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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고래축제의 정체성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31일 환경, 시민단체는 수족관 돌고래 방류를 시발점으로 고래생태축제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5월 25일부터 4일간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특구에서는 '고래도 춤추는 장생포'라는 주제로 울산고래축제가 진행됐다.

올해로 23회째를 맞은 울산고래축제는 매년 예산이 증액되어 지난해 20여억 원에 이어 올해도 19억 6800만 원이 소요된 울산의 대표 축제다.

하지만 '돌고래를 바다로 울산시민행동', 울산환경운동연합,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등 환경단체와 노동당 울산시당, 울산녹색당은 바다의 날인 5월 31일 오후 2시 장생포고래생태체험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고래 생태와 보호를 외면해 온 울산고래축제가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평가와 함께 거버넌스를 통한 고래생태축제로 전환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돌고래를 바다로 울산시민행동과 울산환경운동연합,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노동당 울산시당, 울산녹색당이 31일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돌고래를 바다로 울산시민행동과 울산환경운동연합,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노동당 울산시당, 울산녹색당이 31일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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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축제기간 진행된 모니터링을 통해 매우 비판적인 시각으로 축제 전반을 평가했다. 행사안내 등 관람객 편의 분야에서 개선이 이뤄졌지만 고래축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프로그램이 부족했고, 동물학대도 이어졌다는 내용이다.

평가에 따르면 올해 고래축제는 지난 23년 간 진행된 노하우를 통해 장애인 배려시설을 제외하면 화장실, 교통, 행사안내소 등 기반시설에서 방문객들의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눈에 띠었다.

하지만 129개나 설치된 행사부스는 대부분 먹거리 판매, 특산물 및 기념상품 전시, 판매, 호텔, 백화점 홍보까지 타 축제와 별반 다를 바 없는 구성으로 운영됐다고 주장했다.

행사 전반에서 여흥과 먹자판은 여전히 주된 주제였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공동체를 활성화하려는 노력 대신 여느 축제에서나 열리는 동 대항 장기자랑과 가요제가 전부였다고 덧붙였다.

고래를 예술적 대상으로 승화시킨 시낭송과 마당극, 인형극도 진행됐지만 이 역시 개그 일색인 내용과 인기가요를 남발하는데 그치며 고래축제와 연결시키지 못했다.

또한 이들은 장생포 고래특구 5D 입체영상관 완공을 앞두고 무료관람이 이뤄진 '귀신고래의 귀한'이라는 영상작품 또한 뻔한 내용으로 감흥을 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그동안 대표적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고래고기 판매와 관련 행사가 사라진 점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었지만 일부 부스에서는 금붕어 잡기 등 동물학대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고래축제 현장에서 진행된 공연 일부
▲ 울산고래축제 고래축제 현장에서 진행된 공연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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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축제 현장에서 진행된 울산 남구 동 대항 장기자랑 대회 모습
 고래축제 현장에서 진행된 울산 남구 동 대항 장기자랑 대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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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고래축제 먹거리 장터. 울산고래축제 129개 부스에서는 대부분 먹거리와 기념품 판매가 주종을 이뤘다.
 울산고래축제 먹거리 장터. 울산고래축제 129개 부스에서는 대부분 먹거리와 기념품 판매가 주종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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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축제 4일 동안 빠짐없이 운영된 금붕어잡이 부스. 금붕어들이 하루종일 아이들의 뜰채를 피해 다녀야 했다. 환경단체에서는 동물학대라고 지적하고 있다.
▲ 금붕어 잡이 고래축제 4일 동안 빠짐없이 운영된 금붕어잡이 부스. 금붕어들이 하루종일 아이들의 뜰채를 피해 다녀야 했다. 환경단체에서는 동물학대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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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전 연령층이 공감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은 평일에는 어린이집, 초등학교, 노인 단체 관람객이 많았고 주말에도 단체 및 50대 이상의 관광객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생태적 상상력의 결핍이 초래한 결과"라며 "고래와 관련된 보호, 공생, 생태, 배려라는 단어대신 그동안 포경, 식재료, 돈이라는 단어가 유령처럼 떠돈 그간의 역사를 볼 때 이번 축제 역시 '포경 역사의 무덤'에 갇혀있다"고 비판했다.

반대로 129개 부스 중 장생포초등학생들이 운영한 '고래야 우리가 지켜줄게'는 유일하게 고래생태도시에 걸맞는 개념의 부스였다고 밝혔다.

"전교생이 34명에 불과한 장생포초등교 학생들이 고래보호를 위한 기부금 마련을 위해 자신들이 그린 고래보호 그림을 전시하고 직접 염색해 만든 손수건을 판매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던, 소박하지만 울림이 있었던 공간이었다."

울산고래축제에 설치된 129개 부스 중 유일하게 고래생태와 보호를 위해 운영된 장생포초등학교 학생들의 고래보호 기부금 모집 부스. 아이들이 기금마련을 위해 직접 그린 그림과 염색한 손수건을 판매하고 있다.
▲ 장생포초등학교 울산고래축제에 설치된 129개 부스 중 유일하게 고래생태와 보호를 위해 운영된 장생포초등학교 학생들의 고래보호 기부금 모집 부스. 아이들이 기금마련을 위해 직접 그린 그림과 염색한 손수건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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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들은 평가를 정리하면서 "수족관의 돌고래와 고래축제는 이제 임계점에 와 있다"며 "시민단체와 거버넌스를 통해 생태적 상상력이 충만한 고래생태축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장생포고래생태체험관의 돌고래를 방류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고래잡이와 식용을 주장한 김두겸 한국고래문화학회장의 사직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근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매해 고래축제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축제를 평가하고 문제를 제기해왔다"며 "고래축제가 제자리를 찾으려면 먼저 고래가 멸종위기종인 현실을 자각하고 보호와 배려, 공생을 통한 생태계 회복에 앞장서는 길 뿐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뉴스행동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태그:#고래축제,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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