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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는 6월 16일 오후 거제수협 고현마트 앞에서 "고(故) 이아무개 조합원 명예회복과 진상규명, 거제수협 책임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는 6월 16일 오후 거제수협 고현마트 앞에서 "고(故) 이아무개 조합원 명예회복과 진상규명, 거제수협 책임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얼마나 괴롭고 힘들게 직장 생활을 했을까 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아립니다. 살이 많이 빠지고 어지럽다고 했을 때 병원에 가자고 하지 못한 내가 죄스럽습니다. 조금 쉬자고 말하지 못한 내가 원망스럽습니다.

… 당신과 함께 걸었던 길을 이제 나 혼자 걸어야 하지만, 내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거든 바람이 되어 다가와 '괜찮아'라고 말해 주세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6월 16일 오후 경남 거제수협 고현마트 앞에서 하얀 소복을 입은 여성이 마이크를 잡고 눈물로 호소했다. 지난 5월 9일 사망한 거제수협 고현마트 직원 이아무개(43)씨의 부인이다.

이씨는 5월 2일 고현마트 건물에서 투신했다가 1주일 만에 사망했다. 39일째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인이 가입했던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가 '고(故) 이아무개 조합원 명예회복과 진상규명, 거제수협 책임 촉구 결의대회'를 연 것이다.

노동조합은 "노동자 죽음 진상규명하고 유족에게 사과하라", "고 이아무개 조합원 업무상 재해 인정하고 거제수협은 책임져라"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고인의 유족을 비롯해, 민주노총 경남본부 류조환 본부장과 안석태 수석부본부장, 사무금융노조 조합원 등이 참석했다.

사무금융노조는 "하루 빨리 문제가 해결되어 차가운 영안실에 누워있는 고인의 장례를 치러 영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사무금융노조는 지난 6월 7일 1차 결의대회에 이어 이날 두 번째 연 것이다.

고인의 부인은 이날 무대에 올라 호소했다. 부인은 "남편이 병원에 있을 때 거제수협 관계자가 와서 산업재해 처리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 사람은 우울증 약을 먹은 게 있으면 산재처리 된다고 했다"며 "그런데 왜 지금은 말이 달라지느냐. 조합장은 책상에서 일하다 일어난 일도 아니라 했고 한다. 조합장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부인은 "조합장은 측은지심의 마음마저 없느냐. 조합장은 자식들한테 책임을 회피하라고 가르칠 것이냐"며 "아직도 조합장은 죄송하다는 말 한 마디, 위로 한 마디 하지 않고 있다. 남편은 부당한 대우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다 죽었다"고 했다.

이어 "오늘은 남편이 간 지 39일째 되는 날이다. 내 인생의 반을 떼어 줄테니 남편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기적이라도 일어나달라고 기도해도 아무런 기별이 없다"며 "이제는 그 사람이 갔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부인은 "어제는 남편의 마흔 세 번째 생일날이었다. 부쳐도 받을 수 없는 편지를 남편한테 썼다"며 "내가 사랑했던 남편을 위해, 오늘 당신을 알지도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슬픔을 애도하고 있다. 당신은 이 모습이 보이느냐. 당신의 생일상을 차렸는데 제사상이 되었다. 무엇이 급해서 그렇게 급하게 갔느냐"고 했다.

이아무개 조합원은 딸 셋을 남겨 두었다. 부인은 "세 딸 뒷바라지 하며 사이 좋게 늙어가자고 하던 당신의 말이 생생하다"며 "6살 막내를 비롯해 딸들은 엄마가 더 슬플까봐 말도 못하고,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고 있다. 아이들한테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이들한테 이 슬픔이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고 했다.

집회 참가자들도 흐느꼈다. 부인은 "직장 생활로 피로감을 호소하며 안마의자를 사던 날 거실에 놓아두고 앉아 있었던 당신. 지금도 그 온기가 느껴진다"며 "아이들은 안마의자 없애면 안 되느냐고 할 정도다"고 했다.

부인은 "당신이 편안하게 자유롭게 떠날 수 있게 하기 위해, 내가 더 용기 내고 떳떳하게 일어날게. 우리가 당신이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지. 아이들은 세상에서 당신이 제일 사랑스럽다고 했던 거 알지"라며 "큰딸은 엄마가 슬퍼할까봐 소리 내어 울지도 않는다. 두 달 사이 훌쩍 커버린 것 같다. 당신을 사랑해"라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이아무개 조합원의 사망 이후 거제수협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다. 고용노동부는 거제수협에 대해 법을 위반한 장시간 노동과 최저임금법 위반, 휴일근무와 시간외 근무에 대한 임금체불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적발했다.

거제수협 측은 이아무개씨의 투신과 사망에 있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는 6월 16일 오후 거제수협 고현마트 앞에서 "고(故) 이아무개 조합원 명예회복과 진상규명, 거제수협 책임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고, 류조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는 6월 16일 오후 거제수협 고현마트 앞에서 "고(故) 이아무개 조합원 명예회복과 진상규명, 거제수협 책임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고, 류조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 윤성효



#거제수협#사무금융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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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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