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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사격장에서 또 다시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고분이 발견되어 전면적인 문화재지표조사 실시가 시급하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연천군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고분조차 사격장으로 편입된 사실이 드러났다.

기자는 9월 중순경 파주녹색환경모임과 함께 스토리사격장에 들어가 고려 충렬왕∼충선왕 때 고분을 발견했다.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초리 산 47-1번지에 있는 '원관'묘. 묘비에는 '광정대부·첨의찬성사·진현관 대제학·부총부사'라는 관직명이 명시되어 있다. 원관은 고려 개국공신인 원극유의 11대손(원주 원씨 원성백계)이다.

▲ 고려시대 연구에 중요한 학술적 가치가 있는 묘지석이 발견된 원관의 묘. 비문은 조선 중기 우암 송시열이 짓고 효종의 부마공 심익현이 썼다.
ⓒ 박신용철
원주 원씨 종친회 족보, 선조실록, 연구 논문 등을 통해 원관 비문은 우암 송시열이 글을 짓고 효종의 부마공인 심익현이 글씨를 썼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런 사실은 우암 송시열이 묘가 발견된 전후사정을 상세하게 기록한 '묘지발견기(비문 뒤쪽...필자 주)'에도 남아 있다.

현재 고양시에 위치한 익릉(숙종왕비 인경왕후 김씨의 능. 국가지정문화재)의 능표도 송시열이 짓고 심익현이 썼다는 점에서 문화재적 가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문헌에 따르면, 원관의 묘는 조선 중기까지 실전되어 오다가 1670년(현종 11) 현재 스토리사격장 내에서 발견되어 우암 등이 비문을 써준 것으로 되어 있다.

미군전용 국제사격장으로 변모할 스토리사격장에서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고분이 발견된 것은 지난 5월 말 신라 57대 경순왕 직계 후손인 원주 김씨 김거 공(公)의 고분 등이 발견된 후 두 번째다.

원관 묘가 문화재적 가치뿐 아니라 학술적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은 현재 경기도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는 '원관묘지석' 때문. 종친회에서 1997년 묘 정화사업을 벌이던 중 무덤 내부에서 '묘지석'이 발견되었다.

경기도박물관 유물관리부 김준권 학예사는 "조선시대 지석은 도자기로 열 장, 스무 장씩 구워 나오는데 고려시대는 넓은 돌판 앞뒤로 글씨가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원관 묘지석은 매장 당시의 것으로 고려시대의 글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원관묘지석'의 가치는 금석문 권위자인 김성환씨가 2000년 6월 <한국문화> 25호를 통해 발표한 '고려시대 묘지석 신례-원관묘지명-'에서도 확인된다.

김성환씨는 "고려사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는 조선 초기 편찬된 <고려사> <고려사절요>를 기본으로 몇몇 금석문 및 고문서 그리고 불교 관련 복장유물 등이 고작이다"라며 "이에 개인 묘지명을 연구 자료로 적극 활용하려는 노력이 진행되었고 고려시대 묘지명이 간혹 새로 발견되고 있어 그 수량은 점차 늘어가는 추세로 원관묘지명도 그 예 중의 하나"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성한 문화유산연대회의(준) 사무처장은 "원관묘지석은 고려 중기 시대사를 조명할 수 있으며 우암 송시열이 쓴 '묘비발견기'는 금석문 해석을 달아놓은 것으로 연구적 가치가 높다"면서 "고려 후기 권문세가들이 직접적인 혼인관계를 통해 권력을 유지한 형태를 엿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반정리 산 55번지에 자리잡고 있는 '운성부원군묘'는 1986년 4월 10일 연천군 향토문화재 제4호로 지정, 관리되어 왔던 문화재여서 미군에 의한 문화주권 훼손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반증해 주었다. 운성부원군 박종우는 조선 전기 문인으로 조선 태종과 인종 연간의 인물이다.

▲ 연천군 장남면 반정리에 있는 운성부원군묘. 86년 군문화재로 지정되었는데도 스토리사격장으로 편입되었다.
ⓒ 연천군
연천군 문화체육과 관계자는 "스토리사격장보다 운성부원군묘가 먼저 있었다"며 "주한미군이나 국방부로부터 스토리사격장 철책울타리 공사를 한다거나 군 지정 문화재가 포함된다는 사전 공식 연락은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2청 민군협력계 박모씨는 "주한미군이 스토리사격장 증설공사를 하면서 사업계획서나 문화재지표조사 관련 연락은 없었고 홍보요청을 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6개월 전 주한미8군사령부에서 직접 찾아와 스토리사격장 펜스 설치 취지 등을 언론에 홍보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당시 주한미군이 전달한 보도자료는 '주민 영농활동 보상관계, 재산권의 문제없음. 2~3년 실농보상비 지급, 개인별 농지 매수 완료, 펜스 설치로 인한 환경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대책을 세웠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관철 파주녹색환경모임 대표는 "한국을 지키기 위해 왔다는 주한미군이 우리 민족의 문화주권을 짓밟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우방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 든다"면서 "불평등한 한미SOFA협정을 개정해 문화재를 보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성한 문화유산연대회의 사무처장도 "스토리사격장 공사중지 명령과 전면적인 문화재 지표조사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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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국방부 '스토리사격장내 문화재 은폐' 의혹


"문화주권 회복 위해 SOFA협정 개정 시급"

외교통상부와 국방부는 스토리사격장 및 다그마노스 훈련장 문화재 문제에 "SOFA협정상 주한미군에게 시설과 구역에 대한 포괄적 권한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법 직접 적용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한미SOFA협정 제7조는 주둔국의 법률을 존중하도록 명시하고 있고 본 협정과 부속 문서, SOFA합동위원회 분과의 합의서 어디에도 문화재에 대한 규정은 없다.

김판태 민주노동당 국방담당 정책연구원은 "SOFA협정은 조약에 준한다. 헌법상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효력을 갖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국내법에 우선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미SOFA협정의 불평등성은 '독일보충협정'과 비교해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제54조 A: 신설-2항 : 본 협정에 따른 독일법의 적용과 준수를 저해함없이 , 파견국 군대 및 군속당국은 가능한 일찍 모든 계획의 ‘환경양립성’을 조사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동 당국은 문화재 및 기타 재산은 물론 인간, 동식물, 토양, 물, 대기, 기후와 풍경 및 그들 상호간의 작용에 대한 ‘환경적으로 중요한 계획의 잠재적 영향’을 확인, 분석, 평가하여야 한다.

<시민의신문>이 지난 8월경 국회 문화관광위원들을 상대로 한 질의조사에서 상당수의 의원들도 '문화재보호'를 위해 한미SOFA협정 개정 필요성에 공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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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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