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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 콘서트>를 펴낸 우문영 경남지방경찰청 홍보계장.
<범죄 콘서트>를 펴낸 우문영 경남지방경찰청 홍보계장. ⓒ 윤성효
 
"범죄는 사회적 현상이다. 즉, 어느 순간에 뚝 떨어져서 나타난 현상은 결코 아니다. 범죄 발생에 대한 모든 책임과 대책은 개인이 아닌 우리 공동체 책임이며 의무이다."

우문영(51) 경남지방경찰청 홍보계장(경정)은 5월 9일 저녁 <진주문고>에서 특강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무엇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가?"에 대해 이야기 했다.

정신질환이 있었던 안아무개(42, 구속)씨에 의해 발생한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사건으로 충격을 주었다. 범죄 예방 대책이 강조되는 가운데, 우 경정이 시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우 경정은 1991년 경찰대를 나와 지능‧강력 범죄 분야 등에서 28년간 근무해 왔고, 이런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책 <범죄 콘서트>를 펴냈다.

우 경정은 "경찰관은 도시와 사회의 관찰자"라며 "범죄 예방을 하려면 세상을 보는 통찰력이나 코드를 가져야 된다. 그 과정에서 추리, 추론, 논리, 생각의 힘이 필요하다"고 했다.

"행정학이나 경찰학, 형법도 중요하지만 도시공학, 부동산학, 종교학, 사회학, 경제학 등의 융합도 요구된다"는 것.

가령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면, 그는 "왜,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까? 그 과정과 결과에서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이런 걸 생각해야 된다"고 했다.

우 경정은 "범죄도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적 원리가 작동한다. 하지만 이걸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그래서 행동경제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심리를 분석하여 사회적 현상을 읽어내고 있다. 오히려 이런 행동경제학이 범죄를 분석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범죄 수사도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것. 우 경정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이지만 수사는 치열한 데이터 싸움이기에 빅데이터가 필요하고 우리에게도 그 정도의 데이터는 축적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한데 거기에다가 인권보호라는 가장 중요한 견제장치가 달려있다. 그런 데이터를 잘 분석하면 어느 정도 범죄예방이 가능하다. 보이지 않는 위험이 더 무섭다"고 했다.

우 경정은 "기존의 범죄는 보이기에 검거나 예방이 가능한데 조현병을 지닌 분들이 일으키는 범죄는 예측이 어렵다"며 "우리나라에서도 테러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우문영 경정은 "열린 사회는 지식의 공유, 집단지성에 의하여 문제를 끄집어내고 공론화시켜 건전하고 안전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범죄 콘서트>를 펴낸 우문영 경남지방경찰청 홍보계은 5월 9일 저녁 <진주문고>에서 특강했다.
<범죄 콘서트>를 펴낸 우문영 경남지방경찰청 홍보계은 5월 9일 저녁 <진주문고>에서 특강했다. ⓒ 윤성효
 
"친절한 문지기는 없다"

또 그는 "친절한 문지기는 없다. CC-TV는 범죄를 예방하여 감소시키지만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한다"며 "치안, 소방 등 사회의 복지 인프라는 공짜가 아니다. 계속 투자되어야 하거나 새로운 비중 높은 분야로 탄력 있게 옮겨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살은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 그는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15년 자료로 볼 때는 인구 10만명 당 26.5명으로 세계 7위이다. 자살은 바로 이웃의 일이다"며 "이런 현상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고 했다.

자살 예방 대책으로, 그는 "자살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녹지를 조성하고 도서관과 박물관을 만들고 사회약자들에 대한 배려를 제도화하여 도시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보이스 피싱' 범죄 조직은 업무 분담이 명확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인다"며 "대상자별 피싱 기법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진화하고 있다. 주로 20~30대는 기관사칭형, 40~50대는 세금환급형, 60대 이상은 돈을 즉시 찾아라는 식의 행동형 피싱기법의 피해자들이 많다"고 했다.

진주 방화·살인사건에 대해, 그는 "누가 안아무개라는 괴물을 만들었는가?"라며 "장례식장에서 특히 어린 학생들의 사진을 보았을 때, 경찰관으로서 정말 미안함이 정말 들었다. 그래도 범죄전문가이지만 괴로워했다"고 했다.

우 경정은 "조현병이라는 개인 병력보다는 사회안전망 가동이라는 시스템 측면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 현행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며 "경찰은 그가 정신병력을 가진 상황을 전혀 몰랐다. 범죄행위가 명확치 아니한 상태에서는 강제로 체포·연행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물론 범죄자의 경우에는 현행범 등 체포 요건이 되면 바로 강제력을 행사하여 수갑 등 장구나 장비를 사용하면 된다"며 "하지만 이 경우에는 그런 요건에 해당하기 어렵다. 출동한 현장 경찰관에게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판단을 요구해서는 된다. 즉시 바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파출소나 지구대가 멀리 있었으면 더 많은 피해자가 양산되었을 것이다"며 "그래서 '사법입원제'나 자치단체장을 위원장으로 한 '입원결정위원회'의 도입이 요구된다"고 했다.

최근 자주 거론되고 있는 '사법입원제'는 강제입원 요건을 완화하는 것으로, 본인 동의가 없더라도 4촌 이내 친족이나 동거인도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을 신청할 수 있게 되는 제도다. '사법입원제'를 도입하면 입원이 필요한지에 관한 최종 판단을 법원이 하게 된다.

우 경정은 "일단 책임있는 기관이 주도를 해야 된다. 공동대응이라는 것은 결국 공동으로 책임을 회피하기 싶다"며 "진주 참사의 피해자는 우리 모두이다. 그 트라우마는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건강한 지속가능한 사회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시민들 모두가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이다"고 했다.

#우문영#범죄 콘서트#진주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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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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