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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추진되어온 서산시 자원회수시설(소각장)이 최근 공론화위원회 과정을 거치면서, 지난 16일 시민참여단은 소각장 '계속 추진' 결정을 내렸다. 본지에서는 충남에서는 처음 시도된 '갈등 현안 공론화' 과정을 백지화연대, 서산시, 공론화위원장 등 당사자들이 어떻게 평가를 내렸는지 살펴본다. 신기원 공론화위원장과 서산시 자원순환과에 이어 소각장 반대에 나섰던 '환경파괴시설 전면백지화를 요구하는 서산시민사회연대'(아래, 백지화연대) 이백윤 집행위원장의 인터뷰를 실었다. -기자 말
 
 백지화연대 이백윤 집행위원장은 소각장 반대를 위해 지역주민들과 함께 오랜시간동안 투쟁해왔으며, 소각장 문제가 공론화가 논의되는 동안에도 반대측 대표와 패널로 참여해왔다.
백지화연대 이백윤 집행위원장은 소각장 반대를 위해 지역주민들과 함께 오랜시간동안 투쟁해왔으며, 소각장 문제가 공론화가 논의되는 동안에도 반대측 대표와 패널로 참여해왔다. ⓒ 신영근
 
백지화연대 이백윤 집행위원장은 소각장 반대를 위해 지역주민들과 함께 오랜시간동안 투쟁해왔으며, 소각장 문제가 공론화가 논의되는 동안에도 반대측 대표와 패널로 참여해왔다.

하지만 지난 16일 시민참여단은 소각장 '계속 찬성'결정을 내렸다. 당시 이같은 결정에 반대 주민들만큼이나 이 위원장이 실망하는 표정을 지은 것을 필자는 기억하고 있다. '찬성'결정 10여일이 지난 27일 이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 위원장은 인터뷰에 앞서 "현재 소각장 반대위와 지역주민들이 공론화 결정에 반발하며 시청앞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인터뷰하는 것이 자칫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며 부담"스럽다면서 공론화 과정과 환경에 대해 그동안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공론화과정에 참여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들었다.
초기에 참여여부를 두고 주민대책위와 시민단체들이 여러 논의를 했었다. 시청의 정보력, 조직력이 압도적으로 높고 (공론화)과정에서 시청의 목소리가 개입될 가능성이 높으니 참여하지 말자는 의견도 있었다. 반면 의견을 피력할 공간이 있는데 참여 안하면 추후 싸울 명분이 사라진다는 의견 등 우려와 참여 목소리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고심 끝에 참여하기로 했다.

- 공론화위에 참여한 시민참여단의 소각장 '계속 추진' 결정을 수용하나?
참여하기 전부터 우려가 많았지만 참여하기로 했고, ,과정을 주도했던 사람으로어 그동안 믿고 함께 해준분들에게 드릴 말씀이 없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현재 주민대책위는 공론화 과정 자체에 심각한 불공정성이 있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시청 앞에서 집회를 통해 문제 제기하고 있다. 수년동안 진통을 앓았던 문제가 이제 잘 정리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질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주민대책위 분들을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단순히 치부하기 보다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어떤 점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는지 (서산시가) 귀기울여 주고 관심 가져줬으면 좋겠다.

- 소각장, 특히 환경과 관련된 문제는 많은 지자체의 현실적인 문제다. 반면 쓰레기는 처리해야되지만 내 지역은 안된다는 생각들도 많다.
"이번 공론화 과정에서 가장 의미를 찾는다면 단순히 환경혐오시설에 대한 유치여부만을 판단하는 한계를 넘어서 지역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접근법을 모색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시민참여단 역시 공론화 규정과 공론화위의 소각장 설치 유무로만 토론이 한정되는 것에 반대하면서, 열린 고민을 치열하게 해줬다.

물론 소각장 반대측이 대안으로 주장했던 전처리시설에 대해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단순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어린 시선들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찬성측에서도 직접적인 표현을 하진 않았지만 반대측의 주장을 님비현상으로 치부하는 듯한 언급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와 같은 시선은 소각장 반대투쟁 내내 우리 곁에 있었다. 하지만 주민대책위와 시민단체는 우리가 배출하는 쓰레기는 우리 지역에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 어떤 방식이 더 효율적이고 미래 서산을 위한 설계인 것인가에 대해 지난 3년동안 치열하게 연구했고 그 결과를 내놓게 되었던 것이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소각시설보다, 폐기물 감량화가 '답'이라는 백지화연대 이백윤 집행위원장은 말하고 있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소각시설보다, 폐기물 감량화가 '답'이라는 백지화연대 이백윤 집행위원장은 말하고 있다. ⓒ 신영근
 
- 앞으로 정부나 지자체는 어떤 환경정책을 펼쳐야 하나? 서산시에 바라는 점은?
"시민참여단은 소각장 '계속 추진'결정을 내렸지만, 반대 측에서 지난 3년여 동안 연구하고 고민했던 쓰레기 감량화정책 자체가 인정받지 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쓰레기를 단순 매립 혹은 소각하는 방식은 서산 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도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고 감량화, 자원화를 통한 자원순환정책이 앞으로 더 시도되어야 한다'는 우리의 주장에 찬·반을 떠나 많은 분들이 공감해줬다. 다만 폐기물에 대한 관점과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과도기이고 아직 완전한 정착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시민참여단에게 안정적 선택지로 받아들여지진 못했을 수 있다. 그러나 과반수 가까이 동의를 얻은 전처리시설을 포함한 자원순환시스템에 대해, 서산시는 충분히 검토하고 가능한 부분은 시도해 보면서 정착시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 또한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소각장 건설까지 최대 5년여가 소요되고 그동안 쓰레기 위탁처리비용만 400억 가량 발생해 시민 혈세가 투여되는 것이다. 그래서 소각장 사업은 그대로 추진하더라도 비용이 적게 드는 전처리시설을 시험가동 해볼 수 있다고 생각된다. 전처리 후 발생되는 재활용 가능자원에 대한 소비까지 책임지는 계약을 통해, 위험요소를 줄이는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 이번 공론화위의 아쉬웠던 점?
많은 분들의 노력과 수고를 충분히 인정하고 격려해 주었으면 한다. 다만 내용적으로 의미있게 진행되었는가에 대해서는 냉철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공론화과정이 향후 모범적 사례로 평가되어, 또다른 갈등현안에 유사하게 적용되는 것에 대해 저는 '아니다'라고 답하고 싶다.

실제, 공론화과정 출발부터 서산시는 의제를 '소각장 설치유무'로 한정지었다. 시민참여단의 판단에서 가장 중요했던 현장답사도 여러 대안을 관찰할 기회가 봉쇄되고, 답사지를 소각장으로 한정지어버린 한계를 가져왔다. 뿐만아니라 1차 토론회에서 공론화위원장은 '시민참여단 토론회에서 생활폐기물 처리방식의 대안은 논의할 필요가 없고 소각장 설치 유무만 논의하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소각장 공론화위원회의 '시민참여단' 1,2차 토론회에 백지화연대 이백윤 집행위원장(사진 오른쪽)은 반대측 토론자로 양대동 소각장 반대위 최호웅(사진 왼쪽)과 함께 참가했다
소각장 공론화위원회의 '시민참여단' 1,2차 토론회에 백지화연대 이백윤 집행위원장(사진 오른쪽)은 반대측 토론자로 양대동 소각장 반대위 최호웅(사진 왼쪽)과 함께 참가했다 ⓒ 신영근
 
그러나 시민참여단은 찬·반을 넘어 서산시의 폐기물 정책을 고민하려는 준비가 되어있었다. 특히 우리가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주인의식으로 성숙한 태도를 보여준 반면, 시민들의 다양한 가능성을 찬·반이라는 틀에 넣고 가두는 공론화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또 이러한 한계 설정은 결과적으로 주민대책위와 시민단체들에게 '대안 없는 반대만 주장하는 반대측이 되라'고 요구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또 공론화위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찬·반측 의견이 반영되지 못했다는 한계 또한 지적하고 싶다. 시민참여단의 선정과 과정은 투명한지, 의제설정과 결정방식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 토론회 전까지 단 한번도 의견을 묻거나 혹은 결정 이후 구체적 의미를 설명하지 않은 채 자료집 제출 시한 등 실무적 수준의 통보만 이뤄졌던 점이 아쉽다.

주민대책위가 제기하고 있는 공정성 문제 역시 지적되어야 할 사항이다. 공론화 진행업체 OOO의 대표가 답사에서 소각장 관계자에게 수차례 질문을 하고, 2차 토론회 중에 공론화위원장에게 자원순환과 공무원의 발언기회를 주자고 건의를 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 시청 공무원이 애초 합의된 수준을 넘어서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한 상황과 그 내용도 문제가 있다."

- 앞으로 공론화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되나?
"공론이 일어나는 공론화과정이 되어야 한다. 과정보다 결론을 도출하는데 무게중심을 두는 방식으로는 진정한 공론화가 불가능하다. 예상 소요기간을 길게 두고 다양한 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간을 열고, 이 과정에서 시민참여단이 모집될 때 참여율 또한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론화위 회의록 등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필요하다."

#공론화위원회#소각장반대위#이백윤집행위원장#쓰레기소각장#백지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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