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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5년 천변에서 발견된 백양더부살이가 도로 확장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 정읍시민신문

세계에서 최초로 정읍에서 발견되며, 오로지 정읍에만 극소수가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희귀식물인 '백양더부살이'가 정읍시의 무관심속에 자생지가 송두리째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05년 박성배 내장산국립공원 자원보전팀장에 의해 천변 갓길과 둑비탈에서 발견된 백양더부살이는 당시 곳곳에서 개체가 서식하는 자생지가 발견됐지만, 현재 2개체 정도만이 존재하고 있다.

이 같은 원인은 백양더부살이의 자생지가 하천 양쪽으로 자동차 도로에 근접해 있는 원인과 산책로에 외래종 식물의 화단을 조성해 놓아 백양더부살이의 자생지가 넓게 퍼져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백양더부살이의 기주식물인 쑥이 가로수 조성공사로 인해 사라지면서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더욱이 백양더부살이의 자생지 대부분이 도로공사 확장에 의해 조만간 아스팔트에 파묻힐 위기에 직면해 있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29호선의 우회도로 공사는 현재 2차로인 내장천변도로를 2010년까지 4차로로 넓힐 예정에 있어 천변 도로공사의 시작과 함께 세계적인 희귀종은 자연적인 원인이 아닌 인위적인 원인으로 멸종을 맞을 상황에 처해 있다.

박성배 팀장은 "최초 발견 당시에는 수많은 개체수가 있었지만 현재는 2개의 개체수만 존재하고 있다"며 "하천을 중심으로 조성된 '뚱딴지' 같은 외래종들이 백양더부살이의 자생지를 줄게 만든 이유인 것 같다"고 했다.

백양더부살이와 운명은

지난 4일 제주대 자원식물연구실 팀은 제주 서부지역에서 1000여 개체가 서식하는 백양더부살이 자생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해 6월에는 전남 신안군 우이도 모래해변에서 백양더부살이가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제주에서 발견된 백양더부살이는 대부분이 변이종으로 밝혀져 그 희귀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박 팀장은 "해안가에서 발견된 백양더부살이는 변종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결국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읍에서 자생하는 백양더부살이의 가치는 더욱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 소장은 "이곳에서 없어지면 이 종은 세상에서 영영 사라지게 된다"며 "실태조사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로를 닦더라도 일년생인 백양더부살이가 씨앗을 맺을 때까지 기다려 비슷한 대체서식지에 옮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같이 아주 희귀한 식물인 백양더부살이는 1928년 일본인 학자 나카이 다케노신이 내장산에서 한 포기를 채집한 뒤 멸종한 것으로 간주됐으나 지난 2003년 정읍천변에서 다시 발견돼 학계를 흥분시켰다.

당시 발견자인 박성배 내장산국립공원 자원보전팀장은 "세계적으로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식물이라 학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가졌었다"며 "학계에서 1년 반 동안 연구 끝에 백양더부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후 세계 각국 관련학계에 전송을 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시에는 멸종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던 백양더부살이의 등장으로 전국이 아닌 세계학계를 흥분시키고,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실제 중앙언론들은 이러한 사실을 전국적인 뉴스로 사실을 알렸으며 특히, 한겨레 및 일부 언론에서는 백양더부살이에게 직면한 위기에 대해 기사화했다. 하지만 정읍시는 이에 대한 대안제시는커녕, 수수방관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네티즌 홍철희씨는 "백양더부살이가 군집을 이루는 둑길에 단풍나무를 심느라 절반쯤 흙이 파헤쳐지고 다른 쪽은 외래종을 가꾸느라 백양더부살이의 기주식물인 쑥을 제거해버렸다"며 "지자체들이 친환경 생태도시를 지향하는 세상에 정읍시가 생태말살도시라는 오명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편 백양더부살이는 쑥 뿌리에 기생하며 볕이 잘 들고 건조한 곳에서만 사는 까다로운 생태를 지녀 현재는 산림청의 보존우선후보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진기한 보물의 보존 위해 각계각층의 관심 필요

'백양더부살이’'

지구상에서 오로지 이곳 정읍에만 있다는 말 그대로 희귀한, 아니 진기한 식물이다. 80여년 전 일본인 학자에 의해 처음 실체를 드러낸 이 식물은 그동안 사라져버린 것으로 알려지며 학계에서도 그 존재를 잊고 있었다. 하지만 백양더부살이는 정읍에서 눈에 띠지 않은 채 기나긴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었다.

지난 2003년에 이어 2005년에 박성배 내장산국립공원 자원보전팀장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이 식물은 산 속 깊은 곳이 아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우리 주변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로 인해 백양더부살이에겐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운명에 처해있다.

개발이라는 명분하에 생명을 지탱해주는 ‘쑥’이 사라졌고, 인위적으로 조성된 외래종에 의해 터전을 심각하게 침해 받으며 이제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조만간 도로공사가 진행되면 이 식물의 보금자리는 그야말로 송두리째 파헤쳐질 상황에 처해 있어 그 존재는 자료서적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전망이다.

백양더부살이가 왜 정읍에서만 살아왔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국내를 벗어나 세계적으로도 이 같은 이유를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인지를 떠나 이제 정읍사람들이 이 진기한 식물을 살려야 할 때이다. 물론, 얼마 남지 않은 식물을 대체서식지에 옮기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들 것이다.

전문가는 식물의 터전을 옮기는 작업이 그리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마냥 손만 놓고 있는 다면 우리는 정읍의 자연에게 큰 죄를 짓는 일이 될 것이다. 정읍시 재정이 어렵다면 국가예산을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여서라도 단순한 식물이 아닌 정읍의 보물을 보존해야 마땅하다.

언제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백양더부살이는 내장산 이외에도 백양사 부근에서 발견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 이름이 왠지 낯설지가 않다. 백양에서 쫓겨나 정읍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어 ‘백양더부살이’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모를 일이다.

정이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를 얻어 사는 사람에게 겨울에 집을 비워달라고 하지 않는다. 이제 더부살이에게도 시간과 기회를 주는 정읍의 따뜻한 정을 보여줄 때이다. / 김성혁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 정읍지역신문 '정읍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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