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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우든 승객의 안전이 우선이죠"
"어떤 경우든 승객의 안전이 우선이죠" ⓒ 김현자

서울 지하철을 이용한 지 제법 오래 되었다. 국철과 2호선만 운행할 때부터니까 20여년이 넘은 셈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가장 많이 가장 편리하게 이용하는 대중교통은 지하철이다. 어디든 찾아가기 쉽고, 정체될 염려가 없고, 책읽기가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디를 가야 할 때나 누군가를 만나야 할 때 제일 먼저 묻는다.

"부근에 지하철은 없나요? 몇 번 출구로 나가야 하죠?"

늘 편안하게 이용하는 지하철 운전실이 궁금했다. 승객의 편리와 안전을 위해 기관사들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며 힘든 점은 무엇일까?

1평의 운전실에서 승객의 생명을 책임지는 사람들

근사할 것이라는 상상과 전혀 다른 전동차 운전실이었다.
근사할 것이라는 상상과 전혀 다른 전동차 운전실이었다. ⓒ 김현자
운전대 왼쪽 모습이다.
운전대 왼쪽 모습이다. ⓒ 김현자
9월 5일 저녁 7시 5분 교대역. 신분확인 등 몇 가지 확인 끝에 3호선 대화행 지하철 운전실에 탑승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탑승은 이루어졌다. 승객의 시간을 1초도 허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동차는 어느새 다음 역인 고속터미널역에 들어서고 있었다. 문이 닫히고 고속터미널역을 떠나 다음 역에 들어서기 시작할 때가 돼서야 비로소 운전실 내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각종 기기로 무척 복잡할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중앙 운전대는 일반 자동차보다 조금 더 복잡한 정도. 다르다면 자동차와 전혀 다른 운전대 부품들이었다. 항공기처럼 정밀한 센서로 자동 운전될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속도조절과 자동제어 등 모든 조작은 기관사가 하고 있었다.

얼떨결에 몇 정거장째 지나가고 있었다. 운전실 내부가 눈에 익자 이제는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수많은 시멘트 콘크리트 기둥이 다소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신분확인을 위해 함께 탑승했던 서울메트로의 한 관계자는 말한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진 겁니다. 제가 기관사로 있을 때, 아니 몇년 전만 해도 한 바퀴 운행하고 코를 닦으면 휴지에 새까만 것들이 가득 묻어나곤 했습니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필자에겐 운전실의 공기가 탁하게 느껴졌다. 1평이나 될까? 기관사가 앉은 뒤로는 한 치의 공간도 없다. (물론 옆에 설 수 있지만) 기관사 혼자 두세 시간 동안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공간이다.

3호선에서 유일하게 스크린도어가 설치 된 을지로 3가역. 앞의 센서는 스크린 도어의 열림과 닫힘, '0'은 전동차가 멈춘 지점표시
3호선에서 유일하게 스크린도어가 설치 된 을지로 3가역. 앞의 센서는 스크린 도어의 열림과 닫힘, '0'은 전동차가 멈춘 지점표시 ⓒ 김현자
"작은 불상사 하나 없이 운행이 끝나는 순간 제일 마음이 편해집니다"
"작은 불상사 하나 없이 운행이 끝나는 순간 제일 마음이 편해집니다" ⓒ 김현자
밝음과 어둠이 불과 1~2분 사이에 계속 되풀이되고 있었다. "이렇게 몇 시간씩 되풀이되면 눈이 나빠지지 않나요?" 기관사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눈이 나빠지는 건 당연하지 않겠어요? 눈이 나빠지고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은 나중문제입니다. 우선 제일 힘든 것은 불규칙한 출퇴근 때문에 식사가 불규칙하다 보니 위장병을 앓는 사람이 많아요.

또 남들과 다른 생활.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아무래도 힘들겠죠? 휴일에 아이들과 놀러가고 싶어도 시간이 잘 맞지 않아요."

출퇴근도 휴식도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다

전동차 한 대에 정해진 순번에 따라 기관사와 차장이 한 조가 되어 운행을 한다. 운행하는 시간은 2시간부터 3시간까지 노선마다 차이가 난다.

자기 순서에 운행을 마치면 다음 운행순서가 돌아올 때까지 두세 시간을 대기한다. 이 시간에 식사와 급한 볼일을 보고 잠시 휴식을 보충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출퇴근 시간도 식사시간도 휴식시간도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다. '근근야휴'라는 말로 근무일수에 대해 알려주는데 계산이 쉽지 않았다.

어느새 기자가 내리기로 한 구파발역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승객으로 탈 때는 교대역에서 구파발까지 한 시간 거리인데 취재차 동승해서인지 10분 남짓 걸린 것 같은 기분이다. 아직 물어볼 말이 더 많이 남았는데…. 취재 연장.

지축역에서 또다른 기관사와 눈 깜짝할 사이 교대가 이루어졌다. "15년 동안 운전하면서 일반인이 운전실에 타기는 처음입니다. 어떻게 타셨어요?" 기관사는 인사를 이렇게 건넨다.

"제가 참 궁금한 것이 있었는데요. 갑자기 급한 화장실 볼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죠? 아무리 신경쓰고 조절해도 사람이니까 급할 때가 생기잖아요. 이런 경우 어떻게 교대를 하죠?"

"그러니까 평소에 잘 조절해야죠(웃음). 하지만 조절을 아무리 잘해도 급하게 돼서 참다참다 결국 옷에 싸는 기관사들도 있어요. 한번 생각해 보세요. 아무리 이해를 해줘도 다른 기관사나 청소하는 아줌마들에게 얼마나 난감합니까. 그러나 어떤 경우든 승객의 안전이 우선이니 어쩔 수 없죠."

이 말을 하면서 기관사는 쑥스럽게 웃었다. 함께 웃어주는 것만이 쑥스러움을 덜어 줄 수 있을까? 어느새 대화역 종점에 이르렀다.

10량, 200m!

방송 들을 때마다  궁금했었죠?
방송 들을 때마다 궁금했었죠? ⓒ 김현자
ⓒ 김현자
무리한 탑승은 위험해요! 5분 먼저 서두르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무리한 탑승은 위험해요! 5분 먼저 서두르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 김현자
"차장실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라는 말을 남긴 기관사는 열쇠 몇 개를 빼 챙겨들고 인사를 한 다음 운전실을 나갔다. 잠시 후 차장이 탑승했다. 필자가 타고왔던 운전실은 이번에는 차장실이 되어 전동차 제일 뒤칸에서 달리기 시작했다.

제일 앞에서 전동차를 이끌고 가는 사람이 기관사. 제일 뒤칸에서 기관사가 하는 일 외에 지하철 운행에 필요한 나머지 일을 하는 사람이 차장. 문을 여닫는 일, 방송, 냉난방 조절 등이 차장 몫이었다.

기관사가 역내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긴장한다면, 차장은 문이 닫히고 전동차가 막 출발하기 직전에 가장 긴장하고 많은 신경을 쓴다고 한다. 지하철 문이 닫히는 순간 무리하게 탑승하려고 별 방법을 쓰는 사람이 있는데 경우에 따라 사상사고로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10량. 200m! 차장 혼자 바라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길이가 너무 길었다. 원칙적으로 기관사는 운전석에서 일어나면 안 되는데 가끔씩 일어나 차장을 돕고 있었다. 어떤 경우든 승객의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충무로역에서 내렸다. 타고왔던 전동차와 차장이 흔들어 주는 손인사가 사라진 후 시계를 보니 저녁 9시 28분. 느낌으로 고작 한 삼십분 지난 것 같은데 2시간 23분 동안이나?

그렇게 궁금하던 전동차 운전실. 내가 생각해오던 것처럼 근사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많은 것들을 알게 된 소중하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많은 것을 보았고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느낀 특별한 체험이었다.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느낀 특별한 체험이었다. ⓒ 김현자

덧붙이는 글 | ※ 탑승하기까지 협조해주신 서울메트로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두번째 이야기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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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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