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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에서 노태우로 권력이 넘어가던 지난 87년 11월에 대한항공 858기가 공중 폭파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후 15년, 오랫동안 세상 사람들 기억 속에 잊혀져가던 이 사건이 최근 다시 언론에 오르고 있다. 북일 정상회담에서 행한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발언 때문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북한이 이은혜(일본명: 다구치 야에코)를 포함한 11명을 납치했으며 이은혜가 얼마 전에 북한에서 사망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김정일 위원장의 이 발언으로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의 범인이 북한임이 사실상 확인됐다고 국내 언론들이 보도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납치된 가족들이 분노와 슬픔에 빠져있고 한국에서도 많은 납북자 가족들이 우리 정부가 북한에 보다 강경한 요구를 해 납북자들을 송환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진상이 확인됐다고 보도된 대한항공858기 사건의 유가족들은 오히려 우리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에 분통을 떠뜨리고 있다. 유족회 차옥정 대표는 오늘(19일) <평화방송>과의 대담에서 "언론에서 사실확인도 안된 것을 가지고 보도해 정확한 진상규명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옥정 대표는 이 사건 관련해 15년이 지난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의혹만 남아있다. 다시 이 사건 재판내역 공개를 청구할 생각이며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해 당당히 남북 공동조사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북.일 정상회담이 그 동안 가족들과 일부 인권단체들에 의해 제기되어온 대한항공 858기 정치공작 의혹의 진실을 밝혀주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다음은 차옥정 대표와 <평화방송>과의 대담 전문이다.

-이번 북일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대한항공 폭파범 김현희의 일본어 선생으로 알려진 이은혜의 사망을 확인해 사실상 북한이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실을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국내 언론 보도가 나왔는데요.
"언론에서 왜 그렇게 사실 확인 안된 것 가지고 우리 가족들 마음을 아프게 하나. 김정일이가 납치된 이은혜가 사망했다는 말을 한 것이지 대한항공 858기 폭파를 인정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또 이은혜가 일본어 선생을 했다는 것도 아직 확인 안된 것 아니냐. 안된 상태에서 언론들이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정확한 진상규명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대한항공 858기 폭파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여전히 굽히지 않으시는 겁니까?
"우리 정부는 아무 비행기 잔해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열흘만에 서둘러 수색작업을 철수했다. 어떻게 항공기 사고가 났는데 열흘만에 수색작업을 철수할 수 있나.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 비행기가 어디 떨어졌는지 아직 확인도 안되고 있다. 우리는 흔적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그밖에 유가족들이 이 사건에 대해 의혹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이 사건은 전두환으로부터 노태우로 정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87년 11월에 이 사건이 발생했고 다음 달인 12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12월 16일 대통령 선거 하루전인 15일에 김현희를 입에 재갈물려 국내로 데려왔다. 이 모든 정황증거들이 수상쩍다. 북한은 아직도 이 사건 인정을 하지 않고 있고 국내 관련자에 대한 수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언론들이 그렇게 쉽게 보도할 수 있나."

-그 동안의 진상규명 작업 과정을 얘기해 달라.
"우리는 지난 15년간 진상규명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이 사건 관련자들은 지금까지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당시 대법관으로 이 사건을 담당한 이회창씨도, 중앙정보부 수사국장이던 정 형근 의원도 우리의 면담 요청을 받아 주지 않고 있다. 심지어 재판내역을 공개청구했는데도 거절당하고 있다. 사생활 보호와 국가 불이익 때문이라고 하는데 우리 희생자 가족이 그것을 보겠다는데 왜 안 보여주나, 말이 안 된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달라.
"이 사건은 아직도 의혹만 남아 있다. 우리는 또다시 재판내역 공개를 재청구할 생각이다. 그리고 우리 정부가 남북 공동조사에 적극 나서주었으면 한다. 김정일은 아직도 대한항공 폭파사실 그 자체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도 당당히 북에 요구해 사실을 밝히고 사과도 받고 하는데, 우리 정부는 왜 못하나. 그리고 그 당시 이 사건과 관련된 이회창씨나 정형근 의원도 이 사건과 관련해 알고 있는 진상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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