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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네슬리(55·미국 조지아주) 선교사는 지난 2004년 6월 미국장로교(PCUSA) 노회가 파송함에 따라 한국에 왔다. 경기도 양주 '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에서 3년 동안 선교활동을 했던 그는 지난 8월 파송기간이 종료됐지만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파송기간 종료에 따라 노회의 사례비(월급 성격) 지급도 중단됐지만 그는 이주노동자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 그들을 섬기겠다는 헌신적인 마음이 그를 이 땅에 붙잡아두고 있는 것이다. 그는 주한미군 개신교인들에게 성경을 가르치는 파트타임과 20년간 군복무에 따른 연금이 있어 생계에 어려움은 없다며 웃었다.

 

'양주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 소장을 맡고 있는 칙 네슬리 선교사는 지난 25일 발생한 '발안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 교회난입 사건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아울러 불법체류 이주노동자인 자신의 교회 교인 2명도 이날 출입국 단속반원들에게 연행됐다. 그는 교회에 찾아온 이주노동자들을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출입국 단속반원들이 과잉단속에 대해 "불법체류 단속이라기보다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를 없애기 위한 전쟁 같다"면서 "하나님 안에서는 불법체류 이주노동자 역시 보호받아야 할 소중한 인격체인데 교회가 이들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교회의 존재 이유는 사라진 셈"이라고 낙담했다.

 

그는 한국 개신교계에 대해 "이번 사건이 일어난 교회가 작고 보잘 것 없는 교회라고 할지라도 하나님의 교회인 것만은 분명하다"며 "그러므로 발안의 작은 교회가 짓밟힌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교회가 짓밟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교회난입 사태에 대해 소홀히 대처하는 것은 교회를 성전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고 지적하며 개신교계의 적극 대응을 주문했다.

 

주한미군 개신교인에게 성경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미군 개신교인과 미국 교회, 세계의 크리스천은 물론 세계 인권국가들이 이번 사건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격분했다"는 주한미군 개신교인의 반응을 전하면서 "한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작은 사건으로 본다면 큰 문제에 봉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크리스천들, 교회난입 사건 용납하지 않을 것"

 

 

다음은 서울 종로5가 기독교연합회관 농성장에서 지난 1일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 주일 단속을 당해 본 경험이 있는가?
"처음 당해봤다. 그동안 주일 단속은 없었다."

 

- 교회난입 사건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전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속반원들이 무단으로 교회에 난입한 것은 군인들이 무자비하게 쳐들어오는 것이나 다름없다. (칙 네슬리 선교사는 20여 년간 군인으로 복무했다) 총을 쏘고 폭탄을 투하하는 것만이 전쟁은 아니다. 전쟁이 벌어지면 군인들이 마음대로 한다. 인권도 없고 인간성도 사라지는 것이다. 단속반원들은 전쟁터의 군인들처럼 절차도 예의도 없이 교회에 무단으로 난입하고, 예배당을 마구 짓밟으면서 이주노동자들이 중상을 당하게 했다. 불법체류 단속이라기보다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를 없애기 위한 전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번 교회난입 사건의 문제는 무엇인가?
"출입국 단속반원들의 교회난입 사태를 보면서 불법체류 이주노동자에게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없다는 절망감이 들었다. 하나님 안에서는 불법체류 이주노동자 역시 보호받아야 할 소중한 인격체인데 교회가 이들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교회의 존재 이유는 사라진 셈이다. 교회난입 사건을 방치한다면 이런 사건은 이주노동자뿐만 아니라 한국인에게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교회 예배당도 마음대로 들어왔는데 안방인들 들어가지 않는다고 볼 수 있겠는가?"

 

- 한국 개신교계가 교회난입 사태에 대해 적극 대응하지 않는다는 일부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번 사건이 일어난 발안의 교회가 작고 보잘 것 없는 교회라고 할지라도 하나님의 교회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발안의 작은 교회가 짓밟힌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교회가 짓밟힌 것이다. 성경에 교회는 하나님의 성전이며 모든 사람들이 쉼을 얻는 안식처라고 되어 있는 데, 그 성전이 침탈당하면 더 이상의 안식처는 있을 수 없다. 한국 개신교계와 크리스천들의 관심과 기도가 필요하다.

 

공권력에 의해 성전이 짓밟히고 조롱당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는데도 한국 개신교계가 심각하게 대응하는 것 같지는 않다. 한국 개신교계가 교회난입에 대해 소홀히 대응한다면 불법체류 이주노동자의 불행이나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선교기관의 고통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정부가 교회난입 사태에 대해 소홀히 대처하는 것은 교회를 성전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 한국 정부의 공권력 남용을 지금 당장 멈추게 해야 한다. 지금 아니면 언제 멈추게 할 것인가?"

 

- 한국 정부가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잘 보호하고 있다고 보는가.
"(2004년) 한국에 처음에 왔을 때보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제도가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보호와 권리보장 등에 대해서 더욱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통 때는 이주노동자의 인권보호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가도 특별한 기간(특별단속)이 되면 인권보호보다는 단속실적을 올리는데 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 미국의 공권력은 교회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가.
"경찰이 만약 범인 체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교회에 들어가야 한다면 영장을 제시한 뒤 양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미국 공권력은 이런 식으로 교회에 난입하지 않는다. 물론 교회들이 교회난입을 용납하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공권력도 교회에 난입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지만 만약 일어났다면 그런 행위를 한 사람은 무단침입과 권력남용, 폭력행사 등에 대해 처벌을 받는다. 물론 공권력의 행위로 인해 부상자가 발생하면 정부가 치료비용을 지불한다."

 

- 이 사건에 대해 미국인들과 의견을 나누어봤는가?
"미군부대에서 주한미군을 상대로 성경공부를 가르치고 있다. 미군들에게 이 사건에 대해 들려주었더니 교회에 난입한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노하며 한국 정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미군 개신교인과 미국 교회, 세계의 크리스천은 물론 세계 인권국가들이 이번 사건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격분했다. 한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작은 사건으로 본다면 큰 문제에 봉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이주노동자 선교활동의 어려움에 대해 말해달라.
"이주노동자 교회 대부분은 매우 열악하다. 우리 교회의 경우 지하실 60여 평을 빌려 사용하는데 이곳에서 예배도 드리고, 식사도 하고, 쉼터로 이용하기도 한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출입국 단속반원들의 눈에는 일반 교회처럼 보이지 않으니 우습게보고 마구 짓밟은 것 같다. 우리도 일반 교회처럼 건물 외부에 십자가를 걸고, 아늑한 예배공간과 식당, 쉼터를 따로 마련하고 싶지만 가난하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 한국 교회와 교인들이 이주노동자 교회에 대한 관심과 기도가 절실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선교사, #교회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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