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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물가는 전년보다 큰 폭 오르는 등 한국 경제가 더욱 팍팍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등 수출이 부진했으나 수입이 더 줄면서 '불황형 흑자'를 기록했다.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많이 올려 예대금리 차이가 확대됐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수는 경기 부진 등으로 연간 30만 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 폭이다. 제조업 취업자수는 구조조정 등으로 5000명 감소했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9.8%를 기록했다. 피부로만 느끼던 최악의 청년 실업 상황이 통계적으로도 증명된 셈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전년보다 연간 1.0% 올랐다. 2015년에 전년보다 0.7% 상승한 것에 비해 더 크게 오른 셈이다. 농축수산물가격이 폭설, 폭염 등 기상악화의 영향으로 3.8% 상승했다. 공업제품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했고 전기·수도·가스요금은 도시가스요금과 전기료 인하 영향으로 9.2% 하락했다.

서비스요금은 2.3% 상승하며 2011년(2.7%) 이후 가장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이는 집세의 오름세가 둔화됐으나 외식비 상승세 지속, 보험서비스료 인상 등으로 개인서비스요금의 오름폭이 확대된 데 기인했다는 것이 한은 쪽 설명이다.

청년 실업률 2000년 이후 최악...농축수산물 가격 등 오르며 물가↑

ⓒ 한국은행

주택매매가격(말월 기준)은 1.4% 올라 2015년 4.4%에 비해 상승세가 둔화됐다. 이는 가계대출 누적 및 부동산 과열을 억제하기 위한 정부 대책,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일부 지방의 매수심리 위축, 공급물량 증가 등에 주로 기인했다고 한은 쪽은 분석했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를 보였다. 수출이 늘어 흑자를 본 것이 아니라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면서, 흑자를 보게 된 것 같은 착시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일부에선 경제 성장 동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987억 달러로 2015년(1059억 달러)에 비해 소폭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상품수지는 수출이 부진했으나 국제유가 하락, 설비투자 부진 등으로 수입도 동반 위축되면서 1204억 달러 흑자를 냈다.

지난해 수출(통관 기준)은 4954억달러를 기록하며 전년대비 5.9% 감소했다. 자동차 수출이 신흥국 수요 부진 및 완성차 업체 파업 등 영향으로 줄었다. 선박도 해양플랜트를 중심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디스플레이패널은 액정표시장치(LCD)의 부진으로, 철강·금속은 글로벌 공급 과잉과 수입 규제조치 강화 등으로 감소했다. 수입은 전년대비 6.9% 감소한 4062억 달러를 기록했다.

서비스수지는 176억 달러 적자를 봤다. 이는 여행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운송수지는 적자 전환하고, 건설수지 흑자 폭은 축소된 영향이다. 여행수지는 해외여행객 증가세 지속 등으로, 운송수지는 한진해운 구조조정 및 세계 물동량 둔화에 따른 운송수입 감소로 각각 94억 달러, 6억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건설수지도 자원수출국을 중심으로 해외건설 수주가 줄면서 흑자규모가 87억 달러로 축소됐다.

금리 사상 최저치 경신...예금-대출 금리 차이는 커져

지난해 들어 국고채(3년) 금리는 국내외 통화완화 기대 등으로 가파르게 하락했다. 이후 이 금리는 등락하다 5월 말부터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에 따른 주요국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 기대 등 영향으로 추가 하락했다. 지난해 7월6일에는 사상 최저수준인 1.20%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 증대 등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은행 여신금리는 지난해 8월 중 3.23%까지 하락한 이후 시장금리 상승에 주로 기인, 상승 전환했다. 수신금리도 8월 중 사상 최저 수준인 1.31%까지 낮아졌다가 12월 중에는 1.56%까지 반등했다. 작년 12월 중 은행 여수신금리차는 전년 같은 달보다 0.14%포인트 높아진 1.88%포인트를 기록했다.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보다 대출 금리를 더 많이 올리면서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 가계대출(모기지론 양도분 제외)은 집단대출과 개별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에 힘입어 53조7000억 원 늘어나 전년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농협,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비은행금융기관 가계대출도 79조9000억 원 늘어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연차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당기순이익(세후)이 전년대비 6623억 원 증가한 3조3779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박성준 한은 기획협력국장은 "국내 금리가 하락하면서 통안증권(통화안정증권) 이자가 줄어든 데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안증권은 한국은행이 시중에 풀린 돈을 흡수하기 위해 금융기관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증권이다.


#한국은행#연차보고서#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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