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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ere the wild things are" 표지
ⓒ Haper Collins Publishers
아이는 만 두 살이 지나면서 자아가 생긴다고 한다. 엉뚱한 고집을 피우고, '안 해', '싫어', 'No!'를 입에 달고 다니는 시기가 된 것이다. 나의 큰아들 정우도 그러했다. 게다가 두 살이 되기 직전에 동생을 보았으니 스트레스가 제법 컸을 것이다.

혼자 두 아이를 돌보기가 힘들어 정우를 놀이방에 보내게 되었다. 그곳에서 제일 먼저 배워온 단어가 'No!'와 'Stop!'이였다. 동물과 공룡, 기차를 좋아하는 정우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제일 많이 하는 대사는 "다 잡아먹어 버릴 테다!"였다. 엄마까지 잡아먹겠다며 있는 힘껏 입을 크게 벌리고 '와아흥!' 으르렁대는 녀석을 보며 참으로 난감했었다.

그때 도서관에서 빌려온 한 권의 책이 나의 시름을 덜어주었다. 그 유명한 모리스 센닥의 < Where the wild things are(괴물들이 사는 나라)>.

▲ "Where the wild things are" 벌로 방에 갇힌 맥스
ⓒ Haper Collins Publishers
늑대 옷을 입고 온갖 장난을 치던 맥스는 'WILD THING!(괴물 같은 것!)'이라고 야단을 맞는다. 맥스는 'I'LL EAT YOU UP!(엄마를 잡아먹을 꺼야)!'라고 소리치며 대들다가 밥도 못 먹고 방에 갇혀 '타임아웃'을 당한다.

문 닫힌 방은 숲으로 변하고 맥스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왕이 된다. 마음껏 장난을 친 뒤, 맥스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고 싶어진다. 배를 타고 돌아온 맥스의 방에는 따뜻한 식사가 놓여있었다.

1963년에 처음 출판되었을 때, 미국의 부모들은 'I'LL EAT YOU UP!'라는 문장에 깜짝 놀라 이 책을 도서관 대출 금지목록에 올렸다고 한다. 이후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여 금지목록에서도 풀려나고 1964년에는 칼데콧상까지 받게 되었다. 바로 진짜 아이의 모습을 담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아라는 것이 생겨나고, 동생이라는 것도 생기고, 놀이방에도 가야하고. 두 살짜리 꼬마도 나름의 고민과 스트레스가 있다. 하물며 일곱 살은 돼 보이는 맥스는 오죽하겠는가. 화도 나고, 기분도 나쁘고, 짜증도 나지만, 그 감정들을 제대로 표현할 줄 모른다. 아니, 불쾌한 기분의 정체도 파악하지 못한다. 할 수 있는 것은 소리지르고, 던지고, 고집 피우는 것뿐.

이런 아이들에게 '타임 아웃'은 적절한 조치이다. 잠시 방에 혼자 두어 흥분된 기분을 가라앉히도록 하는 것이다. 혹은 '생각하는 의자'에 앉혀두는 것도 좋다. 진정이 된 다음 말을 걸면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좋다.

▲ "Where the wild things are" 괴물들의 왕이 된 맥스
ⓒ Haper Collins Publishers
그렇게 야단을 친 날, 저녁에 < Where the wild things are >을 읽어주면 아이는 눈을 반짝이고, 귀를 쫑긋 세운다. 괴물들과 달밤에 큰소리치며 발도 구르고, 높은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리기도 하고, 괴물의 목말을 타고 시끄럽게 노래하며 행진도 하고. 괴물들의 왕이 된 맥스는 자신의 모습이다.

잠든 괴물들 옆에서 'where someone loved him best of all(그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곳)'을 그리워하는 맥스도 자신의 모습이다. 방으로 돌아온 맥스가 늑대 옷을 벗는 것처럼 아이도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힌다.

▲ "Where the wild things are" 방에는 따뜻한 음식이 놓여있었다.
ⓒ Haper Collins Publishers
화가 난 얼굴로 벽에 못질을 하는 첫 장면은 책의 오른쪽 면 중앙만 차지한다. 그림 면은 조금씩 커지더니, '맥스호'를 타고 바다로 나서자 그림은 왼쪽 면으로 진출한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도착했을 때는 왼쪽 오른쪽 면에 모두 펼쳐진다.

급기야 괴물왕이 되어 소동을 벌이자 글 칸마저 없어지고 전면이 맥스의 괴물세계가 된다. 맥스의 야수성이 커질수록 그림 면의 크기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림 면은 점점 줄어들어 방에 돌아온 뒤의 다음 장면에는 그림도 없이 'and it was still hot(그리고 저녁은 아직 따뜻했다)'라는 문장만 남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맥스의 분노가 따뜻한 식사를 즐기면서 눈 녹듯이 사라진 것이다.

맥스가 포크를 휘두르며 강아지를 쫓아가는 두 번째 장면. 뒷벽에는 '맥스가 그린 괴물 그림'이 반듯하게 꽂혀있다. 아무리 사납고 거친 장난을 쳐도 그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환상 세계에서 늘 맥스를 지켜보고 있는 달도 엄마의 애정 어린 시선이다.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따뜻한 음식도 엄마의 배려이다. 'wild thing(괴물)'을 길들이는 것은 엄마의 사랑인 것이다.

< Where the wild things are >의 맥스처럼 벌을 받으면서 자신만의 환상 세계를 펼치는 < If I were a lion >의 빨강 머리 여자아이를 이어서 소개한다.

덧붙이는 글 | “Where wild things are” story and pictures by Maurice Sendak. Harper Collins Publishers. 1991


태그:#WHERE THE WILD THINGS ARE, #MAURICE SENDAK, #괴물들이 사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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