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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잘릴 순 없다'는 제목의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가 23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주최로 경남노동회관에서 열렸다.
 '이대로 잘릴 순 없다'는 제목의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가 23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주최로 경남노동회관에서 열렸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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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는 눈물바다가 되고 말았다.

23일 오후 창원 소재 경남노동회관 3층.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이대로 잘릴 순 없다”는 제목으로 증언대회를 열었다. 마지막 다섯 번째 마이크를 잡은 비정규직 해고자는 눈물 속에 증언을 이어갔다.

진주서부농협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김경철씨. 그는 올해 서른여섯 살. 자식도 있고 부모도 있단다. 1년 계약직으로 7년간 일하다 잘렸다면서 울먹였다. 옆에 앉아 있던 심상정 의원이 등을 두드리며 박수를 치자 그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침을 한번 삼킨 뒤 다시 말을 이어갔다. “올해 서른여섯 살이다. 한참 일할 나이인데 아무런 대책 없이 잘렸다. 다른 해고자도 마찬가지로 힘들겠지만, 농협에서 일하다 해고되고 나니 특별한 기술도 없어 어디 갈 데도 없다”고 말하면서 또 울먹였다.

2000년 7월 농협 마트 점장을 뽑는 시험에 응시했는데, 조합장이 오라고 해서 갔더니 25톤 트럭 기사로 임의 발령을 내더라는 것. 그는 당시 조합장이 몇 개월 열심히 하면 정규직으로 해 주겠다고 해서 열심히 했다는 것. 1년 계약직으로 일하다 몇 년이 지나도 정규직 전환이란 말은 나오지 않더라고.

그래서 상사한테 물었더니 밤에 교육을 받고 시험을 봐야 한다고 말하더라는 것. 그래서 시험을 쳐 2등을 했다고. 그렇게 7년을 일한 그는 잘렸다. 진주서부농협은 단협을 통해 ‘만기 5년 이상은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는 것.

이 농협에서는 같이 일하던 비정규직 35명은 모두 잘리고 지금은 40여명의 다른 비정규직이 들어와 있는 상태. 김씨는 “거의 대부분 조합장의 알음알이로 들어온 탓에 말도 못하고 있다. 심지어 지금은 6개월 단위 시간제 업무보조원들이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증언 내내 울먹인 그는 마지막에 “노동자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흥석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이 23일 오후 경남노동회관에서 열린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흥석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이 23일 오후 경남노동회관에서 열린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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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휴게소 등 다양한 사례 소개

앞서 강동화 민주노총일반노동조합 위원장은 사천휴게소의 사례를 소개했다. 강 위원장은 “고속도로 휴게소는 다단계 구조와 비슷하고, 근로자들은 12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고 있고, 법적 최저임금에도 미달되는 수준”이라며 “여러 문제로 인해 휴게소 이용료가 비싼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사천휴게소는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위탁을 받아 YM유통이라는 회사에서 운영을 하였는데, YM유통은 다시 매장을 6개의 협력업체로 재위탁하였고, 환경미화업무는 용역업체와 계약을 체결하여 운영했다는 것.

강 위원장은 “2004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오랜 투쟁을 벌였다. 협력업체 전 직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함으로써 진정한 노동자의 연대를 조그마한 일터이지만 실천하고, 6개 업체 중 5개를 내보내고 고용승계가 보장된 상태에서 협력업테 노동자들이 직영화되었다”고 소개했다.

박민자씨는 일반노조 창녕노인전문요양원지회의 ‘계약해지’ 사례를 소개했다. 박씨는 “창녕군은 처음 채용될 때는 준공무원이라 약속해 놓고 계약해지로 해고시켰다”고 말했다.

창녕노인전문요양원에서 일하던 13명은 2년 계약직으로 있다가 지난 7월 말 계약해지되었다. 아주머니 조합원들은 창녕군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다가 지난 9월 19일 창녕군과 합의했다. 하지만 아주머니들은 앞날이 여전히 불안항 상태.

박씨는 “창녕군과 조합원은 현재 요양원 옆에 치매병동을 확장 건설하여 요양원 직원들을 무기근로로 전환하기로 합의하고 채용하기 전에는 일자리를 알선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자리 알선은 임금 조건이 너무 좋지 않아 조합원이 채용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비정규직인 조리사에 대해 증언한 성지미씨는 “정규직 조리사와 똑 같은 일을 하는데도 처우는 하늘과 땅 차이다. 한달 임금은 고작 80만원인데 세금과 급식비를 공제하면 74만원 수준”이라며 “차별은 사람을 죽이는 독이며, 사회에서는 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나 개인의 근로조건만이 아니라 사회의 악을 없애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든다”고 말했다.

통영 성동조선 비정규직 해고자 김정곤씨는 “이대로 잘릴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고 사전 예고도 없었고 징계시 변론기회는 물론 없었으며, 사전 면담 한번 없이 일방적으로 해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계약서를 설명한 그는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되고 나서 정규직에게도 기간제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사례가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려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법률원 경남사무소 조형래 공인노무사는 창원지역 비정규직 상담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심상정 의원 "노동의 아름다움을 위해"

이어 심상정 의원이 각종 증언에 대한 소감을 피력했다. 심 의원은 “비정규직은 차별도 서러운데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얼마나 억울하고 막막하냐. 비정규직 노동자의 설움을 떨치고 노동의 아름다움을 위해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심 의원은 “지금 대통령 선거 후보들은 300만개 내지 50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비정규직 양산 공약이다. 지금도 공기업과 자치단체는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

그는 “참여정부에서도 비정규직 양산은 마찬가지다. 국민연금공단에서 대졸자 2000명을 채용했는데, 그것도 월급 60만원에 1년 계약직이었다. 이게 과연 청년실업 해소정책이라고 할 수 있나. 심지어는 지금 우리 사회에는 하루 1시간 짜리 계약까지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원청업체에서 이윤을 낸 것은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법을 만들어야 하고, 원청업체에서 하청 근로자의 노동을 착취하는 고리를 차단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태그:#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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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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