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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성과주의는 '국민피해'①] '제국주의' 기획재정부부터 고쳐라
[공공부문 성과주의는 '국민피해'②] 뻔히 위험한 줄 알면서 달리는 열차
[공공부문 성과주의는 '국민피해'③] 점수 따라 기관 장도 싹둑, 지옥문이 열렸다
[공공부문 성과주의는 '국민피해'④] 아플수록 '문전박대'하는 병원이 온다

정부가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고 합니다.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연봉'이란 표현에서 '임금투쟁'이 떠오르시나요?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성과연봉제'라고 쓰고 '성과퇴출제'라고 읽습니다.

'성과제'는 '퇴출제'를 전제로 한 제도입니다. 성과측정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성과제가 상대평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성과의 유무와 관계없이 매년 하위등급을 받는 노동자들이 반드시 발생한다는 사실입니다. 매년 퇴출대상자가 선정되는 시스템입니다. 저성과자가 퇴출되면, 그 빈 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거나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노동자만 해고되는 것이 아니라 '내일의 일자리'도 해고됩니다.

성과주의를 도입했던 세계적 기업들은 "성과주의가 조직문화를 망치고, 직원들의 사기와 의욕을 저하시킨다"라고 입을 모읍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GM, GE, 미쓰비시, 어도비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성과주의를 도입했다가 폐지했으며, 2007년 OECD조차 "공공서비스에 성과제가 제대로 작동하는 나라가 없다"라고 발표했습니다. 맥킨지앤컴퍼니 또한 "성과제가 엉터리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합니다. '성과주의'는 이미 실패한 제도입니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나가라!" 지극히 자본주의적이고 당연한 듯 보이는 이 표현에는 중요한 사실이 숨겨져 있습니다. 여기서 '성과'란 곧 '이윤'을 뜻합니다. 철도, 가스, 전기, 의료, 건강보험, 연금 등은 국민생활에 필수적인 요소들입니다. 금수저든 흙수저든 상관없이 누구나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공공재'입니다.

공공기관이 성과를 내려면, 이렇게 해야 합니다

공공기관이 '성과'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공공요금'을 올리는 것입니다. 돈이 안 되는 '안전' 분야에 대한 투자는 과감히 줄이고,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겁니다.

병원이 이윤을 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CT만 찍어도 될 것을 MRI를 찍으라고 한다면, 환자가 쉽게 거부할 수 있을까요? 과잉진료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이 올해 사상최초로 대규모 흑자를 냈습니다. '메르스 사태' 때문에 사람들이 병원을 가지 않아 건강보험료 지출이 대폭 줄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흑자가 과연 자랑할 일일까요?

국토부는 철도 안전에 직결된 선로유지보수 업무조차 민간에 넘기겠다고 합니다. 공기업 철도공사에서 운행하는 열차가 민간이 관리하는 선로에 진입하면 통행세를 내야 합니다. 통행세는 요금에 반영이 될 테니 열차요금은 또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건강보험이나 연금은 또 어떨까요? 수량화가 가능한 징수업무에서 실적을 내기 위해 저소득층과 영세사업자 등 생계형 체납자에 대한 무차별 압류와 공매로 서민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게 됩니다.

안전의 외주화, 위험의 외주화

 철도노동자들이 9월 10일 서울역 광장에서 '성과주의, 강제퇴출'저지를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철도노동자들이 9월 10일 서울역 광장에서 '성과주의, 강제퇴출'저지를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 조연호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대표적으로 '성과'가 나지 않는 분야가 바로 '안전'입니다. '안전'분야는 아무리 투자해도 이윤이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돈으로 계산할 수 있을까요? '이윤'과 '안전'은 바꿀 수 없는 가치입니다.

지금도 철도의 안전과 관련한 많은 업무들이 이미 외주화되어 있으며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기억하십니까? 구의역 사고를 비롯해 추석 전날 김천역 부근에서 벌어진 'KTX 사고'의 희생자도 모두 외주업체 직원이었습니다. '성과주의'는 시민의 안전은 물론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협합니다.

정부가 밝힌 성과연봉제 도입 목적 중 하나는 '청년실업 해소'입니다. 보수언론들은 '청년실업'의 원인이 '대기업 귀족노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철도를 비롯한 공공기관들은 작년 정부정책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습니다. 정년을 2년 늘리는 대신 임금을 깎고 그 재원으로 고용을 늘려 청년실업을 해소한다는 명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철도노조는 현재 "인력충원 약속을 지켜라"라는 요구를 내세워 철도공사와 싸우고 있습니다.

성과연봉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는 올해 안에 성과연봉제를 조기 도입하는 공공기관에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유혹했습니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성명을 내고 인센티브 반납할 테니 청년실업 해소에 쓰라고 요구했습니다. 정부는 묵묵부답입니다.

나쁜 정책 vs. 착한 파업

9월 27일 철도를 비롯한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정부의 '나쁜정책'을 바로 잡는 '착한파업'을 시작합니다.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이 물론 예상됩니다. 하지만 기억합니다. 2013년 겨울, '안녕하십니까?'로 시작된 청년들의 외침과 "불편해도 괜찮아"라며 KTX민영화 저지파업을 응원해 준 국민들의 지지는 철도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됐습니다.

성과주의 도입에 따른 '국민피해'를 꼭 막아내겠습니다. 요금은 오르고 취업은 힘들어지고 국민 안전이 위협 받는 '헬조선'을 멈추겠습니다. 병원, 지하철, 철도, 가스, 전기, 건강보험, 연금은 상품이 아닙니다. 국민 권리입니다.

덧붙이는 글 | 김선욱 기자는 철도노동자입니다.



#착한파업#927파업#성과주의#성과퇴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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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기관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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