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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의 작곡자 안익태가 만든 '만주국'이 발굴된 가운데 국내 연구자와 유족 등이 최근의 친일 시비에 곤혹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1998년 <안익태>이라는 이름의 평전을 펴낸 전정임 충남대 교수(음악학)는 1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저서를 펴낼 때만 해도 안 선생의 친일 행적을 보여주는 자료가 별로 없었다"며 뒤늦게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그는 "안 선생이 작곡한 '한국환상곡'이나 '논개' 등을 살펴보면 민족애가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최근에 제기된 친일 의혹에는 억측이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친일 행위를 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어떤 사람이 그 당시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상황을 감안해야 하는데, 하나의 사건만으로 안 선생을 친일로 보는 경향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 교수는 "안익태의 스승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친(親)나치주의자로 일본과도 우호적인 입장이었다"며 "안 선생이 '만주국'을 지휘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풀이했다.

"슈트라우스가 안 선생에게 여러가지 일을 맡겼고, 안 선생도 연주 기회를 더 많이 잡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그런 일을 한 게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 말았어야 했다."

안씨에 대한 연구서로는 언론인 김경래가 1972년에 쓴 <위대한 한국인 안익태> 등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전 교수의 저서 <안익태>가 시중 서점에서 유일하게 구할 수 있는 책이다.

전 교수는 최근 발견된 미공개 악보 등이 들어간 증보판을 오는 6월 재발간하기로 했다.

조카딸 안순영씨 "당시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

안씨의 조카딸 안순영(성악가, 안익태기념재단 이사)씨도 이날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그 당시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걸 비춰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방송에 잠시 소개된 '만주국'과 '한국환상곡'이 흡사하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그분의 작품에서는 항상 한국민요 같은 게 나오기 때문에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해서 여러가지 얘기가 나오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주장했다.

'만주국'의 존재를 몰랐다는 안씨는 만주국을 찬양하려는 게 아니라 한국의 독립이나 민요를 여러 나라에 보여주기 위해 한 행동일 것으로 해석했다.

생전의 안익태는 세계 곳곳에서 연주여행을 하는 동안 '한국환상곡'을 연주할 때는 외국인 합창단에게도 '애국가' 부분은 한국어로 부르도록 주문했다고 한다.

안씨는 "그분의 음악을 깊이 이해해야지, 위대한 음악성과 나라사랑이 가려지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애국가를 얼마나 사랑했고, 가족들이 한국에 애국가를 기증까지 하지 않았냐"며 '새로운 국가 제정' 논란에 대해서도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익태와 손기정이 1936년 올림픽이 열린 베를린에서 만나 애국가를 함께 불렀다는 등의 풍문도 명확한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정임 교수는 "생전의 손기정씨는 '베를린에서 안익태를 만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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