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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항공사)가 인천시의 '지방세 감면 중단' 결정을 전격 수용해, 인천항만공사(이하 항만공사)에 대한 지방세 감면 또한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조세 형평 차원에서 달리 적용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공항공사(사장 정일영)는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시의 재정과 시민복지에 기여할 수 있게 지방세를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공항공사는 "지난해 말로 시의 지방세(취득세) 감면이 종료됐음에도 지역사회가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사회공헌사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시행해나갈 계획"이라며 "사회복지시설 지원과 일자리 창출 지원, 교육·문화·체육 발전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공항공사 지방세 내면, 항만공사도 마찬가지

시는 공항공사와 항만공사에 대한 지방세 감면을 중단하는 것을 골자로 한 '시세 감면 조례' 일부 개정안을 지난해 12월 시의회에 제출했다. 개정안 가결 시 지방세 감면이 폐지되고, 부결 시 감면이 유지된다.

공항공사는 '제2 여객터미널 안착'을 위해, 항만공사는 '새 국제여객터미널 안착'을 위해 지방세 감면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참여예산센터 등 시민사회단체는 '시 재정위기인데 시민만 고통을 분담한다'며 지방세 감면을 반대했다.

시와 중구는 공항공사에 2001년부터, 항만공사엔 2005년부터 취득세와 재산세, 등록면허세 등을 감면해줬다. 지난해까지 감면한 지방세는 공항공사 약 1626억 원, 항만공사 약 1124억 원이다.

시는 두 공사가 안정적으로 정착했다고 보고 지방세 감면 혜택을 중단하기로 했다. 시민사회단체 또한 시의 결정이 타당하다며 감면 중단으로 확보한 세금을 민생과 복지에 쓸 것을 주문했다.

시는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자 2012년에 인천터미널을 매각했고, 지금도 송도 6·8공구에서 재산매각이 이뤄지고 있다.

시는 또,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복지예산을 축소했고, 세금과 공공요금을 인상했다. 시민들은 민생·복지예산 감축과 주민·공공요금 인상이라는 고통을 분담했다. 참여예산센터는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두 공사에 대한 지방세 감면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지방세 감면을 유지할 경우 시가 손해 보는 세금은 약 800억 원으로 추산됐다. 우선 지방세 약 429억 원을 징수하지 못하고, 여기다 지방세 징수율 하락에 따른 페널티로 정부의 보통교부금 약 384억 원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시의회 '사회공헌 협의' 주문했지만, 무위로

이에 반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항만공사의 직·간접적 사회공헌 금액은 공공목적으로 항만 부지를 제공하는 것을 포함해도 161억 원에 불과했다.

공항공사의 경우도 공항 종사자 자녀들을 위한 인천하늘고등학교 건립·운영과 하늘문화센터 건립 등을 제외하면 프로축구단 인천유나이티드 후원 80억 원(5년 중 4년 치)과 국제 체육행사 지원 61억 원, 지역주민 지원 91억 원 등이 고작이다.

시는 시 재정 확충을 위해 지방세 감면 중단을 선택했고, 시민사회단체는 사회공헌만 놓고 보더라도 두 공사에 대한 지방세 감면은 득보다 실이 큰 데다 조세 형평에도 어긋난다며 감면 중단을 촉구했다.

하지만 감면 중단에 대한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두 공사와 인천상공회의소, 인천항만물류협회 등은 인천국제공항 제2 여객터미널과 인천항 새 국제여객터미널(남항) 안착을 위해 감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항만공사는 2020년까지 새 국제여객터미널 개장, 인천항 제1 항로 준설, 아암물류2단지 개발, 신항 배후단지 조성 등에 약 1조 5000억 원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지방세 감면이 절실하다고 했다.

공항공사의 경우도 올해 말까지 제2 여객터미널을 준공해야 하고, 향후 공항 4단계 공사와 4단계 배후단지 조성에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되는 만큼, 감면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의회 내부에서도 '항만 산업과 항공 산업이 인천 경제의 쌍두마차나 다름없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두 공사와 협력이 필수인 만큼 감면 중단은 섣부르다'며 반대했다.

이처럼 시의회 안팎에서 찬반 의견이 팽팽하자, 시의회는 12월 정례회 때 심사를 보류했다. '보류'라는 카드로 시와 두 공사 간 사회공헌기금 규모에 대한 협의를 주문한 셈이다.

그 뒤, 시와 두 공사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수면 아래에서 사회공헌기금 규모 등을 놓고 협상을 진행했는데, 공항공사가 전격적으로 지방세를 납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공항공사는 지방세를 내더라도 사회공헌사업을 중단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영종도~신도' 간 교량 건설사업과 오성산 공원 조성 사업 등, 그동안 협의했던 사업들도 전처럼 시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열린 인천시 항공 산업 산학융합지구 비전 선포식에 공항공사 사장은 물론 임원급이 불참하고 팀장급 직원만 참여한 것을 볼 때, 공항공사와 시의 관계가 냉랭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공항공사 지방세 납부 선언에 당혹스러운 항만공사

시와 공항공사는 인천유나이티드 프로축구단 후원과 하늘고교 장학금 지원 외에 항공 산업 산학융합지구 지원(200억 원), 영종도 오성산 공원 조성(870억 원), 기타 사회공헌 50억~100억 원 증액을 놓고 막바지 합의에 이르렀다.

하지만 공항공사는 시의 공항공사 지분 참여(3%) 요구는 지나치다고 여긴 것으로 알려졌고, 이 때문에 지방세 납부를 선언해버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항공사가 지방세 납부를 선언하자, 항만공사는 당혹스런 분위기다. 인천항의 경우 수도권이다 보니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이용료가 매해 상승하기 마련이다.

인천항만업계는 지방세 감면이 중단될 경우 인천항의 물류비 상승과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국내 다른 항만에 비해 인천항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부산항만공사와 여수광양항만공사 등은 취득세를 100% 감면받고 있다. 인천항만공사도 2012년까진 100% 감면받았지만, 2013년부터 75%로 축소됐다.

또한, 부산 신항과 여수광양항의 경우 배후단지 조성에 정부재정이 각각 50%, 100% 투입됐지만, 인천 신항 배후단지의 경우 0%다. 인천항만업계에선 정부의 역차별도 서러운데, 시마저도 인천항만을 외면했다는 불평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항만공사의 경우 공항공사와 달리 이사회인 항만운영위원회(7명)에 시가 추천하는 인사 3명이 참여하고 있고, 항만 건설에 지역 업체의 참여비율을 높이기 위해 조달청과 협의를 진행하는 등, 나름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기에 더욱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항만공사 관계자는 "당혹스럽긴 하지만, 공항공사가 납부를 선언했기 때문에 항만공사도 납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지방세 납부와 별개로 시와 진행하던 상생협력 방안을 예정대로 논의하고, 또 사회공헌을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시와 항만공사는 북항·남항·신항 일대에 체육시설을 건립하고, 새 국제여객터미널 내 월드마린센터 준공 시 건물 2개 층을 기부채납하는 방안을 두고 시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시민단체, "납부 환영"... 시의회, "더 협의해야"

지방세 감면 중단을 주장했던 참여예산센터와 인천평화복지연대는 17일 '(공항공사의) 이번 결정은 예비재정위기 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시 재정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공항공사가 내게 될 지방세 286억 원과 지방세 징수율 제고에 따른 보통교부금 추가 확보로 시의 세수 증대가 예상된다"며 "시는 이를 복지ㆍ교육ㆍ일자리ㆍ문화 등 민생ㆍ복지 예산으로 편성해 시민들의 복리를 증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항공사가 약속한 '지속적인 사회공헌사업'을 진정성 있게 이행하는지 계속 지켜볼 것"이라며 "항만공사도 공항공사처럼 지방세를 성실히 납부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의회는 시와 공사 간 협의를 더 주문하는 분위기다. 제갈원영 시의회 의장은 "어느 게 더 시에 득인지를 살펴야 한다. 아직 여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시와 공사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례 개정안은 시에서 발의했다. 시와 공사가 조율에 실패하면, 조례안 처리로 감면 폐지가 결정 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인천항만공사#인천시#지방세 감면#인천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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