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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도를 가기 위해 집에서 출발하기 전, 그 섬을 고향으로 둔 지인에게 조언을 얻을 겸 전화를 걸어 하루 자고 오려고 하는데 해줄 말이 없느냐고 물었다.

"망산이나 오르고 용굴이나 보면 되는데 잔다고요?"

자면서까지 볼 게 없다는 의미의 대답이었다. 하지만 섬에 가서 섬이 있으면 됐지 뭘 더 바랄 게 있느냐는 게 평소 내 생각이라 원래대로 1박을 계획하고 집을 나섰다.

약산도 당목항에서 배를 타고 평일도 일정항에 내리니 섬을 안내하는 커다란 간판이 방문객을 제일 먼저 맞는다. 섬의 이름은 외적의 침입을 한 번도 받아보지 않은 평안한 섬이란 뜻에서 유래했다는 내용도 소개하고 있다.

재미있는 건 홍보간판에서조차 섬의 명칭을 '금일도(평일도)'로 표시해 놓은 점이다. 그 정도로 이 섬의 이름은 두 가지로 불린다. 평일도는 섬으로는 드물게 읍소재지가 있는데 읍의 행정구역 이름도 금일읍이다. 외지 방문객은 섬의 명칭에 혼란을 느끼기 충분하다.

평일도 양식시설
평일도양식시설 ⓒ 나기옥

섬의 이름이 중요한 건 아니니 이쯤하고 섬을 간략하게 소개해야 되겠다. 전남 완도군에 속해 있고, 생일도에서 북동쪽으로 2.5㎞ 지점, 완도의 동쪽해안에서 북동쪽으로 22.8㎞ 지점에 있고, 면적이 18.90㎢ 해안선 길이가 51.0㎞에 이른다(다음 제공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참조). 섬에 택시와 마을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1박 2일 정도의 일정으로 섬을 돌아보고 싶다면 차를 가지고 가는 게 좋다.

평일도는 다시마가 유명하다. 전국 다시마 생산량의 80%를 차지할 정도라니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섬을 돌아다니다 보면 대부분의 밭에 굵은 그물을 씌워 놓은 모습을 만날 수 있는데 바로 다시마를 말리는 곳이다. 방문 시기가 잘 맞는다면 섬을 뒤덮다시피 한 다시마를 볼 수 있으리라.

따비밭을 일궈 만든 손바닥만 한 밭조차 놀리지 않고 뭐든 심어 먹던 어릴 적 기억에 의하면 그 넓은 밭을 다시마 건조장으로 이용하는 게 의아하지만, 다시마 양식으로 인한 소득이 훨씬 좋아 밭농사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게 지역 주민들의 '자랑'이었다. 자본주의 논리로는 당연한 결론이다. 하지만 우리 조상님들은 땅이 곧 삶이었던 세대였고, 나도 그걸 보고 자랐다. 다시마 건조는 건조대를 만들어 사용하고, 땅은 농경지로 활용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하는 건 고리타분한 세대의 생각일 뿐이리라. 뭍에서도 일손이 모자라 노는 전답이 얼마나 많은가.

평일도는 다시마뿐만 아니라 전복 생산도 만만찮다. 완도군이 전국 최대 전복 생산지라는 걸 감안하면 완도군 소속의 평일도도 전복이 어업의 중요 소득원이라는 게 이해되리라.

평일도 망산 전망
평일도망산 전망 ⓒ 나기옥

서론이 너무 길었다. 본론으로 넘어가야 되겠다. 섬이 커서 발길 닿은 곳을 모두 소개한다면 번거롭고 혼란스러울 걸 감안해서 평일도에 가서 꼭 들려야 할 곳을 중점으로 소개해야 되겠다. 나그네의 주관적인 판단이라는 걸 염두에 둔다면 더 좋겠다.

우선 평일도 제일의 전망을 자랑하는 망산(234.6m)이다. 섬의 중심부에 있으며 최고봉이기도 하다. 당연히 몇 개의 등산코스가 있는데 가장 빨리, 그리고 쉽게 오르는 길은 평일정사라는 자그마한 간판이 붙은 절 위까지 차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좁기는 하지만 주차공간도 있다. 거기에서부터 정상까지는 천천히 걸어도 20분이면 충분하다.

정상에서의 전망이 더없이 좋다. 조양도, 생일도, 소량도, 충도, 신도, 금당도를 비롯한 크고 작은 섬들이 쪽빛 바다 위에서 저마다의 모습을 자랑하고 양식장은 설치 미술품이 되어 바다를 꾸며준다. 그 사이사이로 고깃배가 오가는 모습은 동화 속의 풍경을 연상케 한다. 날씨까지 좋다면 금상첨화다.

평일도 용굴
평일도용굴 ⓒ 나기옥

두 번째는 평일도 홍보물에도 나온 용굴이다. 굴이란 표현이 다소 어색하긴 하지만 자연이 빚은 솜씨를 감탄하기에 충분하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는 금빛 햇살과 바위, 그리고 하얀 포말 등이 어우러져 더 멋지다. 용굴을 찾아가다 해변가의 전복 양식장에 들려 용굴 위치를 물었더니, 그곳은 사유지라면서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 달라는 당부를 들었다.

세 번째는 월송 해송림이다. 바닷가에 멋지게 늘어선 소나무가 일품이다. 길이 1.2㎞, 폭 100m에 수령 200여 년이 된 소나무 1천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다(완도군 홈 페이지 참조). 일몰 명소로도 손꼽히는데 야영장소로도 인기가 좋다. 걷기 좋도록 정비도 해놓았다. 아쉬운 건 해송 옆으로 길게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탓으로 차량의 소음이 종종 들린다는 점이다.

평일도 월송 해송숲
평일도월송 해송숲 ⓒ 나기옥

네 번째는 명사십리 해수욕장이다. 길이 3.6㎞에 너비 150m 정도의 백사장은 '명사십리' 이름에 걸맞게 은빛 모래와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풍광을 즐길 수 있다. 꼭 해수욕을 즐길 계절이 아니더라도 호젓하게 걷기에 그만이다. 물이 빠진 곳에 생긴 모래톱을 걸으면 갈매기들의 날갯짓도 즐길 수 있다.

조개와 게들도 사람 구경하느라 종종 고개를 내민다. 이 해수욕장을 주민들은 해당화 해수욕장 또는 해당화 해변이라 부른다. 해당화 해수욕장. 얼마나 좋은 이름인가. 전국에 있는, 열 개도 넘을 명사십리 해수욕장 이름보다 훨씬 정감 있게 다가온다.
평일도 명사십리 해수욕장
평일도명사십리 해수욕장 ⓒ 나기옥

용항리 갯돌밭도 제법 아기자기하다. 궁항리 당집을 찾았지만 자그마한 당집 뒤로 당차게 자란 나무가, 앞으로는 담장이 둘러싸고 있는 데다 열쇠로 잠겨있어 안을 볼 수는 없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소량대교로 이어진 소량도까지 잠시 들려보는 것도 좋다. 그야말로 덤의 즐거움이다. 완만한 구릉형의 섬이라서 섬의 구석구석을 걸으며 쉬며 풍광과 더불어 주민들의 생활상을 접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평일도 동백리 일몰
평일도동백리 일몰 ⓒ 나기옥

금일읍이 자랑하는 낙타섬과 장도 구름다리는 평일도의 부속도서라서 따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평일도는 숙박시설도 넉넉하고 음식점도 많다. 나그네가 방문한 금년 2월 당시 배편은 고흥 녹동항에서 금일 동송항을 하루 4회 운항하고, 약산 당목항에서는 금일 일정항을 하루 28회 30분 간격으로 오가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네이버 '맑은 강산의 사진일기' 블로그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평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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