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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당, 금민 후보님. <오마이뉴스> 17일자에 실린 님의 글, '부동산 거품를 일시에, 그것도 강제로 빼겠다고?'에 대해 몇 가지 반론하겠습니다.

 

님은 위의 글에서 미분양과 관련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 물량이 10만 채를 넘어섰다. IMF 사태 때보다 더 심각하다. 특히 민간부문의 미분양주택은 1995년 9월 이후 최다이다. 더구나 건설업체들의 축소보고 관행을 감안하면 실제 미분양 물량은 18만~20만 채에 이른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위기는 밤도둑처럼 소리 없이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조중동과 건설족들이 미분양 문제를 IMF 때와 자주 단순비교하려 하는데 이런 단순 비교는 적절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부동산 거품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IMF를 맞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IMF 때의 미분양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건설사들에게 매우 안타까운 미분양이었겠지만 지금의 미분양은 상당부분 건설사들의 배짱 고분양가가 불러 온 미분양일 뿐입니다.

 

그리고 “축소보고 관행”이란 말씀을 하시는데 관행이란 오랜 기간 항시적으로 존재하는 반복적인 행태를 말합니다. 따라서 이를 특별하게 2007년 상황에 추가로 가중치를 두어 거론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1995년에도 그런 관행이 있었고 2006년에도 그런 관행이 있었는데 왜 그것을 2007년에 추가로 덧붙이며 현실의 위기를 침소봉대해야 하는 것입니까. 적절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또 님은 권영길 후보의 1가구 1주택 법제화 공약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권영길 후보는 주택소유제한법을 주장할 뿐만 아니라 1가구 1주택을 강제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처분 의무기간을 주어 살집 빼고 나머지는 모두 시장에 내놓으라는 것이다. 기간 내에 처분하지 않은 주택은 9%의 높은 ‘초과소유부담금’을 부과한다. 더 나아가 '초과소유부담금의 부과에도 2주택 이상을 계속 소유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강제매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권 후보는 강제 매각 이후에 약 250만 채가 시장에 나오며, 이는 신도시 10개 이상을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중략) 그런데 250만 채가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경우를 상상해 보라! 250만 채면 현재 미분양 물량의 25배다. 총 주택수(1322만 2641채)의 18.9%나 된다. 감당할 수 없는 양이다. 권영길 후보의 주장은 부동산 거품 파열에 기름을 붓자는 얘기다.”

 

권영길 후보 홈피에 가 보니 권후보는 1가구 다주택 소유자로 하여금 초과소유 부담금 부과대상 주택에 해당하는 날로부터 ▲2년 이내 주택에 대해서는 소유주택 가격의 4%를 부담금으로 내게 하고 ▲2년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소유주택가격의 7%를 부담금으로 내게 하며 ▲처분 의무기간 내에 처분하지 않는 주택에 대해서는 소유주택가격의 9%를 부담금으로 내도록 하고 있군요.

 

물론 제 생각에도 민주노동당 공약에 들어 있는 초과소유 부과금 부담률은 과도하게 높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2007년 이번 대선에서 쏟아져 나온 여러 후보들의 말도 안 되는 온갖 황당한 수치들에 비하면 이 정도 수치는 아무 것도 아니지요. 위의 수치들은 입법과정에서 얼마든지 조정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오히려 위 수치들의 과도함을 비판하기보다는 그들의 문제의식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그리고 입법과정에서 초과소유 부담금 부담률이 조정된다면 한꺼번에 250만호가 쏟아지지는 않을 테니까 너무 크게 염려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님은 또 이렇게 말합니다.

 

“한국은행은 총 주택 담보대출 276조원 가운데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규모가 34조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숨어있는 부실 대출 규모가 만만치 않다. 저축은행·단위농협·수협·산림조합·신협·새마을금고 등 서민금융회사의 가계 주택담보대출 44조 6000억원, 15조원 정도로 추정되는 자영업자의 주택담보대출, 여기에 정확한 통계가 잡히지 않는 대부업체 주택대출까지 합하면 60조를 넘는다. 부실 위험이 높은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21.7%나 된다. 미국의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 규모가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14%에 불과했다.”

 

미국과 한국을 단순비교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입니다. LTV 규제 비율 자체가 엄청나게 다르고 또 파행상품 규모 비중도 크게 다르잖아요. 금감원에서 시뮬레이션 자료를 내놓았다고 하니 한 번 찾아 보시지요. 그리고 주택가격하락이 금융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시길 바랍니다.

 

님의 글 중에서 제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은 다음에 인용하는 대목입니다.

 

“정부는 시중은행에서 이미 대출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3.5% 이하로 묶고 고정금리 2% 이하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해야 한다. 물론 이용 대상자는 1가구 1주택 서민이다. 부동산 거품이 파열할 경우 금리 폭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97년 IMF 사태를 생각하면 그리 오래 생각할 필요도 없다. 부동산 거품이 파열하기 전에 낮은 이자율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하여 부실주택담보 대출 규모를 줄여야 한다.”

 

이 대목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부동산 거품이 파열할 경우 금리 폭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말씀은 무슨 뜻이죠?  1990년대 일본의 금리동향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거품이 붕괴하면 금리는 낮아집니다. 경기가 나빠지는데 금리가 오를 수가 없지요. IMF 때 고금리는 해외자본을 유치한다는 명분 하에 IMF에 의하여 강제로 추진된 것이므로 아주 특수한 경우이고 말입니다.

 

그런데 님이 도와 주려고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우리나라 주택 소유자들 비율이 56%인데 금융기관들이 저가주택에는 대출을 잘 안 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님이 도와 주려고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저소득층이 아니라 중간층이나 고소득층들이지요. 그런데 님은 이들을 위해서 이미 대출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3.5% 이하로 묶고 고정금리 2% 이하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은행 금융수요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부동산 담보 대출 비율이 전계층에 걸쳐 유사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고소득층들도 엄청나게 높은 비율로 빚을 내서 주택 투기를 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들을 위해서 국고를 탕진하며 대출이자를 탕감하라고요?

 

정부는 매년 5000억원~6000억원을 투입해서 빚더미에 앉아 있는 농가들의 대출이자를 탕감해 주고 있습니다.120만 농가 가구당 연평균 42~50만원(월평균 3.5~4.2만원) 수준이지요.

 

그런데 급진적인 개방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도 아니고 그렇다고 양극화 심화로 고통받는 저소득층 서민들도 아니고 중간층이나 고소득층 1가구 1주택자를 위해서 이미 대출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3.5% 이하로 묶고 고정금리 2% 이하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한다? 정책의 명분이 없습니다. 그리고 또 이 명분 없는 정책에는 천문학적인 재정이 추가로 소요됩니다. 

 

끝으로 두 가지만 거론하며 글을 맺겠습니다. 거품 붕괴를 너무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1980년대와 1990년대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를 보면 1980년대 초반 100포인트이던 주택 가격 지수가 1988년경 400포인트까지 올라갔다가 1990년대 중반 100포인트 정도로 다시 내려갑니다.

 

북유럽의 이런 진폭은 일본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것인데 일본처럼 부작용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일본과 달리 ‘속전속결로 사태를 수습’했기 때문이지요. 반면 일본은 님들처럼 거품붕괴가 무섭다며 사태를 질질 끌다보니 오히려 부작용이 커진 것이지요.

 

그리고 또 언급하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의 부동산 금융시장 상황이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북유럽, 일본과 많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IMF에서 온 친구들이 한국의 부동산에 끼어 있는 거품이 작네, 있네 없네 말들이 많은데요. 우리나라 부동산 거품은 서민고통지수 측면에서 보면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수급측면에서 보면 그렇게 높은 수준도 아닙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한국의 고도성장의 여파에 비추어 볼 때 중대형 고급 주택 선호와  수급불균형으로 의한 거품은 그렇게 엄청나게 높은 수준은 아닙니다.

 

따라서 거품이 붕괴된다 하더라도 서울시 아파트 가격이 30%이상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1990년대 일본을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아파트에 해당하는 일본의 맨션 가격은 그렇게 크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LTV 규제정책에 비추어 볼 때 부동산 거품붕괴가 금융위기를 가져 올 가능성도 매우 낮습니다.

 

또한 30% 정도의 낙폭은 우리 경제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오히려 적당한 선에서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 우리 신세대들은 30% 싼 가격에 대출 안 받고도 좋은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겠지요. 대신 명품으로 온 몸을 휘어 감고 다니는 투기꾼 부유층들의 자산가치는 크게 줄어 들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대자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권영길#금민#거품붕괴#미분양#초과부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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