절하고 가슴이 미어진다고 한다. 또한 유화제 사용은 사고발생 초기에나 효과가 있지 기름이 흩어져 유막이 얇아져 별 효과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바다 속으로 가라앉게 하는 ‘전시행정용 방제’를 안타까워했다. 그는 환경에 대한 보다 본질적인 접근이 아쉽다고 한다.

그는 태안 만리포 해수욕장의 백사장에 철판 절단과 용접으로 바다의 도요새를 상징물로 ‘오지마’ 라는 작품을 비롯한 갖가지 바다생물체를 만들어 설치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환경에 대한 인식을 바로 하고 바다 생물에 대한 천도제를 지내야 한다며 울분을 토로한다.

“성장기 어린이인 6살 소녀가 발암물질이 난무하는 곳에서 타르 제거작업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어요.”

알바트로스 만리포 백사장에 설치한 알바트로스(albatrus)라 불리는 신천옹(信天翁)
▲ 알바트로스 만리포 백사장에 설치한 알바트로스(albatrus)라 불리는 신천옹(信天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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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만리포 백사장에 알바트로스(albatrus)를 형상화한 작품을 설치했다. 1962년 국제보호조로 지정되어 150여 마리가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진 알바트로스는 일본 도리섬에서 번식한다. 날개를 펴면 그 길이가 무려 3m나 되는 지상에서 가장 큰 새 알바트로스. 알바트로스를 좋아하는 그가 새해에는 온 세상을 훨훨 날기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최병수, #백야도, #강정마을, #연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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