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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시 북구 침산동 대구은행제2본점.
대구시 북구 침산동 대구은행제2본점. ⓒ 조정훈

대구의 대표적 금융기관인 대구은행의 간부급 직원이 비정규직 여직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구지방노동청과 경찰이 자체 조사에 나서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대구은행과 일부 피해자들에 따르면 수개월 전부터 파견직원으로 근무 중인 여직원들이 부서 회식 등에서 간부급 사원들에게 강제로 입맞춤을 당하는 등 수시로 성추행을 당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회식 중 강제 입맞춤... "성욕 왕성, 연인으로 지내보자" 발언도

가해자인 A부장(46)은 수개월 전 피해자인 여직원 B씨에게 "예쁘다" "싹싹하다" "밥을 사주겠다"라면서 만남을 요구하다 부서 회식을 하던 중 노래방에서 얼굴에 강제로 입맞춤을 하고 업무시간에도 "뽀뽀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A부장은 또 지난 6월 초 인사부서의 내사가 시작되자 B씨에게 "너 때문에 이혼하게 생겼다"라면서 "만약 이혼하게 되면 자살하겠다, 네가 간접살인자가 되는 것"이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또 다른 간부 C씨(46)도 노래방에서 회식을 하던 중 B씨의 얼굴을 강제로 당겨 입맞춤을 하고 다리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 입사한 D씨도 또 다른 간부 E과장(40)으로부터 신체 접촉, 강제 입맞춤 등 성추행을 당했다. E과장은 D씨에게 수시로 저녁을 함께할 것을 요구했다. D씨는 친구와 함께 대구 수성구의 한 술집에서 술을 마셨다.

당시 D씨의 친구가 화장실을 간다며 자리를 비운 사이 E씨는 D씨의 신체를 추행하고 입술에 강제적으로 입맞춤했다. 이후 E씨는 D씨를 향해 "사내에서 은밀하게 지내보자"라고 권유하기까지 했다.

한 여성 직원은 지난해 1월 회식 후 간부직원에 의해 강제로 모텔에 끌려갔으나 저항해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다. 피해자 F씨에 따르면 회식을 끝내고 집에 가려 하자 G과장(40)이 "집까지 바래다 주겠다"라면서 택시를 타고 모텔로 데리고 갔다. 당시 F직원은 강하게 저항해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G과장은 이후에도 F씨를 향해 여러 차례 성추행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G과장은 지난해 2월경 회식 후 맥줏집에서 입맞춤을 하면서 "와이프와 관계가 좋지 않으나 성욕은 왕성하다"라면서 "연인으로 잘 지내보자"라고 말했다.

경찰·노동청도 촉각 곤두세워... 여성단체 "피해자 더 늘어날 수도"

 대구시 북구 침산동 대구은행 제2본점.
대구시 북구 침산동 대구은행 제2본점. ⓒ 조정훈

대구은행은 이런 사실을 알고 감사팀을 통해 내사에 착수해 가해자 4명에 대해 대기발령을 내리고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대기발령도 징계에 해당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라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이 달라 좀 더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대구은행 간부급 직원들의 성추행이 논란이 알려지자 경찰이 내사에 착수하고 대구지방노동청도 조사에 들어갔다. 대구은행 비정규직 여성직원에 대한 성추행 가해 직원이 추가로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오늘부터 내사에 착수했다"라면서 "피해자의 직접적인 고발이 없기 때문에 내사에 들어갔지만 사실상 수사를 진행하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대구지방노동청 관계자도 "사건을 인지하고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사실 확인을 위해 대구은행에 조사 결과 등의 자료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지역 여성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은 지역 은행에서 성추행 사건이 벌어진 데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오는 10일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는 "현재까지 가해자가 4명으로 알려졌지만 전체 가해자가 10여 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라면서 "피해자도 훨씬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남 대표는 이어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계속 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의문"이라며 "대구은행의 조직문화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관계가 드러나고 있는데도 대기발령만 하고 징계절차에 나서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구은행#여직원 성추행#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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