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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국토교통부가 주택 공급 데이터베이스 체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누락으로 인해 지난해 주택 공급 실적 통계에서 약 19만2000채가 적게 집계된 것이 드러났다.

국토부는 지난해 주택 공급 통계 가운데 인허가 실적을 38만8891채에서 42만8744채로 정정했고(10.2% 증가) 착공 실적도 20만9351채에서 24만2188채로 정정했다(15.7% 증가). 준공(입주) 실적의 경우 31만6415채에서 43만6055채로 정정하면서 37.8%나 급증했다. 이들 통계에서 총 19만2330채(정정 후 전체 공급량의 약 17.3%)가 누락된 것.

주택 19만채 누락하고도 정책 결정한 '비과학적' 국정 운영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23년 9월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김주현 금융위원장. 오른쪽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2023.9.26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23년 9월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김주현 금융위원장. 오른쪽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2023.9.2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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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가장 기본 근거가 돼야 할 것은 국가 통계다. 그런데 이 통계가 엉터리로 집계된 것이다. 19만 채가 넘는 주택들이 버젓이 존재함에도 통계상으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실제와 20%가량 차이가 나는 주택 공급량을 근거로 정부는 지난해 '9.26 공급 대책'과 올해 '1.10 부동산 대책'을 내세우며 대규모 공급 부양 대책을 내놨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민생과 직결된 부동산 정책이 엉터리 통계에 기반한 셈이 됐다.

전문가들은 틀린 통계로 공급량이 늘어났음에도 오히려 줄어든 것과 같은 '착시'가 일어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발발한 전셋값 상승세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럼에도 국토부 관계자는 "공급실적이 과소 집계됐더라도 경향성은 변화가 없다. 정책 방향성을 바꿀 정도의 큰 차이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4월 30일 <경향신문> 보도). 하지만 전체 공급량의 20% 가까이를 적게 집계해놓고선 '큰 차이가 아니다'라고 항변해봤자 설득력이 없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게다가 누락 사실 공표 시점도 논란이다. 올해 1월 말에 통계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3개월 동안 잠잠하다가 총선이 끝난 뒤에야 발표했다. 통계 오류로 인한 정치적 여파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문 정부 통계 조작 의혹 비판더니... 본인들 통계 오류에는 침묵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이념에 매몰된 비과학적 국정 운영이 세계 일류의 원전 기술을 사장시켰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었다. 하지만 정책 결정의 근간인 국가 통계를 엉망으로 집계하고 그 통계를 정책 결정에 활용한 윤석열 정부의 행태야말로 비과학적 국정 운영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을 비롯한 국가 통계를 조작한 혐의로 김현미 전 국토부장관 등을 포함해 22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국가 기본 정책인 통계마저 조작해 국민을 기망한 정부"라며 "기업으로 치자면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주주인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거래 상대방인 해외 투자자, 해외 시장을 속인 것이다. 바로 잡지 않으면 우리도 회계 조작 공범"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랬던 대통령실에서 정작 자신들이 19만 채나 되는 주택 공급량을 누락하고 사과나 반성은 내놓지 않는 모양새다. 총선에서 패배하고도 '국정 방향성은 옳다'고 말하는 윤 대통령과 닮은 꼴이라고 하면 과한 걸까?

계속되는 비과학적 국정 운영 속에서 '과학 대통령' 운운하는 윤 대통령의 헛꿈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과학 대통령으로 국민에게 기억됐으면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2월 16일 대전에서 '미래 과학자와의 대화' 시간을 갖는 윤 대통령의 모습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과학 대통령으로 국민에게 기억됐으면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2월 16일 대전에서 '미래 과학자와의 대화' 시간을 갖는 윤 대통령의 모습
ⓒ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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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방향성이 잘못됐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존재함에도 '어찌 됐든 방향성은 옳다'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가 문제라는 이야기다.

이번 사례를 놓고 보면 윤 정부의 국정 운영이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 펼쳐졌다고 평가하긴 어려워 보인다. 윤 대통령을 비롯한 정책 결정자들이 지시한 '방향'이 있을 뿐이고 정부 조직은 단순히 그 방향을 따를 뿐이다.

지금껏 윤 정부에서 논란이 됐던 사안들인 용산 대통령실 이전,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시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용인,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의대 증원 2000명 등을 복기해보면 과학적·합리적 근거로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은 사안이 없다.

"과학 대통령으로 국민에게 기억됐으면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했다고 알려진 말이다(2024년 1월 29일 <중앙일보> 보도). 윤 대통령의 바람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현재 모양새로만 평가하면 꿈 실현은 요원해 보인다. 

태그:#윤석열, #주택통계누락, #비과학적국정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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