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작년 8월 호주를 방문중인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윤여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아직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재임 중이던 지난 2006년 8월 13일부터 16일까지 호주를 방문했다. 8월 7일 일본방문을 시작으로 페루, 아르헨티나, 뉴질랜드를 거쳐 호주를 공식방문 한 것.

그 당시 정황으로 미루어볼 때, 겉으로 드러내놓은 행보는 아니었지만 방문외교와 더불어 유엔사무총장 진출을 위한 지지약속도 받으려는 '양수겸장' 외교일정으로 보였다. 8월 15일 저녁, 시드니에서 만난 반기문 전 장관은 무척 얼굴빛이 밝았다.

반기문 전 장관과의 인터뷰는 개략적인 서면질의서를 먼저 전달한 다음 직접 질의응답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약간 지친 모습을 보이면서도 그는 늦은 시간까지 성실하게 답변해주었다. 이런저런 질의응답 끝에 FTA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 끝으로 한국-호주 FTA, 한국-미국 FTA에 관해서 질문하겠습니다. 우선 오늘 캔버라를 방문하는 동안에 한국-호주 FTA협상에 관한 논의는 없었는지요?
"물론 있었습니다. 호주의 입장은 한국-호주 FTA협상을 시작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미국과 FTA협상을 추진하고 있고, 또한 호주나 뉴질랜드처럼 농업분야 수출이 큰 나라와의 협상은 아주 민감한 사안이 많아서 점진적인 협의를 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 2005년 1월 1일부터 발효된 호주-미국 FTA에는 다음과 같은 조항이 있습니다. 'There is no 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provision in the Agreement'. 이는 NAFTA 11조 조항인 투자자-정부 제소권을 호주-미국 FTA협정에서 제외시킨다는 내용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의 일부 언론과 경제학자들은 NAFTA 11조는 한국-미국 FTA에서도 제외되어야 할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미국 2차 FTA협상이 끝난 지금까지 이 문제는 합의된 바 없는데, 반 장관님의 견해와 앞으로의 협상계획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NAFTA 11조 조항에 관한 논란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협상대표들이 심도 있게 논의하는 중이고 적절하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호주-미국FTA협정에 그 조항이 빠진 사례도 충분히 검토했기 때문에 오는 9월 6일부터 4일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한국-미국 FTA 3차협상에서 잘 활용할 것입니다.(이상 오마이뉴스 2006년 8월 16일자에서 발췌)

뒤늦은 공개지만, 반기문 전 장관은 그때까지 투자자-정부 제소권에 관해서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한동안 질의 내용과 동떨어진 동문서답을 했던 것.

그러나 잠시 후, 수행 중이던 외교통상부 직원이 메모를 건네자 정상적인 답변으로 돌아왔다. 그 정상적인 답변이 위에 정리된 내용이다. 그는 순간적으로 당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가능성은 두 가지다. 하나는 투자자-정부 제소권에 대해서 사전지식이 불충분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경황 중에 질문을 정확하게 듣지 못해서 다른 내용의 답변을 했을 가능성이다.

아무튼 한-미 FTA 주무장관이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쟁점사항에 대해서 잠시 동문서답을 했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남겼다. 더구나 미국과의 FTA 체결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그 조항을 제외시킨 호주를 방문하면서 말이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