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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4일,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 계단에서 급우를 괴롭히는 여중생들을 보며, 차마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어떤 연유인지 묻는 과정에서 가해학생의 막가파식 언행에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습니다.


오후 4시경 핸드폰으로 112를 눌렀지만, "112경찰로 연결합니다"란 신호음만 가고 전화는 그냥 끊어지길 5차례.


시민들이 가장 위급할 때 가까이 있다고 믿었던 112였기에, 뭐가 문제인지 신고체제의 의혹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핸드폰을 들고 안양경찰서 민원실을 찾은 것은 오후 5시 15분경이었습니다.


민원실에서 만난 경찰관에게 휴대폰에 찍힌 112번호를 보이며 어찌된 과정인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지령실로 전화를 연결해 주었습니다.


지령실에서는 "이 상황을 어떻게 말씀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라며 머뭇거렸습니다. 저는 전화를 건 제 휴대폰 번호를 말했지만 지령실에선 기록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왜 그러냐는 말에 "그건 답변할 문제가 아닙니다"라는 대답을 들었을 뿐입니다. 저는 "그럼 지금 통화하신 분 성함 좀 말씀해 주세요"라고 말했고 이에 지령실 경찰관은 "그럼 끊겠습니다"라며 수화기를 내려놓았습니다.


답답해서 찾아간 경찰서에서 민원인에게 어찌 경찰관은 성함조차 밝힐 수 없는지 당혹스러웠습니다. 1층 출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던 경위에게 상황을 설명하자, 2층 민원실로 가라고 손짓을 할 뿐이었습니다.


민원실에서 만난 경찰관은 "전화 3대 중에 1대는 113간첩신고고, 112 신고는 2대로써 연결된 18개 회선에서 과천, 의왕, 군포, 안양까지 통화되는 것만 뜬다"고 했습니다. 그는 "향후 112 통합센터가 생길 거라"며 "궁금한 것은 경기경찰청 생활안전계로 물으라"고 했습니다.


답답했습니다. 그렇게 믿었던 신뢰가 무너지며, 허탈한 심정으로  경무계로 올라갔습니다.


경무계에서 경찰관을 따라 해당 부서로 갔지만, 허탈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역시 민원실과 같은 답변이었습니다. 본인의 핸드폰으로 건 5건의 기록은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112 지령실이 통화 중일 때 긴급한 시민의 안전은 어떻게 보장되는 걸까요.


5일, 경기경찰청 생활안전계로 전화를 했습니다. 112담당자는 "오후 4시라면 신고가 많지 않은 시각이고, 거의 그런 일은 없다"며 "서울은 서울지방청에서 접수를 받아 시달하지만, 경기청은 33개 경찰서 별로 신고센터체제로 운영된다, 핸드폰은 기지국 문제가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경찰서가 같은 동에 있는데 웬 기지국이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벨이 울린다고 기록이 남는 게 아니라, 지령실에서 수화기를 들었을 때 기록이 남는다"며 "안양은 월 평균 8천~9천 건으로 신고가 많은 지역이다, 경기경찰청은 서울청에 비해 인력이나 순찰차가 미미한 수준이고 앞으로 통합지령실체제를 추진 중에 있다"는 말만 들어야 했습니다.


시민이 위급할 때 현행 체제라면 신변을 보호받을 수 있는 아무런 보호막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세상이 갑자기 무서워졌습니다.


경찰서에서는 '인력과 예산부족'을 내세우는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발생하기 전, 어서 빨리 해결되길 간곡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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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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