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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전 사무총장 김무성 의원(3선, 부산 남을)이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세론'으로 가고 있다"고 당내의 움직임을'인정'했다.

김 의원은 23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우리나라 정당사에 당대표가 계보 정치에 밀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당내에서 박 대표의 세가 불리해졌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경기도지사 후보 단일화' 등으로 국발연(국가발전전략연구회)과 수요모임이 힘을 합치는 양상이 되면, 한쪽으로 쏠리지 않느냐"며 "박 대표는 '계파 정치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실천하고 있고 저쪽(이명박 시장계)에서는 아닌 것처럼 하면서도 실질적으로 계보정치화가 됐다"고 분석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재오 의원에게 패한 김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도 친박 대 반박의 경쟁이었다"고 규정하면서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이명박계 계보정치의 위력이 여실히 발휘됐다"고 말했다.

이는 이명박계로 분류되는 이재오 원내대표가 경선 결과에 대해 "'친박 대 반박' 구도도, 반박진영의 승리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대조된다.

"사무총장 맡았을 때 내 운명 결정... 반전 위해 노력하겠다"

김 의원은 박 대표를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한 준비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의원은 "사무총장직 제안을 받았을 때 내 운명이 결정된 것"이라며 "지금은 세가 불리하지만 반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대표도 이제는 대선 준비에 들어가야 할 때"라며 "박 대표가 대통령 후보로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활동 시기와 관련, "7월 전당대회부터 시작할 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이 박 대표의 최측근 인사라는 점에서 이같은 발언은 박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거나 최소한 조만간 박 대표에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민추협(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회장이기도 한 김 의원은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함께 광주 망월동 5·18 국립묘지를 참배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두 분은 민주화에 큰 공헌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지역감정을 고조시킨 큰 죄를 지었다"며 "조만간 두 분을 찾아뵙고 돌아가시기 전에 이 죄를 씻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무성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인터뷰는 23일 오후 2시부터 1시간30분 가량 진행됐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망월동 공동 참배 추진한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원내대표 선거의 패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현재 굉장히 극한 대치상황 속에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쪽으로 가든 당이 중지를 모아서 한 길로 가야 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오히려 나보다 이재오 의원이 되는 것이 잘 됐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선거를 시작할 때, 바로 그런 점에서 '일반 국민들이 볼 때 어떤 모양새가 좋겠는가'에 대해서 사려깊지 못했다는 후회도 좀 하고 있다. 그런 견지에서는 나보다 이재오 대표가 되는 것이 더 모양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번 게임은 내가 나설 게임이 아니었구나'하는 후회도 좀 됐다."

- 이재오 원내대표는 당선된 후 '친박 대 반박'의 싸움은 아니었다는 것을 강조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친박 대 반박의 싸움, 경쟁이었지. 문제는 반박진영의 표는 이재오 현 원내대표에게 다 갔고, 친박 진영의 표 일부도 그 쪽으로 갔다는 거다. 평소에 나와 잘 지내던 의원도 '김무성이 되면 당 망한다'는 극한 표현을 썼다고 하는데, '박근혜 당대표, 김무성 원내대표'의 모양은 안 좋다는 뜻의 과격한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표현이 너무 지나쳤다."

- 사립학교법과 관련해 이재오 원내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지금 상황에서 원내대표라는 협상가에게 전권을 줘야 한다. 또 협상하는 과정에 당에서 한 목소리를 내주어야 한다. 협상이 진행되지 않은 시기였긴 했지만, 지난해 말 '병행투쟁' 주장이나 경기도지사의 그런 주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재오 원내대표가 잘 하리라고 본다. 지난 번 원내총무 할 때도 어려운 대치상태에서 잘 해냈다."

- 오는 7월에 당 대표 선거가 있는데 출마 의향은?
"지금은 내가 왜 큰 표 차이로 안 됐는지 나름대로 분석하고 있다. 당분간 자숙하며 있겠다. 스타일이 직선적이다 보니 사무총장 할 때 동료의원의 마음을 많이 다치게 한 듯 하다."

"내가 왜 졌을까... 나설 게임 아니었다는 후회도"

- 여당의 '가짜당원'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한나라당도 책임당원제를 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보나.
"대폭 바뀐 정당법에 의하면 올해 3월부터 중앙당과 시도당 후원회가 전면 폐지된다. 어느 정당도 국고보조금과 당비 내는 당원에 의하지 않고서는 운영하지 못하게 됐다.

우리는 열린우리당이 이미 겪은 기간당원의 부작용을 이미 알고 그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 전 책임당원 가입자에게 시도지부에서 일일이 전화해서 본인이 원해서 가입했는지 확인했다. 우리도 물론 '가짜당원'이 있기는 있겠지만 확인과정을 거쳤으므로 수는 적을 것이다. 열린우리당 '봉천본동 가짜당원 사건'은 이해가 안되는 일이다. 우리는 그런 일은 없다."

- 한나라당은 어느 정도까지 책임당원 수를 늘려야 하나.
"다다익선이다. 과연 국회의원 부인이나 아들·딸이 당원으로 가입해서 당비 내는지 반문하고 싶다. 안한다고 본다. 나는 다 시켰다. 결국 책임당원들이 낸 당비를 통해 당 운영이 흑자로 돌아섰다. 아마 (책임당원들이 투표권을 갖게 되는) 경선이 끝난 뒤에는 낙선한 쪽에서 데려온 당원들은 대거 이탈할 거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제대로 된 당원들이 쌓여가는 것이다. 또 책임당원제 덕에 과거 당원조직도 복원됐다."

- 민추협 공동회장으로서 지난 20일 민추협 인사들과 광주 5·18 국립묘지와 부산 민주공원을 방문했는데.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6·29 선언이라는 민주화 항복을 받아낸 정치지도자이다. '6월 항쟁'은 그 두 분이 만든 민추협이 해냈다. 그러나 우리가 역사에 죄를 지은 게 있다. 지역감정 고조가 그것이다.

'경상도=김영삼, 전라도=김대중'이라는 구도로 지역감정이 극에 달했다. 두 지도자가 민주화를 이뤘고 대통령도 됐지만, 돌아가시기 전에 죄를 씻고 가야한다. 이를 위해 '제2의 민추협 운동'을 벌이자는 것이다. 두 지도자를 찾아가서 '결자해지 하십시오'라고 말할 생각이다. 이 분들이 안 한다고 할 이유도 없다."

- 언제 찾아갈 생각인가.
"설 지난 뒤 할 생각이다. 우선 민추협 양 세력(상도동계·동교동계)이 먼저 중진 모임을 해 광주와 부산에 다녀온 얘기를 한 뒤 공감대를 형성해서 같이 두 전 대통령을 방문할 계획이다. 그런 후에 두 분이 같이 망월동에 참배가시는 것을 추진하겠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5·18 국립묘지를 누가 만들었는지 아는가? 바로 김영삼 전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서 한 일이다. 준공식 때 참석하려 했는데 일부 학생들의 반대로 못 갔다. 지금까지도 한 번도 못 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가시는 일보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손잡고 망월동에 가는 게 우선돼야 한다."

"국발연+수요모임 >친박... 주류-비주류가 바뀌는 것"

ⓒ 오마이뉴스 이종호
- 경기지사 후보 당내 경선을 앞두고 김문수(국가발전전략연구회) 의원과 남경필(새정치수요모임) 의원이 단일화했다. 어떻게 보나.
"정치는 '연대'다. 잘된 일이다. 한나라당이 집권하기 위해서도 연대해야 한다. 현재 거론되는 대권 주자 중 누가 후보가 돼도 혼자 집권 못 한다. 그래서 연대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당내 '연구모임'들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본다. 자기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계보가 되지 않았나. 수요모임 쪽에서 항상 "독주는 안된다"면서 "(후보간) 균형을 맞춰서 흥행에 성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현재 세력 분포로 볼 때 이렇게 (국발연과 수요모임이 힙을 합치게) 되면 한쪽으로 쏠리게 되지 않나. 굳이 말하자면 '반박'이 주류가 되는 것 아닌가. 박근혜 대표가 비주류가 되고…. 이렇게 되면 주류와 비주류가 바뀌는 거다."

- 소위 '이명박계'가 주류가 되는 양상이라는 것인가?
"박근혜 대표는 계파나 계보가 없다. 그런데 국발연은 누가 보더라도 이명박계에 가까운 모임 아닌가. 박 대표는 계파 정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실천하고 있고, 저쪽에서는 아닌 것처럼 하면서도 실질적으로 계보정치화가 됐다. 특히 이번 원내대표 선거 때 그 위력이 여실히 발휘됐다. 아마 우리나라 정당사에 당 대표가 계보 정치에 밀린 것은 아마 처음 있는 일일 거다."

- 당내에서 박 대표의 세가 불리해졌다는 얘기인가.
"그렇게 됐다.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 김무성 의원을 '박 대표의 측근'이라고 표현하는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 표현을 거부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언론에서) '측근 3인방', '인의 장막',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틀린 말이다. 전혀 그런 일 없다. 사무총장으로 있을 때도 당 현안에 대해 실무적인 보고는 해도 박 대표 편에 서서 '이명박 쪽은 저러니 우리는 이렇게 어쩌고…' 하는 전략을 짠 적은 한번도 없다. 박 대표가 그런 일은 안하는 사람이다.

사실 박 대표로부터 사무총장직을 제안받았을 때, 그 짧은 기간동안 내 운명이 결정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 국회 재정경제위원장을 맡은 지 6개월 만에 사무총장직을 제안 받았으니 고민을 무척 했다. 사무총장을 맡으면 결국 박 대표 사람이 되는 건데…. 당시 많은 고민 끝에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이제는 대선 준비, 7월부터 시작할지는 글쎄..."

- 대선이 채 2년이 안 남았고 오는 6월이면 박 대표도 대표직을 내놔야 한다. 대선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제 준비해야지."

- 박 대표는 계보나 계파도 없는데 힘들지 않겠나.
"(측근) 3명이서 시작해야지. 예민한 부분이다. 지금까지는 안해왔지만 언젠가는 해야하지 않겠나. 그러나 나 혼자 힘으로 되겠나. 박 대표를 좋아하고 대통령 후보로서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끼리 언젠가는 모여서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 이번 7월 전당대회부터 시작하느냐는 좀 고민해봐야 한다. 새로 뽑힐 당대표를 흔히 '관리형 당대표'라고 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빨리 시작할 필요는 없다."

- 사실상 현재 이명박 시장이나 손학규 지사는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데.
"박 대표도 이제부터 준비해야 한다. 어떤 형태로 준비할 건지는 좀 기다려 보라. 다소 지금 (이명박 시장에 비해) 세가 불리하다고 느껴지지만, 반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 현재 당이 '이명박 대세론'으로 가고 있다는 건가.
"(끄덕이면서) 이명박 시장도 훌륭하고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다. 사실 대선 후보로서 발판을 훌륭하게 만들 수 있는 자리가 광역단체장이다. 반면, 정당 대표란 자리는 뭐 있나."

- 박 대표가 개인적인 매력이 있는 사람인가.
"원래 박 대표와 전혀 연이 없었다. (사무총장 맡기 전까지는) 개인적인 대화도 해본 적이 없다. 생각이 바르고, 일의 맥을 꿰뚫고 있으며, 판단력도 좋다. 누구보다 애국심도 강하고 별로 하자도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필드'(현장)에서 정체 세력을 확장하는 것이라든가 하는 것은 부족한 사람이다(웃음)."

- 호남에서 득표하기 위해서도 박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되는 게 유리하다고 보나.
"지난 대선 때 우리가 호남에서 3%를 얻었다. 5%로 올라가도 진다. 최소한 10%는 나와야 한다. 이만큼의 지지를 누가 받을 수 있나. 박 대표가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어찌됐든 호남에서 10% 이상 득표할 수 있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 이걸 하기 위해서 당 간판도 내릴 각오를 해야 한다."

- 박 대표가 대선 후보로서 갖는 강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첫째, 지역적·계층적·세대간 고른 인기를 갖고 있다. 둘째, '네거티브 공세'에 별로 당할 게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분이 있는데, 이것은 지금 역대 대통령 중 박 전 대통령이 부동의 1등 아닌가. 셋째, 안정적인 판단력이 있고 자세가 아주 좋다."

"'건전보수연합' 해야 하는데, '반한나라당' 구도 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차기 대선에서의 집권 전략이 뭐라고 생각하나.
"결국 이번 선거는 지역감정 극복이 가장 중요하다. 이게 연대로 나타난다. 내가 이 역할을 하려고 한다.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가 정해지면 그 후보가 나서서 우리의 취약지역과 연대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당 간판도 내려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진다. 전라도, 충청도가 그 연대 대상이다."

- 고건 전 총리도 들어가나?
"들어갈 수 있다. '건전보수연합'을 해야 한다."

-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고는 다 포섭해야 한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그런데 현재 오히려 열린우리당에게 '반한(반한나라당) 연대'를 허용해주고 있다."

- 누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돼도 이 역할을 할 것인가.
"물론이다."

- '정치인 김무성'의 꿈은 무엇인가.
"집권이다. 이것 이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다. 내 스스로 대통령이 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하고, 시장은 할 만하다고 생각하지만 습성적으로 맞지 않다. 나는 철저하게 당인(黨人)으로서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려는 사람이다. 집권하면 당인으로서 계속 국회의원 하는 거고 못하면 깨끗하게 그날로! (정치는 그만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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