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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상류 고마나루 모래톱이 펄밭이 됐다.
 공주보 상류 고마나루 모래톱이 펄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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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의원님이 여기 오셔서 이 꼴을 좀 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지난 23일, 공주보 앞 명승지인 고마나루의 모래톱을 뒤덮은 시궁창 펄을 걷어내던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의 말이다. 박 처장은 "매년 가뭄 때에 쓸 물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공주보 수문을 닫아야 한다고 거짓말을 해온 정진석 의원은 문화재인 고마나루의 모래사장을 죽음의 땅으로 만든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공주보 담수로 국가지정 명승 문화재인 고마나루가 펄밭이 되었다"고 규탄하면서 펄을 거둬내는 행사를 열었다. 40여명의 환경단체 활동가와 시민, 어린이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이들은 100 포대 분량의 펄을 걷어냈고, 25일 세종시 환경부 청사 앞에 이를 쌓아놓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 '6선 도전' 정진석 의원에게 ‘시궁창 펄’을... 고마나루 쌓인 펄 걷으며 분노한 환경단체 #공주보 #4대강 #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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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은 23일 “공주보 담수로 인해 국가지정 명승 문화재인 고마나루가 펄밭이 되었다”고 규탄하며 이곳의 펄을 거둬내는 행사를 열었다.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은 23일 “공주보 담수로 인해 국가지정 명승 문화재인 고마나루가 펄밭이 되었다”고 규탄하며 이곳의 펄을 거둬내는 행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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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대백제전 때 유등을 설치한다는 이유로 공주시는 공주보 담수를 요청했고, 환경부는 이를 승인한 바 있다. 당시 환경단체들은 담수되면 수몰되는 백사장에서 천막 시위, 수중 시위 등을 벌이며 격렬 저항했고, 천주교대전교구도 이곳에서 야외 미사도 집전했다. 하지만 공주시와 환경부는 공주보 담수를 강행했고, 113일간 담수한 뒤 수문을 개방했다.

환경단체 활동가와 시민들이 찾은 23일 고마나루 현장에서는 심한 악취가 풍겼다. 15cm 정도의 두께로 쌓인 펄은 거북이 등짝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다. 작년 공주보 담수 이전에 보았던 고운 모래톱의 모습은 종적을 감췄다. 이날 시민들이 펄을 걷어낸 일부분에서는 모래톱이 예전의 모습을 드러냈다.

박인영 골롬바 수녀(예수수도회 소속)는 이날 펄 수거 작업을 마친 뒤 "작년 9월 미사 참석 차 이곳에 왔었을 때에는 굉장히 고운 금빛 모래밭이었다"면서 "오늘 악취가 나는 펄을 걷어내면서 가슴이 너무 아팠다"면서 "백제문화제라는 탐욕의 축제를 위해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가는 터전을 망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행사를 진행한 임도훈 시민행동 간사는 "악취가 나는 시궁창 펄을 그대로 둔다면 모래사장이나 자갈밭에 알을 낳는 물떼새들이 산란을 할 수 없다"면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들이 서식할 수 있도록 작은 면적이라도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해마다 이 행사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22대 총선을 보름여 앞두고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공주·부여·청양 지역에서 6선에 도전하고 있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임 간사는 "지난 정부에서 금강과 영산강의 보처리 방안을 어렵게 결정을 했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서 모두 폐기됐다"면서 "매번 백제문화제 때 공주시가 공주보 수문을 닫는데 앞장서 온 정진석 의원은 농사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 공주보 물로 가뭄을 예방한다고 주민들을 호도하는 등 잘못된 지역 여론을 만들면서 나쁜 정치를 해왔다"고 비판했다.

문성호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는 정진석 의원의 공주보 관련 발언과 함께 '친일 망언'에 대해서도 성토했다. 문 대표는 "정 의원은 조선이 일제와 싸우지도 않고 스스로 망한 것처럼 역사를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면서 "6선에 도전하는 정 의원은 자신의 망언에 대해 사과를 해야하는 데 아무런 해명도 없이 지역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환경부, 고마나루 원상 복구하고 보 재가동 중단해야"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은 25일 세종시 환경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은 25일 세종시 환경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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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11시, 시민행동은 세종시 환경부 앞에서 포대에 담아온 100자루의 마대를 부어놓고 '고마나루 훼손한 환경부 규탄 및 보 재가동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환경부는 고마나루를 원상 복구하고, 세종보 공주보 재가동 추진을 중단하라"면서 "우리는 알량한 정권 유지와 일신의 보전을 위해 생명과도 같은 물과 강을 유린하는 이 정부의 작태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낼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도 정진석 의원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김봉균 금강재자연화위원회 부위원장은 "금강에 있는 공주보와 백제보 지역에 출마한 정진석 의원은 할아버지로부터 3대에 걸쳐 친일을 해왔다"면서 "조선은 일본과 전쟁하지도 않고 스스로 썩어서 망했다'는 국민 모독 발언을 했는데 이에 대해 사과하지도 않고 뻔뻔하게 지역을 대표하겠다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어 "친일매국 발언도 문제이지만, 정 의원은 공주보로 인해 물그릇을 키워 작년에 수해를 덜 봤다거나 보가 가뭄을 막았다는 등의 막말을 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시민행동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환경부 관계자에게 기자회견문을 전달했다.

태그:#공주보, #고마나루, #정진석, #4대강사업,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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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사람에 관심이 많은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해서 응원해주세요^^ http://omn.kr/acj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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