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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28일 한국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의 손학규 전 경기지사 띄우기는 유별나다. 소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28일 오전 10시 한국노총 정기대의원대회가 열리고 있는 용산구민회관 대강당, 이용득 위원장의 대회사가 끝나자 가장 먼저 홍준표 의원이 축사를 하기 위해 연단에 올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배려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 연말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마련된 노사관계 선진화 입법이 국회를 통과했다"며 "이용득 위원장의 대승적 결단이 없었다면 참으로 어려웠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금년은 대선이 있는 해이고 한국노총은 (정당과) 정책연대를 하겠다고 했는데, 가급적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해주면 저희들이 정말 사회 대타협을 이루고, 노동자, 근로자가 대접받는 사회를 꼭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대의원들의 박수에 한껏 고무된 표정의 홍 의원은 연단 아래서 축사 순서를 기다리던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을 쳐다보더니, "정 의장님도 계시고, 선거법 위반 아니니까…"라며 겸언쩍에 웃어보였다.

홍 의원은 다시 정 의장 옆쪽에 앉아 있던 손학규 전 지사를 응시했다. 그리고는 대뜸 "올해는 황금돼지띠 해다. 저 양반이 진짜 황금돼지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손학규 전 지사가 정말 뜰 수 있도록, 한국노총 대의원들이 성원해달라. 저 사람 정말 괜찮은 사람이다"며 축사를 마쳤다.

예상치 않던 홍 의원의 발언에 손학규 전 지사는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연단에서 내려온 홍 의원을 반갑게 맞았다. 이날 나란히 앉아있던 홍 의원과 손 전 지사는 수시로 귓속말을 나누며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상의했다.

홍준표가 '손학규 띄우기' 나선 까닭은?

▲ 손학규 전 지사는 28일 한국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특히 아직도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 나누는 구시대적인 낡은 사고방식으로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수 없다"며 이 전 시장을 비판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홍준표 의원의 '손학규 띄우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홍 의원은 지난해 9월 한창 '100일 민심대장정'을 벌이고 있던 손 전 지사의 홈페이지에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3인의 균형잡힌 구도가 반드시 필요한데 아직 손학규 선배가 뜨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손학규 선배의 건승을 기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99년 워싱턴에서 같이 유학할 때의 손학규 선배의 모습이나 지금 민심의 바다를 항해 하고 있는 모습은 오로지 우국충정이라는 하나의 화두만을 추구하는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이라며 손 전 지사를 극찬했다.

당초 홍 의원은 손 전 지사를 격려하기 위해 민심대장정 현장에 따라갈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홍 의원은 "민심대장정에 가보려고 했는데, 그러면 일회성 뉴스밖에 안될 것 같아 그만뒀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지사는 홍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글을 올려줘) 고맙다"고 인사를 했고, 홍 의원은 "형님, 힘내십시요"라고 격려했다.

홍 의원은 최근 S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앤조이>에 출연해서도 손 전 지사의 낮은 지지율에 대해 "순수하게 국가를 생각하는 인물인데, 국민들이 진심을 알아주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당내 소장개혁파를 향해서는 "두 명의 유력주자에 줄서거나 혹은 독자 출마를 강행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들은) 지향점과 이념 성향이 맞는 손 전 지사를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단 소리'뿐만 아니라 '쓴 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홍 의원은 "손 전 지사의 충정에도 불구하고 아직 당원들이나 국민들이 몰라주고 있는 것에 대한 전략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부디 주변에 참모들이 무엇이 문제인지 면밀히 검토하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선 전략과 관련해서는 "요즘 국민정서가 정치는 보수, 경제는 진보 성향으로 가는데, 손 전 지사 측은 거꾸로 정치는 진보, 경제는 보수 쪽으로 가고 있다"며 이념 지향점의 변화를 지적했다.

특히 손 전 지사의 "햇볕정책 계승, 발전" 발언에 대해 홍 의원은 "한나라당에서는 햇볕정책을 실패한 것으로 결론냈고, 더구나 한나라당의 정체성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같은 취지라 하더라도 표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손 전 지사에 애착을 보이는 홍 의원이지만, 지난해 5·31 지방선거 이전까지는 이명박 전 시장 계파로 분류됐다. 이후 홍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 경선 때 이명박 전 시장이 자신이 아닌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결별을 선언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홍 의원의 '손학규 띄우기'가 이 전 시장에 대한 불만의 우회적 표현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홍 의원은 "이명박 전 시장과의 오해는 다 풀렸다"면서 "지방선거 이후 나는 독자 선언을 했다, 누구에게도 줄을 설 생각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렇다면 홍 의원이 '손학규 띄우기'를 멈추지 않는 까닭은 뭘까? 홍 의원은 "한나라당의 정권 창출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같은 양강(이명박-박근혜) 구도에서 네거티브전이 계속될 경우 분열 사태가 불가피하고, 결국 정권을 잡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이 올라 '이명박-박근혜'와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할 경우, 후보들의 분열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1987년 대선 당시 김대중-김영삼 씨의 양강 구도 후 분열상을 예시했는데, 경선에 패배해 양보가 불가피한 후보가 둘 이상 생기게 될 경우 승복 문화가 자연스럽게 뿌리내릴 것이다."

그러면서도 홍 의원은 "한나라당 후보가 결정되면 범여권에서 네거티브 총공세가 이뤄질 것"이라며 "어차피 이번 대선 역시 49:51 싸움으로 흑색선전을 막아낼 수 있는 사람은 홍준표와 이재오 뿐"이라고 말해, 자신은 예선이 아니라 본선에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것임을 강조했다.

▲ 지난해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 대회장에서 연설을 끝낸 뒤 이명박 서울시장과 악수하는 홍준표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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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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