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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인뉴스

"저는 그 소리를 듣고 길거리에 나가자마자 펑펑 울었습니다. 외모 비하 발언을 들을 만큼 잘못한 적이 없고 제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그날은 '사람이 이렇게 울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울었습니다."

지난 2015년, 충북 청주 서원대학교 산학협력단 한 부서에서 근무를 시작한 A씨. 그는 당시 부서 팀장으로부터 느꼈던 감정을 한자 한자 꾹꾹 눌러 담아 쓴 종이를 보여줬다.

A씨는 그동안 자신이 당한 성폭력에 대해서 담담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팀장은 본인이 성적 농담을 하고 싶을 때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그 주제로 바꾸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며 "2016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옷 벗는 내기를 하면서 고스톱 치는 것은 어때?' 라고 말하는 등 성적 수치심 발언을 일삼았고 그 얘기를 들은 나와 한 직원은 얼어붙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B팀장은 A씨를 향해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팀장은 나에게 '너는 교수들에게 얼굴을 보이면 안 되겠다', '목소리는 그렇게 옥구슬 굴러가는 것처럼 예쁜데 얼굴 보면 놀라겠다'고 말했고 난 그 소리를 듣자마자 길거리에 나가 펑펑 울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피해 상담 후 돌아온 건 '괴롭힘'

극심한 피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던 A씨는 서원대 양성평등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았다. 자신의 피해 사례들을 얘기하면서 안정을 찾아가던 A씨는 또 다시 고통에 시달리게 됐다. 상담을 받았다는 사실을 B팀장이 알게 된 것.

A씨는 "지난해 가을 B팀장이 건물 옥상으로 여직원들을 모이게 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담배를 피던 그 사람은 '내가 저번에 옷 벗기 내기 고스톱 치자고 한 거 미안하다'라는 통보적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이후 A씨는 회식자리에서 배제됐고 업무적 괴롭힘이 시작됐다. 

A씨는 "업무상 실수를 하면 같은 실수라도 나에게는 소리를 지르고 다른 직원에게는 웃으며 넘어갔다. 몸이 아파 연가를 사용하면 '몸 아픈 것도 능력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며 "팀장이란 존재는 내가 너무나 크고 무서운 존재였다. 내게 어떤 차별과 외모비하를 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토로했다.

B팀장은 계약직인 A씨의 신분을 이용해 압박하기도 했다. A씨는 "계약 기간이 1년이 남았는데 따로 불러서 '다시 계약되기 힘들 거다. 기대하지 말아라' 등 내 계약직 신분을 두고 압력을 가했다"라면서 "업무 능력이 결코 떨어진다 생각하지 않았지만 결국 무기계약직 전환이 되지 않았고, 이번 달을 끝으로 사무실을 나가게 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조교로 시작해 계약직 일반직원으로 채용될 정도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일터를 떠나게 되자 여성단체와 청주노동인권센터에 도움을 받아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반면 가해자로 지목된 B팀장은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없고 그로 인해 사과한 기억도 없다"라고 반박했다. 다만 "외모지적에 관해선 과거 발언한 적이 있다"라며 "최근 내가 사직서를 제출하긴 했지만 그 이유는 이번 일 때문이 아닌 다른 일로 책임을 지고 제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 "현재 조사중... 중징계 의결할 계획" 
 
 A씨가 자신의 피해내용과 당시 상황들을 정리한 글.
A씨가 자신의 피해내용과 당시 상황들을 정리한 글. ⓒ 충북인뉴스

학교 측은 가해자로 지목된 B씨를 직위해제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서원대학교 관계자는 "문제가 된 팀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직원들뿐만 아니라 남자직원들도 갑질 등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했다. 철저하게 조사를 한 다음 징계위원회를 열어 중징계를 의결할 계획이다"라며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징계위원회가 먼저"라고 설명했다.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용기를 냈다는 A씨는 "산학협력단에서 그 분은 왕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저와 같이 고통 받는 직원들의 상처가 계속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B팀장을 꼭 처벌해주길 원한다"라고 말했다. 

충북미투시민행동과 전국대학노동조합 대전충청지역본부 또한 27일 오후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습적 성희롱 가해자를 즉각 파면하고 종합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라고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사인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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