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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여러분을 <시사 IN> 기자라고 불러야 하겠군요.

벌써 지난해의 일이군요. 어느 날 지하철 가판대 앞에서 펼쳐 본 시사저널에 오윤현 고재열 이숙이 김은남 기자 등 잡지에 여러분들의 이름이 없더군요. 무슨 일인가 하고 인터넷을 뒤져 시사저널 사태를 뒤늦게 접하게 됐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시사저널의 젊은 기자들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를 통해 시사저널사태가 원만히 해결될 거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 저를 안심시켰죠. 그런데 결국 사태가 복잡하게 흐르는 듯하더니 새로운 매체를 창간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더군요.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새로운 매체에서 활약하실 여러분들의 모습을 기대해 봐야겠지요.

그러나 여러분들이 새매체에 무엇을 다루실지, 그리고 시사저널 시절과는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해선 전혀 걱정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왜냐구요? 시사저널 시절의 여러분이나 오늘의 여러분이나 그리고 미래의 여러분이나 늘 한결 같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전 사주와 힘든 싸움을 벌이느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무척 지친 상태란 것은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다만 다양한 방식의 지원을 통해 여러분을 돕고 소생시켜준 독자들을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고 있는 것뿐이겠지요.

<시사 IN> 기자여러분!
새 매체 <시사 IN>에는 새로운 회사에 새롭게 입사하는 마음으로 출근하십시오. 물론 시사저널 시절의 마음가짐 만은 고스란히 새 회사로 이전해 가야겠지요.

여러분들은 앞으로 할일이 아주 많아 보입니다. 여러분들을 더욱 혹독하게 채찍질할 독자들이 기다리고 있고 여러분들이 예리한 비판의 날을 세워 감시해야할 사회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펜을 놓고 있던 여러분들이 워밍업할 시간도 제대로 갖지 못하고 현장으로 뛰어가야는 모습이 안타깝긴 하지만, 여러분들이 하루빨리 현업으로 복귀하기를 기다리는 독자들을 위해선 어쩔 수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을 이루려고 하진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세상을 뒤흔들만한 섹시한 특종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정-경계를 주름잡는 유명인사에 대한 인터뷰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다만 <시사 IN> 다운 기사가 무엇인지만 보여주십시오. 아마도 여러분들에겐 그것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전보다 더욱 잘하려고 하기 보다는 그동안 여러분이 해오던 그대로만 하시면 될 테니까요.

<시사 IN> 기자 여러분의 이름은 전혀 낯설지 않지만, <시사 IN>이란 이름은 속으로 여러 번 되뇌어 봐도 아직은 여전히 낯설군요. 낯설다는 것은 뒤집어 생각해 보면 새롭고 참신하다는 의미도 될 겁니다. 그 참신함이 여러분에게 새로운 힘을 불어 넣어 주기를 희망해 봅니다.

소설 <칼의 노래> 저자인 소설가 김훈 선생과 이문재 시인이 몸담았던 곳, 수많은 특종으로 기자를 꿈꾸던 청년들의 교과서 역할을 했던 시사저널에 대한 기억은 이젠 추억 속에 묻어야 할 시점인 듯 하군요.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시사 IN>이 지금의 고교생 혹은 초중생들에게 제가 기억하는 시사저널과도 같은 잡지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들에겐 <시사 IN>이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창구이자 교과서가 되도록 말이죠.

"<시사IN>은 '정통 시사인(人)'이 만드는 잡지라는 뜻 외에 모든 권력으로부터 독립(Independent)된 언론, 사실 너머 그 이면(Inside)의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세상을 통찰(Insight)하는 언론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은 제호입니다."

시사기자단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시사 IN>의 의미가 저렇게 써있군요. <시사IN>이 지닌 의미를 여러 번 반복해서 읽다보니, 저 이름도 서서히 익숙해지는 듯 합니다. 잡지에 여러분의 바이라인이 달린 기사가 실려 나오면 <시사IN>에 대한 이미지가 좀더 구체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최근까지도 <오마이뉴스>와 블로그를 통해 시사저널 사태 및 기자들의 생활상을 낱낱이 전하던 고재열 기자가 근래 들어 다소 잠잠해 지신 것을 보니 창간 준비로 얼마나 바쁜실 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군요.

이제는 투쟁으로 인한 단식의 시간은 모두 지나고 새둥지까지 트신 마당이니 아무리 바쁘셔도 밥은 꼬박꼬박 챙겨 드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창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시사 IN> 기자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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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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