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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강릉 사투리로 바꾸어 보면 어떻게 될까?

 

학생부군되는 날까정 웃날을 체더봐
한 저름 놈이 웂기르
잎파구에 이는 바담풍에두
난 중치가 뽁갰다

 

벨으 노래하는 심보루
마커 뒈져 가는 그를 사랑해야지
개구 지인데 주어진 질을
한자 두자 재야겠다

 

온지넉에두 벨이 바담풍에 씨닥거린다.


경포호수가에서 만날 수 있는 이색적인 시화전 전시작품이다.


강릉사투리보존회는 노천명 시인의 '사슴'을 비롯,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상용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 등 우리에게 친근한 30편의 시를 강릉사투리로 바꿔서 경포호수 주변에 전시했다.

 

김춘수의 '꽃'은 좀더 재미있다. '이름'은 강릉사투리로 '승멩',  '것처럼'은 '그매루' '되고싶다'는 '되구수와' '누가'는 '언눔이'로 표현한다.

 

내가 가 승멩으불러주기까정은
가는 단지
한개의 몸뗑이에 지내지 않었아, 머 아나

 

갠데 내가 가 승멩으 딱 불러젳헸을때
가는 내인두루와서
꽃이됐아

 

내가 가 승멩으 불러준 그매루
내 이 삐다구와 행기에 어울리는
언눔이 내 승멩으 불러다와야


가인두루 가서 난두
가꽃이 되구수와

 

우리덜 마커는
하이탄에 머이 되구수와
니는 내인두루 나는 니인두루
잊헤지지 않는 한 개의 의미가 되구수와, 머 아나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는 '벙글기', '잠길테요'를 '택자바리 괼기래요(턱을 고인다)', '아직'은 '상구' 등 강릉 고유의 독특한 말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목단이 벙글기까정은
내는 상구 내 봄으 지달리구 있을 기래요
목단이 뚝뚝 뜰어져베린날
내는 그적새서야 봄으 야운 스룸에 택자바리 괼기래요
오월 워느날 그 할루 뒈지게 덥던 날
뜰어져 든논 꽃잎파구마주 휘줄구레해버리구는
오랍덜에 목단은 꽁 고 먹은 자리매루 웂어지구
뻗체오르던 내 보람 서운하게 와르르했느니
목단이 지구 말문 그뿐 내 한해는 마커 내빼구말아
삼백예순날 줄고지 우전해 찔찔 짜잖소
목단이 벙글기까정은
내는 상구 지달리구 있을 기래요, 매른 웂는 슬픔의 봄으

 

 

김소월의 '못잊어'는 님을 보낸 슬픔보다 웃음을 터트리게 한다.

 

잊을라구 해두 자꾸 생각이 나잖소
그럭저럭 한 시상 살어보지요 머
살더보문 꺼멓게 잊을 기래요

 

잊을라구 해두 자꾸 생각키니 우터하우
시남해서 한 세월 내빼라 하지요 머
모잊는다 해두 그기 잊어질 기래요

 

그치만 또 가작끈 이렇지요 머
보구 수워 뒈져두 모잊갯는 그요
우째문 그깐년어 생각으 학으 띄우야!

 

사투리보존회의 인사말도 이색적이다. 그냥 봐서는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다. 마흔을 넘긴 강릉 변두리 출신한테 해석을 부탁해야 할 정도다.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기자도 그냥 무슨 뜻이겠거니 짐작만 할 뿐이다.


초대의 글을 읽어보고 마음이 동한다면 경포호수가에서 강릉을 느껴보자.

 

얼픈 오시우야
여는 강릉사투리보존회래요
오번에 우리 소설들이 제1회 강릉사투리시화전을 열었잖소.
등잔불 여븐뎅이루 빙 둘러 앉아서, 하등부리매루 이마빼기르 맞대구
머리껭이르 훌 까실고 가미 맹글언 기래요. 머 알어요!
한 마두루 꼴 값으 떨언긴데, 머이 욕사발으 찍사게 안 얻어 먹을는지 모르갰소야.
끄텡이까정 마키 읽어 보시구. 하 그눔덜 재양시룹네, 하미
등떼기 똑 똑 뛰디레 져난어 주우야.

 

이번 시화전은 이달 15일까지 열린다.


태그:#강릉사투리, #시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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