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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취재 선진화 방안'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오늘의 언론에 무슨 대의가 있느냐"며 언론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노 대통령은 31일 저녁 여의도 63빌딩 별관에서 열린 한국 PD연합회 창립 20주년 기념식 축하연설에서 "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소위 개혁을 하려고 했고, 서로 (언론과 정치의) 공생 관계를 완전히 청산하려고 했는데 옛날에는 편을 갈라서 싸우던 언론이 저한테 대해서는 전체가 다 적이 돼버렸다"면서 "저를 그래도 편들어 주던 소위 진보적 언론이라고 하는 언론도  일색으로 저를 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선진화 방안에 대한 언론계 전반의 비판을 '특권청산과 개혁에 대한 반발'이라고 성격규정을 한 것이다. 그는 이 부분을 "매우 중요한 얘기"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전 언론사들이 성명내고, IPI(국제언론인협회)까지 동원하고 아무리 난리를 부려도 제 임기까지 가는데 아무 지장 없을 것"이라고 말해, 취재선진화 방안을 관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현재의 우리언론을 토론과 공론형성의 장으로서의 공공재가 아니라 사유물화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언론은) 공론의 장에 모두를 다 올려놓고 공정하게 뛰게 해줘야 된다"면서 "그럼 노무현 하고 싶은 얘기도 실어줘서 갑론을박하고 이해 관계 없는 제3자 그리고 이 사회의 지성을 가진 사람들이 판단을 하게 해줘야 되는 데 전혀 안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어디 가서라도 이 말을 해야겠는데 말할 데가 없다"면서 "이 말이 보도가 될까요"라고도 했다.

 

"깜도 안 되는 의혹이 춤추고 있어" 변양균·정윤재 의혹 일축

 

최근 변양균 정책실장과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에 대한 언론의 의혹제기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요즘 깜도 안 되는 의혹이 많이 춤을 추고 있다"면서 "과오는 부풀리고 뭐 그런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아프간 피랍사태와 관련해서도 "오늘날 테러집단하곤 대화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절대적으로 옳은 판단인지는 저는 아직 단언하지 못 한다"면서 "어떤  평가든 좋지만, 선택 가능한 대안이 뭐냐 하는 것을 항상 전제로 하고  균형 있게 얘기를 해주면 좋겠는데 요즘 분위기로 봐서는 이것도 일방적으로 조져버리자 쪽으로 가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우려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프간 피랍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납치세력인 탈레반과 직접 협상한 것을 두고 '국격 훼손' 등의 비판이 나온 것에 대한 반박이다.

 

이명박 후보의 의혹을 대하는 언론의 태도에 대해서도 "중계만 하는 언론", "일부언론은 빨리 덮어라, 덮어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는 음주 운전 하나만 있어도, 옛날에 부동산 상가 하나만 있어도, 그리고 무슨 위장 전입 한 건만 있어도 도저히 장관이 안 된다"면서 " 무슨 무슨 의혹이 있다 그러는데 카더라만 방송했지 서로 싸우고 있는 진실이 어느 것인지는 아마 역량 없어 못 들어가 보는 모양인데 추구하지 않는다. 대개 일부 언론들은 빨리 덮어라 덮어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잃어버린 10년'주장에 대해서도 "지들이 했으면 어떻게 했겠느냐. 이건 언론 책임이 아니지만, 그런데 받아만 쓰니까 열 받아서 그러는 것"이라고 면서 "그것이 진실인가 한번 찾아볼 일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요즘 언론들 팔짱 끼고 앉아서 또 싸움나면 중계방송하겠죠"라고 조소를 보내기도 했다.

 

언론이 이 후보와 한나라당쪽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참여정부에 대해서는 시시비비를 가리기 보다는 공방을 중계방송만 하고 있을 뿐이라는 비판으로 요약되는 부분이다.

 

노 대통령은 또 "정치에 무슨 원칙이 있느냐"면서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지사와 그를 따르는 범여권 인사들을 비판했다. 그는 "김영삼 대통령의 3당 합당을 비난하던 사람들이 범여권으로 넘어온 사람한테 가서 요즘 줄서 가지고  부채질하느라고 아주 바쁘다"면서 "왜 YS는 건너가면 안 되고 그 사람은 건너와도 괜찮으냐"고 꼬집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1987년 이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언론을 권력이라고 생각한 이유와 그 결과 언론의 특권을 없애야 한다고 판단한 배경을 밝혔다.

 

그는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이 권력 말기 새로운 권력 대안이 떠올랐을 때 언론이 그들을 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어느 권력에 편을 드는 권력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이미 권력이구나"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언론은 정부 인사에 대해서도 발언할 만큼 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그 근거가 되는 제도들 몇 가지들을 끊어 버린 것"이라면서 "그래서 기자실을 폐지시켰는데, 몇 년 지나고 보니까 잘라도 아카시아 뿌리가 남아있는 것처럼 기자실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기자실통폐합의 근거를 설명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 이후 참여정부의 경험을 근거로 취재선진화 방안의 사무실 무단출입 금지와 취재전후 공보실 접촉 조항의 근거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제가 복잡한 말씀을 드렸는데 기자들은 복잡한 인과관계 이런 것들을 기자들은 쓸 수가 없다. 그야말로 피디라야 이 긴 얘기를 담아 낼 수 있다", "기자협회장도 와 계시지만 앞으로 기자들 오라면 이제는 안 가고, 피디가 오라고 하면 간다"는 뼈가 담긴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날 노 대통령은 아프간 피랍사태 이후 40여일만에 현안에 대해 입을 연 것이었다. 애초 그의 예정발언시간은 15분이었으나, 실제 연설시간은 54분이었고, PD연합회는 노 대통령의 축하 영상 메시지를 요청했으나 노 대통령은 직접 축하연설을 했다.

 

"하고 싶은 말 있는데 말할 자리가 없었다"... 54분 연설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연설 앞부분에서 "오늘 꼭 온 것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말할 자리가 없었다"면서 "기자 간담회 한번 하겠다고 하면 우리 참모 비서실에서 나가봤자 절대로 좋은 기사 안나오니까 나가지 마라. 당신이 뭐라고 얘기하든 몇 사람에게만 전달되고 그 다음에 나가는 기사는 전부기자 마음에 달린 거니까 가급적이면 사건 만들지 말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또 "어디 가서 초청 좀 해주면 가서 말을 좀 하겠는데 아무도 초청도 안 한다"면서 "그런데 마침 여러분들이 제게 영상 메시지 하나 보내달라고 하는데 영상메시지보다는 실물이 안 좋겠냐"고 자신이 참석한 배경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의 현안 관련 발언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태그:#노무현, #PD 연합회, #창립2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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