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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시 송산농협 이사 금품 선거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경찰 조사를 마치고 검찰에 일부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이 사건은 새로운 증거가 공개되면서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기자회견장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이사가 욕설과 함께 고함을 지르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26일 오전 송산농협 앞에서 당진시농민회(회장 박유신), 당진시 쌀 생산자협회(회장 강사용), 전농 충남도연맹(회장 장명진) 등의 농민 단체뿐만이 아니라 정의당 충남도당(위원장 김학로), 당진참여자치시민연대(회장 이한복), 한국여성유권자충남연맹(회장 최연숙) 등이 연대 기자회견을 열고 부정 선거 의혹을 받고 있는 이사진들의 사퇴와 농협의 개혁을 촉구했다. 또한, 금품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1인시위에 나섰던 농민에 대한 사과를 조합장에게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문제의 발단은 지난 3월 23일 실시된 송산농협이사 선거운동 과정에서 관련된 이사 후보들이 적게는 10만 원, 많게는 수십만 원씩 현금과 농협 상품권으로 관련된 대의원들에게 줬다는 것이다"라면서 "(1인시위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금품선거에 대하여 사법적 처리를 않고 고민 끝에 후보자들 양심에 호소했음에도 한윤숙씨의 선의를 무시하고 왜곡비방 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또 최근 연이어 터지고 있는 농협 비리 사건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농민들은 농협의 비리와 부정선거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지역에서 인맥과 체면치레로 알고도 침묵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 결과 부정선거로 인한 경제적 손실 또한 농민조합원들이 부담하여야 할 몫이다"라고 개탄했다. 송산농협 역시 이 사건에 대한 사실 조사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없었음을 지적했다.

1인시위에 나섰던 한윤숙씨는 "송산농협 이사선거에서 금품이 오간다는 사실을 접하고 주저함 없이 나섰다. 송산지역 농민들은 이사선거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듣고, 보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라면서 "농협이 바로 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개혁을 요구했지만, 농협의 개혁은 흐지부지돼가고 있으며 청산되어야 할 적폐들은 의기양양해 하는 것을 보고 이제는 더욱더 당당히 나서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유신 당진시농민회장은 "최근 면천농협 역시 조합장의 부정선거로 재선거를 치렀다. 농협의 부정선거는 송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거를 통해 조합원을 위해 일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농민들의 의식부터 개혁되어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장명진 전농 충남도연맹 회장은 "농협의 조합장과 이사 자리가 무슨 벼슬이라도 되는 것처럼 하는 것은 문제다. 이것이 농민의 수준을 말하는 것이다. 여성 농민의 용기에 박수와 경의를 보낸다. 지역에서 내부고발자를 매도하는 자들이 있다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의당 충남도당 김학로 위원장은 "120년 전에도 충청감사 자리가 돈으로 거래됐다고 한다. 당시 이런 부패를 바로 잡겠다고 나선 것이 바로 농민들이었다. 하지만 120년이나 지난 지금에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 올바른 농민들이 농협을 개혁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 뜻에 따라 정의당 역시 농협 개혁 노력에 함께 하겠다"고 연대의 뜻을 밝혔다.

조상연 당진참여연대 사무국장 역시 연대사를 통해 "시민의 힘으로 정권을 바꿨다. 농협 개혁도 마찬가지다. 농민의 힘으로 농협을 개혁해야 한다. 문제를 제기한 내부고발자는 인격 살인의 대상이 아니라, 고마움의 대상이다. 농협을 진정한 농민의 협동조합으로 만드는 데 당진참여연대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농민단체들은 ▲송산농협조합장의 한윤숙 농민회원에 대한 사과 ▲농민회와 함께 부정선거 진실규명 조사위원회 구성 ▲선거에서 금품 돌린 이사들의 즉각 사퇴 ▲사법당국의 철저하고 엄중한 처리 ▲농협 당진시지부장은 즉시 중앙회 특별감사 요청 등 다섯 가지를 요구했다.

한편 기자회견 직전에는 이번 선거로 당선된 이사가 고성과 폭언을 하는 등 소란이 일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대표단은 송산농협장을 만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송산농협 이사선거 금품 의혹 사건은?
지난 3월 23일 송산농협 이사선거에서 금품이 오간 문제는 한윤숙 농민이 4월 6일 1인시위에 나서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당시 이사들은 한윤숙씨와 합의서를 작성해 금품선거에 대해 일부 시인하고 전 조합원에게 서면으로 알리겠다는 내용에 서명했다.

당시 양측은 사법처리보다는 내부 반성에 초점을 맞췄으나, 사건을 인지한 경찰의 조사가 양측의 의도와는 별개로 시작됐다. 한씨는 애초 약속대로 합의서를 경찰에 제출하지 않고 경찰 조사에도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경찰의 조사과정에서 명백한 물증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자 이사들이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 한씨의 주장이다.

특히 송산의 기관장과 지역 시의원 등이 모임에서 한씨에 대해 비난했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한 씨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 한 씨는 합의서를 지역향토지에 전격 공개하고 농민회와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농민회 측은 초기 사법처리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었으나, 유력한 증거가 공개되고, 한 씨에 대한 매도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하고 농협개혁과 한 씨의 보호를 위해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덧붙이는 글 | 당진신문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



#당진#송산농협#농민회#농협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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