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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만에 햇볕을 보는 서산마애삼존불상 (국보84호) 마애불이 42년만에 보호각이 철거되어 햇볕속에 제대로 웃었다.
42년만에 햇볕을 보는 서산마애삼존불상 (국보84호)마애불이 42년만에 보호각이 철거되어 햇볕속에 제대로 웃었다. ⓒ 안서순

번뇌의 옷을 벗은 '백제의 미소'가 제대로 웃었다.

22일 오후 2시 30분경 42년 동안 서산마애불상(국보84호)을 뒤덮고 있던 '보호각'이 완전히 철거되면서 이 마애불상은 원래의 웃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제 마애불상은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해의 위치에 따라 각각 다른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됐다.

보호각이 없어지자 마애불상은 마치 굴 속에서 갇혀 있다 굴 밖으로 나온 아이처럼 기뻐하는 듯했다. 마애불은 다람쥐, 까치, 산비들기, 굴뚝새 등 온갖 산짐승과 날짐승을 날마다 대할 수 있게 됐고 이 미물들은 자비롭고 온화한 부처님을 늘 친견할 수 있게 됐다.

스치듯 살랑대는 바람을 얼굴로 느끼고 솔 냄새가 진한 산바람을 마음껏 들이쉬고,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아랫동네의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 사람들의 말소리까지 모두 막힘없이 들을 수 있게 됐다.

철거되고 있는  보호각 1965년 세워진 보호각이 42년만인 2007년 12월22일 완전 철거됐다.
철거되고 있는 보호각1965년 세워진 보호각이 42년만인 2007년 12월22일 완전 철거됐다. ⓒ 안서순

철거전의 서산마애삼존불 보호각 보호각이 설치된 후 오히려 습기가 차고 백화현상이 나타났다.
철거전의 서산마애삼존불 보호각보호각이 설치된 후 오히려 습기가 차고 백화현상이 나타났다. ⓒ 안서순

보호각이 사라지면서 '백화(白化)현상'도 거짓말처럼 나았다. 42년 전인 1965년, 사바세계 사람들이 '부처님'을 잘 대접해야 된다며 처음엔 양철로 된 지붕을 씌웠다가 그 모양이 보기 싫다며 마치 법당처럼 지붕에는 구운 기와를 올리고 서까래와 세운 기둥마다 곱게 단청을 하고 양쪽 벽을 단단히 막은 다음 앞쪽에만 문을 내었다. 그러나 그때부터 '미소'가 사라졌다.

궁여지책으로 전깃불을 이용해 미소를 재연시켜 왔으나 그것은 억지로 웃는 것에 불과할 뿐이었다. 게다가 습기가 차고 통풍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곳곳에 바위와 시멘트가 녹아 흐르면서 보이는 '백화현상'까지 나타났다.

백화현상이 생긴 뒤 '바위가 균열되어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 국립문화재연구소와 서산시는 2005년 5월~ 2006년 9월까지 '암벽절리현상'과 습도, 보호각 내부 기류상태, 외부풍향상태 등을 모니터링해 왔다.

그 결과 해가 진 후 보호각 내부와 외부의 온도 차이가 커 마애불에 결로현상이 나타나고 이것이 누수와 백화현상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보호각을 전면 철거키로 한 것이다.

문화재청과 서산시는 당분간 이대로(철거상태) 두고 관찰을 한 후 그 결과를 갖고 마애불을 보존(훼손방지 등)할 수 있는 방안을 다시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오후 햇살을 받고 있는 마애삼존불상 마애불은 마치 굴속에 갇혀있다 밖으로 나온 어린아이 처럼 좋아했다.
오후 햇살을 받고 있는 마애삼존불상마애불은 마치 굴속에 갇혀있다 밖으로 나온 어린아이 처럼 좋아했다. ⓒ 안서순


#서산마애삼존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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