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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교육청 전경
강원도 교육청 전경 ⓒ 김남권
 
#1. 은행원이 꿈인 이현정 학생(강원대 경제정보통계학부 1학년, 봉의고 2019년 졸업)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소인수 선택교육과정(13명 이하의 학생으로 구성된 과목)으로 학교에서 개설해준 경제 수업을 들었다.

강원대 교수가 직접 강의했는데, 경제의 기초 개념부터 그래프 보는 법 등을 차근차근 배울 수 있었다. 대입 당시 자기소개서에 이때 배운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작성했는데 면접에서 면접관들이 흥미롭게 여기며 질문했다고 한다. 이현정 학생은 "그때의 경험이 경제정보통계학부를 지원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줬을 뿐만 아니라 진로를 구체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강원교육청이 실시한 진로 맞춤 과목을 경험한 학생의 실제 경험담이다. 강원교육청(교육감 민병희)이 학생 진로맞춤형 교육과정 다양화 정책인 '행복고등학교' 추진하면서 각 고등학교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소프트웨어, 심리학, 연극의 이해... 전에 없었던 과목 늘어나

우선 학생들의 선택에 의해 진로 맞춤 과목이 개설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로봇소프트웨어, 개발, 심리학, 교육학, 경제, 과학 실험, 연극의 이해 등 기존 고등학교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과목들이 학생들의 선택에 의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고등학교 1학년 학생부터 적용된 2015 개정교육과정의 핵심은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이 늘어났다는 것이었다. 공통과목만 이수하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수업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고교학점제 역시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게 한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교학점제는 2025년 전국에 있는 모든 일반고등학교에 전면 도입될 예정이다.

이렇게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변화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이 각자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조인자 강원도교육청 장학사는 "저마다 진로적성이 다른 아이들이 여전히 획일적인 시간표로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21세기 한국교육의 비극"이라며 "D.I.Y처럼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시간표를 설계하는 형태로 교육의 흐름이 바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학교에 없는 과목은 다른 학교에서 수강

문제는 학교가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들을 얼마만큼 개설해줄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강원도교육청은 이를 위해 교과중점학교와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원주지역을 예로 들면, 북원여고는 사회중점학교, 치악고는 정보수리과학 중점학교, 원주고는 과학 중점학교, 상지여고는 미술 중점학교 등 각 학교마다 특성화시켜 중점 분야 교과가 더 많이 개설된다. 이렇게 한 뒤 학교 간 칸막이를 허무는 것이다.

특히 공동교육과정 제도는 지난 2014년 일부 학교에서 처음 시행된 뒤 반응이 좋아 올해 크게 확산했다. 올 1학기에 마련된 공동교육과정에는 10개 시군, 30개 거점학교 82개 과목이 개설 돼 총 1062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다. 특히 원주 지역 8개 학교에서는 금요일 오후마다 학교 간 이동 버스도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강원도교육청은 고등학교에서 개설하기 어려운 과목은 지역 대학과 연계해 과목을 개설해준다. 올해는 강원대에서 미디어컨텐츠 과목을 '대학연계 공동교육과정', 한림대는 일본어 작문과 전공러시아어 기초, 상지대는 교육학, 회계원리 과목을 강원도 고등학생들을 위해 개설했다. 수업을 원하는 학생들은 대학에 가서 전공 교수에게 강의를 듣고 정규 과목으로 인정받아 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 있다.

시골 학생 위해 온라인 시스템도 구축

강원도교육청은 또 교육 여건이 부족한 농산촌 지역 학생들을 위해 온라인 쌍방향 수업 시스템도 마련했다.

지난 12일 원주고등학교에서 열린 '강원행복고등학교 꿈 더하기 공동교육과정' 개강식에는 원주에 있는 학생들과 삼척에 있는 삼일고등학교 학생들이 동시에 교육학 수업을 듣기도 했다.

화면을 통해 다른 학생들에게 인사를 한 삼일고등학교 이동혁 학생은 "교사가 꿈"이라며 "수업을 열심히 잘 듣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현재 온라인 교육과정은 6과목이 개설돼 있으며 양구, 철원, 화천 등 도내 각 지역에서 35명의 학생이 수강 중이며, 개별 학교에서는 희망하는 학생 수가 적어도 과목이 개설될 수 있다.

또 13명 이하 학생들의 희망에 의해 정규교육과정으로 편성·운영하는 '소인수선택교육과정'은 지난해보다 10개교 늘어난 29개교에서 진행 중이며, 학교에서 개설 신청하면 도교육청이 강사료 100%를 지원한다.

적성에 따라 공부하니 만족도 높아

이처럼 운영되는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 대학연계 공동교육과정, 소인수선택교육과정은 모두 정규 교육과정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학습발달상황 및 교과세부특기사항'에 기재된다.

이혜림 강원도교육청 대학입시지원관은 "학생부종합전형은 전공 분야에 대한 학생의 흥미와 깊이 있게 공부한 경험을 중시한다"며 "진로에 맞게 심화학습을 할 수 있는 소인수나 공동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진학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의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은 진로진학뿐 아니라, 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도 긍정적이다. 실제 지난해 원주고등학교에서 재학생을 대상으로 자체 시행한 교육과정 다양화 만족도 조사에서 5점 만점에 평균 4.60점이라는 좋은 평가가 나왔다.

원주고등학교에서 오랫동안 공동교육과정을 맡아온 윤영근 선생님은 "자기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배워야 공부도 더 잘 된다. 가장 이상적인 교육은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맞는 개별화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여전히 한계는 있지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가 강원행복고등학교다"고 말했다.

#강원도교육청#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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