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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총재가 한나라당 국가혁신위 첫 전체회의에서 '따뜻한 보수'를 제기. 새로운 정치 철학을 던졌다. 이총재는 이날 회의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보수는 개혁적이며 공정하고 따뜻한 보수"라고 말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돼 새로운 보수에 대한 화두를 제기했다.

이번에 이 총재가 제시한 '따뜻한 보수'는 2월의 '메인스트림론' 4월의 '개혁적 보수론'에 이어 3번째로 등장한 이 총재의 정치철학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이 서로 다른 특별함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각각의 주장에는 이총재가 온건 보수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일관성이 보이고 있으며 단지 해당시기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서 언어적 수사만을 달리하고 있을 따름이다.

2월의 메인스트림론

2월에 이총재가 제기한 메인스트림론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지난 45년부터 사회의 주류를 형성해 온 세력은 '메인 스트림(main stream)’이며, 그 ‘메인 스트림’의 성격은 보수적이고, 중도적이고,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사람들이다. 그런데 97년 대선에서는 주류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김대중 씨의 대통령 당선까지 도왔다. 이렇듯 선거에서 메인 스트림이 국가의 운명을 결정한다. 현재의 상황은 이러한 메인스트림이 김대통령을 실험하고 있는 상태이며 김대통령이 97년도 대선 결과의 역사적 의미를 충분히 생각지 않고, 반성하지 않고, 방향을 잘 고치지 않으면 ‘메인 스트림’은 2002년 대선 때 매우 어려운 선택을 할 것이다."

이총재의 메인스트림론은 당시 정치권에 커다란 논쟁을 불러왔다. 민주당은 이총재의 '메인스트림론'은 기득권 계층에 근거한 편가르기 발상으로 호도하였고 이에 한나라당은 '메인 스트림'은 사회를 주류-비주류로 구분하는 경제학적 개념이 아니라 '본류'에 해당하는 역사학적 개념이며 따라서 메인 스트림은 이 나라의 건국과 근대화-민주화 과정에 참여해온 모든 세력을 총칭하는 포괄적 개념이라고 부연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한나라당의 궁색한 변명에는 한계가 있다. 이총재 스스로 김대통령을 주류가 아니다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과 이 나라의 근대화-민주화 과정에 참여해 온 모든 세력이 메인스트림이라는 한나라당의 후속 설명과는 맞지 않는다.

결국 2월의 메인스트림론은 '안기부 비자금 총선 유입사건'과 DJP 공조복원, ,창과 YS와의 화해 실패 등 강한 정부와 강한 여당론의 초반 기세에 눌려 있던 이총재의 급박했던 상황을 반영한 측면이 강했다. 즉 보수/진보의 경계선을 긋고 현 정권에 소외감·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주류라는 개념을 불어넣음으로서 반 DJ세력을 포괄적으로 메인스트림이라는 개념 속으로 묶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초기의 메인스트림론은 여권의 공세에 밀려 그 힘을 발휘해 보지도 못하고 사그러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메인스트림론은 3월에 접어들면서 '국민 대연합론'으로 발전 다시 한번 고개를 들었다. 이총재는 충북대 특강에서 "대한민국이 바뀌기를 원하는 모든 사람, 양식 있는 지사(志士)들과 실력 있는 전문가의 힘을 합치는 '국민 대연합' 을 이루자" 고 발언해 메인스트림과 '국민 대연합'을 잇는 고리를 만들어 나갔다. 한나라당은 당시 논평을 통해 국민대연합은 여권의 '3당연합'에 대항하는 개념으로까지 확대 해석하였다.

결국 2월과 3월의 '메인스트림론'과 '국민 대연합론'은 여권의 反昌연대의 움직임에 대항하여 반 DJ 정서를 갖는 모든 보수 성향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하나로 묶는 '昌대세론' 형성의 일환이며, 여권의 계속되는 공세에 대한 방어 전략의 일환이었다고 볼 수 있다.

4월의 개혁적 보수론

이회창 총재는 4월 18일 '나라발전연구회' 초청 토론회에서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며 처음으로 '개혁적 보수'를 한나라당의 정체성으로 설정한 후 개혁적 보수는 “보수의 기조 위에서 개혁을 지향하는 열린 보수, 개방적 보수"로 설명하였다.

실상 '개혁적 보수' 개념은 급진혁명을 주장했던 진보세력에서 5.6공 정보기관 출신의 골수 보수주의자 등 이념적 편차가 큰 한나라당의 구성원들을 통합하면서 이끌어 가기 위한 궁색한 조합에 지나지 않았다.

'개혁적 보수'의 제기 배경을 보면 당시 4월의 정국은 정부의 대미 외교정책 혼선, '건강보험 재정위기', 경제악화 등 계속되는 여권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총재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개헌론 등이 한나라당 비주류에서 제기되는가 하면, 당내 보혁갈등이 첨예화되는 등 한나라당의 분열 상황에 직면하여 있었다.

한나라당 박근혜·손학규 의원에 이어 김덕룡·이부영 의원이 정부통령제와 중임제 개헌 등 정계개편을 요구하고, 李총재의 '지역주의 정치' 등 당 운영 방식을 강하게 비판하는가 하면 김용갑 의원 등 보수성향의 중진의원들이 세력화 움직임에 김원웅 의원이‘독버섯’같은 수구세력의 모임으로 규정 모임의 결성을 반대하자 이에 보수성향의 중진의원들이 김의원에 대한 징계를 요청하는 등 당내 보혁간의 갈등이 첨예화되었었다.

개혁적 보수는 한나라당의 이러한 내외적 상황하에서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듦으로서 당내 분열을 막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곧 개혁성향의 소장파 의원들과 보수성향의 중진 의원들을 아우르며 대선 가도를 달려야 하는 이 총재의 처지가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당시 이 총재는 대북관계에서 '북한에 대한 검증'과 '철저한 상호주의', '남한 우선' 등을 강조하는가 하면 경제 분야에서도 '정부개입 축소' '철저한 시장중시' '재정의 규율' 등 신보수주의적 색채를 명확히 하였다.

반면 개혁에 대한 입장은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한 비판만으로 일관했지 이 총재 스스로 어떤 청사진을 내놓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는 곧 당시의 개혁적 보수의 개념이 개혁과는 실제로 거리가 먼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개혁적 보수'가 한나라당 당내 분열을 무마하기 위한 단순한 말의 조합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따뜻한 보수'

이회창 총재가 '메인스트림론'과 '개혁적 보수론'에 이어 5월 들어 새롭게 제기한 것이 '따뜻한 보수론'이다. 이총재는 국가혁신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따뜻한 보수는 "경쟁의 낙오자를 배려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며 보편적 노동권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따뜻한 보수가 해야 할 일"이며 이총재가 추구하는 보수는 "개혁적이며 공정하고 따뜻한 보수"다라고 말함으로서 따뜻한 보수의 상을 밝혔다.

이총재가 이처럼 예전의 모호한 개혁적 보수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확고히 지키고 대한민국의 기본이념과 가치를 지키는 굳건한 보수를 천명한 데에는 객관적인 정치 여건의 호전과 이에 대한 이 총재의 자신감의 반영된 측면이 강하다.

4월말에서 5월로 이어지는 정국상황은 우선 4.26 재보선에서의 여권의 참패와 한나라당의 압승, 당내 갈등을 가라앉히고 당직 개편을 통한 굳건한 친정체제의 구축, 국가혁신위의 가동을 통한 메인스트림의 순차적 통합을 진행시키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정부와 여권의 계속되는 실책 등으로 이 총재의 지지율 상승이 실제화 되고 있었다. 문화일보 정기여론조사(5월21일)에서 이 총재 지지도가 지난 3월(16.9%)에 비해 3.3%포인트 상승했으며 각 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상승이 실제화 되었다.

이러한 여건의 성숙이 결국 이총재가 '따뜻한 보수'를 자신 있게 제기하는 배경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총재의 '따뜻한 보수'는 결국 그 핵심을 굳건한 보수에 두면서 개혁은 보수의 따뜻한 배려에 포섭되는 개념으로 즉 독립적인 보수와 대등한 개념이 아닌 종속 개념으로 설정함으로서 지난 시기 제기한 '개혁적 보수'의 모호함의 한계를 뛰어 넘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따뜻한 보수'는 국가혁신위을 통한 메인스트림론의 완성과 당내갈등 무마와 당직개편을 통한 '개혁적 보수'을 굳건한 보수로 정리함으로서 그 애매함을 극복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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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일반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 사이트가 기존 제도권 언론에 대항하는 21세기형 새로운 언론매체의 패러다임이라는 생각에서입니다. 글은 주로 정치쪽 에세이를 중심으로 구성이 될 것입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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