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요즘 아이들은 아주 어려서부터 스마트폰을 보는 것에 익숙하다. 식당이나 대중교통 등 공공장소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익숙해져서 더 이상 눈살이 찌푸려지지도 않는다. 한편으로는 아이가 지금보다 더 어릴 때 우는 아이 때문에 곤혹을 치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오죽하면 어린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줄까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스마트폰이 어린 아이들에게 끼칠 수 있는 영향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에 우리 부부는 이 문제에서 만큼은 양보하지 않기로 했다. 디지털 시대를 주도하는 테크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자녀들에게는 절대로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는다는 이야기와 아이 아빠가 재수생 시절 게임에 빠져 목표했던 대학에 낙방했다는 슬픈 사연이 더해져 아이도 어느 정도 수긍했다.
 
스마트폰.
 스마트폰.
ⓒ pexels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이미 같은 반 친구들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아이들끼리 번호를 교환하며 만날 약속을 잡는다고 한다. 너나 할 것 없이 가방과 실내화 주머니 그리고 휴대폰을 손에 꼭 쥐고 등교한다. 그 사이에서 휴대전화가 없는 아이는 멀뚱멀뚱 서 있을 수밖에 없었고 그 모습을 보는 것이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얼마 전에는 휴대전화가 없어 진땀을 뺀 일도 있었다. 현장학습을 다녀 온 아이가 예정 시간보다 학교에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동선이 엇갈렸던 것이다. 그날 우리는 삼십분 이상 서로를 찾아 헤맸다. 휴대폰이 있었다면 전화 한 통으로 어디에 있는지 금세 알았을텐데 말이다.

그 시간이 삼십년처럼 느껴졌다. 뉴스에서 본 각종 사건사고가 떠오르며 마음은 지옥같았다. 휴대전화만 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고생할 일도 아닌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고 있나 싶었다. 

문제는 스마트폰만이 아니다. 요즘은 학습도 대부분 패드를 활용한다. 처음 패드학습을 알게 되었을 때는 저렴한 가격과 놀면서 학습한다는 광고에 혹해서 이용해보기도 했지만 아무리 보아도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껴져 중도 해지했다.

모든 학습에는 왕도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후 연필을 들고 종이에 써가며 아날로그식 학습으로 돌아왔지만 연필 보다 터치에 익숙해진 아이에게 쓰기연습을 시키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독서활동을 장려한다며 유명 독서플랫폼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학교에 한없이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학교에서조차 디지털 기기를 적극 활용하는데 아날로그를 주장하는 나의 행동이 의미 없는 것이 아닐까 싶어 혼란스러웠다. 대세를 거스르는 일은 언제나 어려운 법이다.  

옛말에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지만 이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자식을 이겨보는 부모가 되어보기로 오늘도 결심한다. 자식 문제에는 한없이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나는 어쩔 수 없이 고리타분한 부모인가보다.

태그:#초등학생육아, #패드학습, #스마트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특목고 출신의 문화예술기획자에서 전업주부가 되기로 결심한 평범한 엄마 이야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