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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시 중구 로얄예식장과 태화강 모습. 이 일대에 태화루를 복원하려는 울산시의 계획을 지주들이 반대하고 있다.
ⓒ 박석철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와 함께 영남 3대 누각으로 꼽히는 태화루를 복원하겠다는 울산시의 발표가 있자 이 일대 지주들이 발끈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 8월 26일 언론을 통해 중구 태화동 로얄예식장 일대 3277평에 대해 총사업비 411억원을 들여 2011년까지 태화루를 복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언론 보도가 있자 이 일대 지주들이 울산시장을 항의 방문하는 등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같이 지주들이 반대하는 것은 최근 태화루 복원 계획이 있는 로얄예식장 부지를 모 건설사가 매입해 주상복합건물로 건립하려하기 때문. 지주들은 당연히 건설사로부터 더 많은 보상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태화루 복원 결사반대를 하고 있다.

지역 여론도 양분돼 있다. 문화재를 복원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과 정확한 위치를 모르면서 이 곳에 태화루를 복원하려하냐는 것. 과연 태화루는 복원될 수 있을 것인가?

늦장 행정도 한몫

8월 25일 울산시가 시의회 내무위원회에 제출한 '태화루 복원사업 기본계획'에 따르면 올해부터 오는 2011년까지 7년간 기본구상 수립단계와 부지확보·설계, 건축공사 등 3단계로 나눠 태화루 복원을 추진한다는 것. 2007년부터 2009년까지는 2단계로 부지매입과 건물보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계획이 탁상행정이라는 반론이 있다. 울산시가 늦장을 부리다 이곳에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복원 계획을 발표했다는 것.

사실 태화루 복원 움직임은 10여년 전부터 있었다. 지난 1994년 울산지역 유림과 문화계 인사를 중심으로 '태화루 복원 추진위원회'가 발족됐다. 당시 추진위는 정부에 예산을 요구하는 등 활동을 벌였다.

1995년 추진위는 문민정부였던 당시 내무부 장관인 울산 출신 최형우 전 의원에게 "울산의 문화재를 살려야 한다"고 설득해 8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 예산은 태화루 복원에 쓰이지 못하고 울산지역 또 다른 문화재인 충의사에 투입됐다. 이는 당시 울산지역 최고 번화가인 태화루 추정지의 땅값이 오를 대로 올라 이 돈으로는 복원을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것. 또 하나 이유는 태화루의 위치가 과연 어디였나 하는 것. 아직도 태화루가 로얄예식장 자리였다는 설과 남쪽으로 조금 더 지나 태화강 대밭이었다는 설로 양분된다.

하지만 울산시는 로얄예식장 부근이 태화루 위치가 맞다는 확신으로 복원을 관철시킨다는 의지다. 지주들과는 현실가 보상 등으로 협상을 매듭짓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또 하나 문제는 시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주상복합건물 건립계획을 밝힌 건설사가 지주들에게 일부 땅값을 보상했다는 데 있다. 이처럼 얽혀 있는 보상 문제에도 울산시는 자신한다. 울산시 관계자는 "문화와 예술이 살아야 울산시가 산다는 일념으로 태화루를 곡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화루 끝없는 부침 끝나려나

조선전기 명학자인 서거정(1420~1488)이 극찬했다는 태화루. 서거정은 '동국여지승람' 편찬에 동참하면서 태화루를 기록에 남겼지만 그 위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서거정이 오늘의 태화루 위치 논란을 예견하지는 못했나 보다.

울산지역 문화유산해설사인 장성운씨는 "태화루는 조선조말 '태화루' 현판을 보유하다 언제부턴가 현 울산초등학교 인근에 있는 남문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이 현판은 현재 이곳에서 얼마 멀지 않은 이휴정(울산문화재자료 제1호, 조선시대 문루)에 보관돼 있다.

태화루의 소실에 대해서는 임진왜란 당시라는 설이 유력하다. 이후 태화루는 복원되지 못했고 오늘날 고층건물 건설이냐 복원이냐는 기로에 서 있다.

이 문제는 문화재 우선이냐 도시발전 우선이냐는 세 싸움으로도 비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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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석철 기자는 시사울산(sisaulsan.com) 발행인이며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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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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