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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현재,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살처분 된 닭과 오리의 숫자만 전국적으로 3천만 마리를 넘어섰다. 한풀 꺾이긴 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AI의 습격은 2017년 '닭의 해'(정유년)에도 계속되고 있다.

해마다 겨울이면 AI가 발생하고 공무원들이 방역에 동원되는 풍경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양계 농가는 정부 당국의 구멍 뚫린 방역망을 탓하고, 정부 당국은 살처분과 같은 극약처방을 내놓기에 급급한 모습도 되풀이 되고 있다.  

매년 AI 관련 뉴스를 반복적으로 접하는 국민들은 이런 상황에 점점 더 무감각해 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충남 홍성에 살고 있는 A씨는 "닭들이 살처분 되어 죽어 나가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 있는 상황 자체가 더 무섭다"고 말했다.

정미선씨도 "조류인플루엔자보다 더 무서운 것은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것"이라며 "밀집형 축사에 살다가 결국 병에 걸려 죽어 나가는 닭들의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 1월 1일 충남 예산군 수덕사에서는 조류독감으로 살처분 된 닭과 오리 등의 동물들을 위해 천도제를 지내기도 했다. 희생 조류에 대한 종교적, 인도적 차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새해 첫날인 지난 1월 1일, 충남 예산군 수덕사에서는 조류독감 희생동물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천도제가 열렸다.
 새해 첫날인 지난 1월 1일, 충남 예산군 수덕사에서는 조류독감 희생동물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천도제가 열렸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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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강한 자연 양계, 하지만...

이런 가운데 AI에 유독 강한 닭들이 있어 주목 받고 있다. 밀집형 축사의 닭들이 AI에 속수무책인데 비해 '자연 양계' 농장들은 AI에 비교적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자연 양계 농가들은 닭을 흙바닥에 놓고 비교적 자연스럽게 키운다. 닭은 흙과 모래를 이용해 목욕을 하는 습성이 있다. 횟대와 별도의 산란장도 제공된다. 닭이 본능대로 살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까지 자연 양계업에 종사해 온 홍아무개씨는 "자연 양계를 할 때 10평당 100마리의 닭을 키웠다"고 말했다. 보통 자연 양계에서는 1평당 8마리 내외의 닭을 키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씨는 조류독감(AI)에 관련해서도 "간혹 독감에 걸려 기침을 하거나 가래 끓는 소리를 내는 닭이 있다"며 "병이 호전된 닭은 다시 살아나기도 하고, 병색이 깊은 닭은 자연 도태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설령 닭들이 독감이나 감기에 걸릴지라도 집단 폐사하는 경우는 없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홍씨는 "경험상 독감에 걸렸다고 닭 100마리가 한꺼번에 죽는 일은 없었다"며 "자연 양계농들은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벌벌 떨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닭과 달걀의 대량생산 및 판매에 의존하는 현 유통구조와 소비문화 속에서 자연 양계가 활성화되기는 쉽지가 않다. 그러나 적어도 닭을 건강하게 키우고 있는 자연 양계에서 AI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자연 양계 #AI#예산 수덕사 #홍성 #조류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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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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