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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6일 오후 1시 30분 울산건강연대가 동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구의회가 발의한 '울산광역시 동구 저소득가구 국민건강보험료 및 장기요양보험료 지원조례'를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울산건강연대는 동구청이 11일 재의 입장을 밝히자 12일 성명을 내고 동구청을 질타했다
지난 10월 6일 오후 1시 30분 울산건강연대가 동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구의회가 발의한 '울산광역시 동구 저소득가구 국민건강보험료 및 장기요양보험료 지원조례'를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울산건강연대는 동구청이 11일 재의 입장을 밝히자 12일 성명을 내고 동구청을 질타했다 ⓒ 울산시민연대 이승진

이달 초, 울산광역시 동구의회가 지역 저소득 주민들을 위해 '국민건강보험료와 장기요양보험료를 지원하는' 조례를 여야 공동으로 발의했다. 이에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치과의사 등으로 구성된 울산건강연대가 기자회견까지 열고 이를 환영했다.

이 조례는 기존의 '건강보험료 월 1만5천원 미만 노인, 장애인, 한부모 세대와 그 밖에 보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청장이 인정한 세대'로 제한해 오던 지원대상을 확대해 '동구에 거주하는 월 1만원 미만 저소득세대는 모두 지원하고, 1만5천원 미만 세대는 종전대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필요한 예산은 연간 3100만원.

시민단체가 환영하고 나선데는 이유가 있다. 동구지역이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들은 물론 영세영업자들까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데다 최근 동구의회의 자리다툼으로 의회가 마비되면서 비난여론이 일었다. 따라서 8명의 의원 중 5명(새누리당 2명 포함)이 공동발의한 것에 여야가 힘을 모았다는 평을 받았다.

이어 동구의회는 지난 11일 제163회 임시회를 열어 노동당 김원배 동구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례안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이번 조례발의에 참여하지 않은 새누리당 의원 3명과 동구청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 특히 동구청은 이 조례에 대해 동구의회에 재의를 요구하기로 했다. 재의가 있을 시 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조례가 통과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조례의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울산건강연대 "동구청이 과대해석하고 있어" 

동구청과 일부 새누리당 의원이 문제 삼은 건 사회보장기본법이다. 이 조례가 상위법인 사회보장기본법에 위배될 수 있고, 중앙정부가 편성하는 지방재정교부금(교부금)에서 패널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동구청측은 "이번 조례로 인해 보건복지부 장관의 패널티를 받을 수 있고 이에 따라 기존에 받던 사람까지 못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개정조례가 집행부로 넘어오면 의회에 재의를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역 일각에서는 동구청의 이같은 조례 재의 입장이 권명호 동구청장의 업무추진 스타일에 기인한 것 아닌가 하는 시선을 보이고 있다. 앞서 권 구청장은 전임 김종훈 구청장이 시행하던 무상급식을 축소하는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관련기사 : 진보구청장 떠난 울산 동구, 무상급식 축소)

상황이 이렇자 기자회견까지 열고 조례를 환영했던 울산건강연대가 발끈하고 나섰다. 울산건강연대는 "울산 동구청은 저소득가구 국민건강보험료 지원 조례개정에 대한 재의 요구를 철회하고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고 촉구했다.

울산건강연대는 12일 성명을 내고 "현재 동구지역은 현대중공업이 조선산업 위기를 이유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주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이 상황에서 이번 조례 개정안 통과는 시의적절한 조치"라면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증가하는 저소득층과 영세자영업자,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야 하는 가족들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마련한 사회안전망 강화 조치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여야가 공동으로 발의하고 통과시켰다는 측면에서 주민들을 향한 정책적 함의가 더욱 빛났다"면서 "하지만 동구청은 이번 조례 개정에 맞춰 재의 요구를 하겠다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울산건강연대는 "이번 조례 개정은 지방의회의 고유권한으로서 중앙정부와는 협의를 거치면 된다"면서 "사회보장기본법 어디에도 '협상에 따른 합의'라는 말이 없다. 동구청이 어떤 이유에서건 과대해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헌법재판소 판례에도 협의는 통지의 개념으로 해석하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기업이 구조조정을 시행할 때 노동조합과 협의하도록 되어있지만 협의 이후에 구조조정을 진행해도 아무런 법적조치를 받지 않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동구청이 이유로 든)중앙정부의 패널티 역시 마찬가지다. 동구청은 관련 예산을 편성했을 때 중앙정부가 교부금을 삭감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재의 요구를 하겠다지만 교부금은 특정용도를 위해 지원하는 보조금과 달리 지자체의 부족한 재원을 조건 없이 지원해주기 위한 제도아닌가"고 반문했다.

이어 "조건이 없는데 패널티나 인센티브를 부과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면서 "동구청은 지역경제가 재난 수준에 처한 상황을 고려해서 동구의회가 대변하는 민의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에 따라 2017년도부터 관련 예산을 편성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울산시민연대 이승진 시민참여팀장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정보공개 청구 자료에 따르면 울산지역 5개 자치구·군의 국민건강보험료 1만5천원 미만 부과 대상 가운데 3개월 이상 연체한 세대가 9110세대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부과대상 3만2515세대의 28%에 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처럼 9110세대 1만932명의 주민이 매월 1만5천원을 납부하지 못해서 적절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고, 이는 재정자립도 2위를 자랑하는 울산광역시의 대표적인 복지사각지대 사례"라면서 "특히 동구는 조선산업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는 물론 많은 자영업자들이 폐업위기에 처하는 등 사회안전망이 취약하다. 모처럼 여야가 민의를 대변해 마련한 이번 조례가 반드시 성사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울산지역 다른 자치구·군 역시 동구의회의 이번 조치를 고려해서 저소득층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개정 작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울산 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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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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