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가 빛바랜 옷을 입고 아직은 여리여리 바람에 흔들리는 어느 한가로운 낮! 덮어놓고 구미를 벗어나 의성 쪽으로 달렸어요. 지름길로 갈 수도 있지만, 일부러 지난날 잔차 타고 달리던 비안 쪽을 지나 봉양으로 들어섰지요.
시골인데도 농삿일 하는 농사꾼도 잘 다니지 않는 한적한 길에 차를 세우고 싸 가지고 온 도시락도 까먹었어요. 봉지커피까지 한 잔씩 타먹고 다시 출발~
남편이 이끄는 데로 따라갔는데, 너른 밭 곁으로 난 길이 보이네요.(사실, 여기를 한 번에 못 찾았어요. 표지판 하나 없는 곳이라서 그냥 지나쳐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찾은 곳이에요. 하지만, 까닭이 있었지요.)
그 길로 올라가니, 어머나~! 생각지도 못했던 기차역이 보입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해요. 승용차 한 대만 있고,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었어요. 폐역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신호장으로 문 연 곳이라고 하네요.
신호장이 뭐냐고요?
역과 역 사이에 교행이나 대피를 할 수 있는 선로와 신호장치를 만들어 그 목적에 이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이른바 신호장이다. 여기서는 여객과 화물의 취급은 물론 열차의 입환(入換)이나 조성(組成)도 하지 않으므로 역 또는 조차장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신호장은 구간의 선로용량(線路容量)을 늘리어 열차의 운행횟수를 증대시켜 신속하고 원활한 수송을 하게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중앙선의 CTC 구간에는 역장을 배치하지 않은 무인신호장(無人信號場)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이게 답이 되겠네요. 열차의 교행이나 대피를 할 수 있도록 선로와 신호장치를 만들어서 열차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역을 말하는 거네요. 그리고 이곳에는 사람뿐 아니라, 화물도 차에 싣지도 않는다는 거였어요. 지금도 '무인 신호장'으로 쓰이는 기차역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 열차를 타고 다닐 때, 틀림없이 역이 있는데도 기차가 서지 않고 지나가기만 했던 곳이 몇 곳 있었다는 생각이 나네요. 문 닫은 폐역이라고 생각했던 업동역, 아직도 '신호장'으로 그 기능을 다 하고 있다는 것도 놀랍네요.
아참, 이 마을 이름이 왜 '업동'인 줄 아세요?
업동의 옛이름은 '업골'이라고 했다네요. 마을 뒷산에 용을 닮은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에 정성을 다해 기도하면 업을 받아 아들을 낳는다는 옛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와 업골이 되었다고 하네요. 업골이 '업동'으로... 지금은 마을 이름이 '업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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