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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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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과 정부 간 갈등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큰 아이 유치원 입학만은 무사하길 바랐습니다. 이틀 전까지 연락이 없는데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어 하고 안심하던 찰나, 오후 8시 1분 담임 선생님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로 입학을 연기한다는 선생님 말씀에 복잡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3월 2일 밤에 보내온 일방적인 입학 연기 통보에 분노가 먼저 일었으나,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라고 에두르는 방식에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미 지불한 원복비, 체육복비, 가방 비용이 생각나는 소시민적 사고가 부끄러웠고 이곳을 떠난다고 해도 마땅한 대안이 없는 지방 소도시의 사정이 절망스러웠습니다. 지난해 사립 유치원 감사 결과 일대 유치원이 다 명단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식으로 항의 전화를 하려 하다가도 인구 10만도 되지 않는 이 동네에서 별난 학부모로 찍혀 아이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수화기를 내려 놓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30분 뒤 담임 선생님께 직접 전화가 왔습니다. 몹시 난처한 목소리로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하셨습니다. 젊은 선생님의 애띤 목소리를 듣는데 우리 부부는 그만 마음이 풀리고 말았습니다. 담임 선생님이 무슨 잘못이 있겠냐 싶었습니다.

담임 선생님 잘못이 아니니 저희에게 사과하실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직장이 걸린 문제에서 소신껏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입니다.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라는 문자를 작성하고 '담임 교사가 개별 가정 연락' 이라는 결정을 내린 분의 의중을 짐작할수록 화가 나지만 당장 모레 돌봄을 맡겨야 하는 입장이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마음을 이용하는 싸움에서 용감히 맞설 자신이 나지 않습니다.


#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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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구하는 가계부, 미래의창 2024>, <선생님의 보글보글, 산지니 2021> 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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