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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세리 마을에는 매달 두번 무료 미용실이 찾아 온다.
 공세리 마을에는 매달 두번 무료 미용실이 찾아 온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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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11일 오후 1시 56분]

가는 날이 장날일까. 공세리 마을은 마치 옛 시골 장터처럼 시끌벅적했다. 지난 9일 공세리 1구마을회관에는 마을에 살고 있는 고령의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충남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는 공세리성당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마을회관에 모인 할머니들은 자원 봉사자들과 '마을 청년들'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홍선표(85) 할머니는 "이장과 마을 주민들이 도와준 덕분에 이렇게 염색도 하고 머리도 새로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봉사하시는 분들이 머리를 예쁘게 잘 만져 준다"고 말했다. 이용례 할머니도 "오늘은 파마하러 왔다. 오늘까지 대여섯 번 이용한 것 같다. 노인들은 돈 한 푼이 아쉽다. 무료로 머리를 손질해 주니 고마움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세리 마을에 살고 있는 할머니들은 한 달에 두 번 정도 마을 회관에서 무료로 머리 손질을 할 수 있다. 공세리 마을은 최근 마을 사업 중 하나로 마을 세탁소와 마을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미용실의 경우 천안의 동천안희망직업전문학교 학생들이 자원봉사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아산시에서 재료비를 지원하고 직업학교 학생들이 미용봉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해당 사업에 대한 기획은 마을 주민들이 직접 했다.

이경수(공세리 1구 주민)씨는 "우리 마을에는 세탁소와 미용실이 없다. 노인분들은 미용실을 가기 위해 멀리 나가야 한다. 마을 세탁실과 미용실을 운영한다고 했을 때 민원도 많았다. 미용업계와 세탁업계에서 반발한 것이다. 타협안으로 남자들은 제외하고 여성을 중심으로 이미용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용실의 경우 매번 20명 이상의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미용실 옆에 붙어 있는 세탁실에서는 노인들이 이불 빨래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마을 미용실 매회 20명 이상 이용할 정도로 인기

공세리 마을에서 운영하고 있는 마을 미용실과 세탁소는 언뜻 보기에는 단순한 자원봉사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고령화와 마을 소멸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권광주 공세 1리 이장은 "오래 전부터 지속 가능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마을 주민과 모여 토론하고 고민도 많이 했다. 마침 농식품부에서 희망마을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사업에 응모하게 됐다. 지난해 아산시에서 지원한 초기 지원금 3000만 원으로 미용실과 세탁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한기라서 그런지 지난 9일에는 유난히 많은 마을 주민들이 미용실을 찾았다. 미용실은 공세리 마을회관 건물에 있다.
 농한기라서 그런지 지난 9일에는 유난히 많은 마을 주민들이 미용실을 찾았다. 미용실은 공세리 마을회관 건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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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세리는 마을 뒤편에 입암산이 똬리를 틀고 있다. 주민들은 입암산을 갓바위산이라고도 부른다. 마을에는 바닷물이 입암산 갓바위까지 차올랐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실제로 공세리 바로 앞은 서해다. 좌측에는 삽교천 방조가 있고 북으로는 평택과 연결되는 아산만방조제가 위치해 있다.

관광자원만을 놓고 볼 때 공세리는 남부러울 것 없는 마을이다. 하지만 공세리도 여느 농어촌 마을과 마찬가지로 고령화의 늪에 빠져 있다. 공세리 1구 주민은 350여 명이다. 이 중 65세 이상의 주민이 150여 명이나 된다. 총 150여 가구 중 빈집도 15가구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공세리 마을의 '나이 많은 청년들'은 마을을 되살리겠다는 생각 하나로 마을 만들기 사업에 뛰어 들었다.

어디를 가도 사람이 북적대고, 살기 좋은 마을을 꿈꾸는 것은 이제 거의 모든 농어촌 마을의 희망사항이 되어 버렸다. 마을 주민들 스스로 결정해 진행하고 있는 공세1리의 '마을 되살리기' 실험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가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미용실 한켠에는 세탁실도 있다.
 미용실 한켠에는 세탁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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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세리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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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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