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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보험약관을 대대적으로 손보는 등 보험산업 혁신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최근 자살보험금·즉시연금·암보험 입원보험금 등을 둘러싼 잦은 보험 분쟁으로 보험회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추락하자 외부자문단을 꾸려 50개항에 이르는 보험산업 혁신 방안을 마련했다. 

27일 금융감독원은 법률, 보험 등 분야의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보험산업 감독혁신 태스크포스팀(TF)이 내놓은 보험산업 혁신 권고안을 발표했다. 암보험 입원보험금 등 각종 보험금 지급 문제로 보험회사와 소비자들 간 갈등이 깊어져 보험산업 혁신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금감원 쪽 설명이다.

김헌수 순천향대 교수 등이 참여한 TF는 지난해 9월 꾸려진 뒤 약 4개월 동안 20여 차례 회의를 거쳐 상품·약관, 보험판매, 보험금 지급, 민원·분쟁, 공시 등과 관련한 50개 권고과제를 마련했다. 금감원은 이 가운데 자체 추진할 수 있는 21개 과제를 우선 추진하고, 법 개정이 필요한 29개 과제는 금융위원회 등에 건의할 계획이다. 

TF가 가장 먼저 제시한 혁신과제는 어려운 용어로 작성된 보험약관을 이해하기 쉽게 바꾸는 것이다. 그동안 보험회사 중심으로 약관이 작성되면서 의학·법률용어 사용이 잦아 일반 소비자가 상품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계약이 이뤄지는 불완전판매가 발생해왔다는 게 TF의 판단이다. 

금감원 내 '약관순화위원회' 설치... 3년마다 테스트

이에 TF는 금감원 내에 '약관순화위원회'와 같은 약관 관련 전문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연령·학력·성별·직업군별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용자 테스트를 3년마다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이를 통해 보험 약관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TF는 현재 판매하고 있는 보험상품 약관에 대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좋은 보험상품(약관) 만들기' 경진대회를 개최해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약관 개선을 유도하도록 했다. 더불어 TF는 보험회사가 스스로 약관을 심사하는 자율심사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문했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 26일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보험약관 마련을 위한 간담회' 자리에서 어려운 보험약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약관에) 복잡한 내용을 담다 보니 보험설계사가 약관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고, 소비자도 약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보험약관을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할 때"라며 "다양한 노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보험개발원에서 열린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보험약관 마련을 위한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보험개발원에서 열린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보험약관 마련을 위한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금융위원회
 
보험금 안 주는 보험회사 알 수 있게 지표 개선 권고

두 번째로 TF는 보험설계사 등이 보험상품의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변액보험과 같은 상품에 대해 미스터리쇼핑(암행평가)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또 소비자가 의료자문의, 제3의료기관 선정기준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약관을 개정하라고 주문했다. 보험금을 못 받은 소비자가 보험사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금감원에 민원을 청구하면 보험사나 소비자는 의료기관을 정해 자문을 구할 수 있는데, 관련 사항을 약관에 보다 명확하게 표기하라는 것이다. 

더불어 TF는 소비자가 보험금을 제때 주지 않는 보험회사를 구분할 수 있게 보험금 지급 관련 지표를 개선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보험금 부지급률은 외부에 공개되는 지표인데, 보험사가 이를 계산할 때 건수가 아닌 금액 기준으로 계산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보험사가 보험금을 주지 않거나 지급을 미룰 경우 그 이유를 세세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도록 했다.  

세 번째로 TF는 금감원·보험협회 등의 각종 민원정보가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단순 민원건수보다는 계약건수당 민원 건수, 상품별 불만건수·보상건수, 보상처리기간 등을 제시하도록 주문했다. 이와 함께 금감권 내에 권위 있고 전문성 있는 인력으로 금융소비자 분쟁조정을 위한 전문 스페셜리스트 제도 도입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TF는 보험협회 누리집에서 소비자가 보험상품을 선택할 때 알아야 하는 핵심사항을 1쪽 이내로 간결하게 정리해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소비자가 보험상품 가격을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보험상품 비교공시 표준양식을 개발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혁신 TF 권고안을 적극 수용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이행해나갈 예정"이라며 "자체적으로 추진 가능한 권고사항에 대해서는 업무계획 등에 반영하고, 필요하면 보험업계 등과 TF를 구성해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험약관#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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